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국내 편의점 매출이 대형마트를 넘어 백화점 매출 규모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업종의 매출 격차는 1% 미만으로 좁혀졌고 올해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백화점의 장점을 흡수, 오프라인 유통 왕좌를 차지하려 하고 백화점은 명품 강화로 오프라인 유통 1위 수성에 나섭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업태별 매출 비중에서 편의점이 백화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편의점 매출 비중은 16.7%, 백화점 비중은 17.4%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두 업종의 매출 비중 격차는 2022년 1.7%p에서 지난해 0.7%p로 줄었습니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경쟁 구도와 순위가 해마다 접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됐습니다. 편의점은 3년 전 대형마트 매출 비중을 넘어서더니 지난해는 백화점 매출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오프라인 최대 매출 규모를 자랑하던 대형마트는 5년 만에 비중이 절반가량 떨어졌습니다.
편의점은 이미 2020년 매출 비중에서 백화점을 앞선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작용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첫해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극심했고 정부 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됐습니다. 시간 및 인원 제한으로 오프라인 업종들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피해가 컸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한 다중이용시설이 일정 기간 폐쇄되면서 영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반면 접근성을 앞세운 편의점은 집밥 수요를 흡수하고 주류 문화 변화 속 홈술, 혼술 트렌드를 주도하며 성장세를 거듭했습니다.
이듬해 처지가 바뀌었습니다. 여행 등 이동 제약으로 소비자들의 보복소비 심리는 명품으로 향했고 이는 백화점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편의점은 처음 대형마트 매출 비중을 넘겼지만 압도적인 백화점 성장세에 밀렸습니다. 편의점 매출이 전년 대비 6.8% 오를 때 백화점은 24.1% 신장했습니다.
2022년은 두 업종 모두 성장했고 백화점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명품 인기는 여전했고 패션, 골프웨어 등의 매출이 늘었습니다. 편의점도 점포 수를 꾸준히 확장하며 접근성을 더욱 확대했습니다. 비대면 결제와 배달 서비스 도입으로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엔데믹에 돌입한 지난해 격차는 다시 좁혀졌습니다. 고물가로 소비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며 명품 인기가 사그라졌고 백화점 실적도 부진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21년 44.2%에서 지난해 0.3%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38.4%에서 5.8%로 줄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은 2021년 39.4%에서 지난해 10.5%로 성장이 둔화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온라인 판매 비중은 50.5%로 오프라인 매출 비중을 넘어섰습니다. 오프라인 채널 비중 25%에 육박하던 대형마트 점유율을 최근 10여년간 백화점과 편의점, 이커머스 업체들이 나눠 가진 형국입니다.
실제 편의점은 신선식품 강화로 대형마트 역할을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전국 물류망을 바탕으로 산지 직송 등을 앞세워 지역 특산물, 1인용 채소, 소포장 과일 등 신선식품 및 식재료 구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GS25와 CU는 최근 3년간 신선식품 매출이 각각 평균 30.9%, 21.6% 올랐습니다.
도시락, 생크림빵 등 인기 품목을 필두로 해당 편의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단독 제품과 자체 브랜드(PB) 차별화 상품도 편의점 방문을 유혹하는 주 요인입니다. 여기에 고급 위스키, 고가 명절 선물세트 등을 선보이며 백화점의 경쟁력 있는 상품마저 판매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고물가 속에서 합리적인 가성비 상품 및 1~2인가구 증가에 따른 소포장 상품을 늘려나가는 한편 백화점과 견줄 고품질, 프리미엄 품종 등 상품군을 확대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입니다.
CU 관계자는 "지난해 삼겹살, 목살 등 정육을 약 10만개 판매하며 시장성을 확인했다"며 "올해도 시즈닝 스테이크 같은 상품을 확대하고 컬리 특화 편의점을 통해 다양한 식재료 상품들을 편의점으로 들여오는 등 장보기 수요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화점은 명품 강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지난해 8월부터 4개월 연속 명품 매출이 역신장했지만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하며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진 속에서도 선방한 하이앤드 명품 브랜드 고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팝업스토어 등 체험 콘텐츠로 모객에 집중합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3월 더현대 서울에 럭셔리·IP·디지털 브랜드와 협업한 복합공간 '팝업 플랫폼'에서 이색적인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강점인 팝업스토어도 확대합니다. 내년까지 1, 2층에 글로벌 해외패션 브랜드 입점도 예정돼 있습니다. 판교점에도 올해 로로피아나 등 10여개 명품 브랜드가 들어섭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2023년은 명품 소비가 주춤했으나 엔트리급 모델 가격이 1000만원을 넘는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등의 신장세가 돋보였다"며 "올드머니룩 트렌드에 따라 고급 소재를 사용해 캐시미어 코트 한 벌에 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브랜드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고물가와 고금리가 계속되고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소매시장 자체가 저성장기로 들어설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편의점과 백화점 업종간의 오프라인 매출 경쟁과 별개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변화에 두 업종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정체기에는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상품, 가격, 판매전략 마련이 필요하고, 고객경험 개선과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며 "편의점과 백화점 모두 고객경험 개선과 비용절감 측면에서 서로의 장점을 벤치마킹 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