인더뉴스 김대웅 기자ㅣ테라사이언스(옛 삼원테크)의 알짜 전환사채(CB)들이 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LG가(家) 방계 3세인 구본호 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들로 손바뀜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관이음쇠 제조업체인 테라사이언스는 최근 리튬 생산 등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 "이차전지 사업 진출" 선언만으로 주가 두배 급등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테라사이언스의 기존 대주주인 블루밍홀딩스는 보유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테라사이언스의 새로운 대주주는 해당 물량을 매수한 씨디에스홀딩스라는 법인으로 바뀌었다.
와이앤지컴퍼니였던 이 법인은 지난 1월 씨디에스홀딩스로 명칭을 바꿨다. 자본금 4억원 규모인 이 업체는 지난 1월 황봉하 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두달만에 사임하면서 현 대주주인 지서현 씨가 대표이사에 올랐다. 두 인물 모두 코스닥 상장사 휴센텍에서 임원을 지낸 바 있다. 휴센텍은 횡령 혐의 등으로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테라사이언스 주가는 최근 한달 새 두배 가량 급등했다. 지난 1월 대주주 변경 계약 공시에도 별다른 반응없이 잠잠했던 주가는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연다는 소식과 함께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주총 소집 결의 공시에서 사업목적에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넣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이차전지 소재 제조 및 판매 ▲리튬 생산 및 판매 ▲염호개발 및 추출, 광물 판매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또 새 대주주의 실질 주인인 지 씨가 리튬플러스와 인연이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리튬 테마에 엮여 주가가 반짝 급등한 상장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 씨는 지난 2021년 9월 리튬플러스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석달여 뒤인 12월 사임했다.
납입 일정이 연거푸 연기돼 오던 대주주 지분 양수도 계약은 주가가 큰 폭으로 뛰자 잔금 납입이 이뤄졌다. 다만 씨디에스홀딩스는 대금의 상당 부분을 대부업체들로부터 빌려와 치렀다. 양수대금 중 80억원은 현금이 아닌 타법인이 발행한 CB로 납부했다. 어떤 법인의 CB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새 대주주 지분에 200억원 규모의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이 껴있는데다, 해당 대출의 담보유지비율이 타이트해 주가 하락시 대주주 물량의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와이젠제이대부로부터 빌린 150억원은 담보주식 740만주에 담보유지비율이 165%다. 즉 주가가 3345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가 실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 발빠른 CB 손바뀜..구씨와 인연 '눈길'
테라사이언스는 지난 1월 대주주 변경 계약 사실을 알린 뒤 발빠르게 CB 취득 후 재매각에 나섰다. 눈에 띄는 점은 두 건의 재매각 모두 구본호 씨와 행보를 함께 해 온 인물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구 씨는 과거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등 코스닥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우선 26억5000만원 규모의 14회차 CB는 포도인베스트먼트로 넘겨졌다. 주당 전환가가 1465원이고 당장 주식으로 전환해 시장에 팔 수 있는 조건이다. 실제 해당 CB는 매입 다음날 바로 전환 신청이 이뤄졌다. 포도인베스트먼트의 대표는 김창근 씨로, 과거 코스닥 상장사 액션스퀘어에서 구 씨와 함께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어 25억원 규모의 15회차 CB(전환가 1804원)는 지니집코리아 외 2명으로 넘어갔다. 지니집코리아는 김성일 씨가 이끄는 업체로, 그는 구 씨가 대주주로 있는 레드캡투어의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지니집코리아는 구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판토스홀딩스의 특수관계자로 묶여있기도 하다.
2년 전 테라사이언스는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UCI(현 MIT)로부터 온코펩 지분을 인수해 구 씨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19년 UCI의 실질 대주주에 오른 뒤 이듬해 바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며 차익을 남겼다. 테라사이언스는 2021년 UCI의 자회사인 바이오엑스로부터 온코펩을 인수했다. 인수와 동시에 온코펩 IPO(기업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년 새 84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며 지난해 초 327억원에서 1년 뒤 243억원으로 온코펩의 가치가 줄었다.
지난해 5월 인수한 블록체인 업체 소켓게이밍도 1년이 지나지 않아 대규모 손상차손이 잡히며 가치가 0원이 된 상태다. 테라사이언스는 2019년부터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만성 적자에 빠져있다. 매출은 연간 200억원 전후를 기록 중이다. 최근 주가 급등에 따라 시가총액은 3000억원 위로 올라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한 것만으로 주가에 기대감이 한껏 반영된 모습"이라며 "실제 이차전지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는지 경과를 살펴가며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이차전지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한 상장사에 대한 중점 점검 실시를 예고했다. 이차전지 등 투자 주의가 필요한 사업 분야를 별도로 선별한 뒤, 기존 주력사업과 무관한 신규사업을 추가한 종목 중 주가 이상 급등 또는 실제 사업 진행 여부 등을 분석하고 문제가 있으면 신속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