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내년 상반기 국내 자본시장 최초의 대체거래소(ATS·Alternative Trading System)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이 ATS 운영방안을 공개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ATS 운영방안 세미나'를 열고 세부방침을 밝혔습니다. 큰 줄기는 새로운 증권거래 서비스, 한국거래소(KRX)와 ATS 통합시장관리, 자본시장 제도정비로 구분됩니다.
먼저 넥스트레이드는 하루 12시간 거래 서비스를 가동합니다. KRX와 공통으로 운영하는 정규거래시간 전후로 오전 8시부터 8시50분까지 프리(Pre)마켓, 오후 3시30분부터 8시까지 애프터(After)마켓을 추가 운영합니다. 이에 따라 하루 주식거래시간은 12시간으로 현행보다 5시간30분 늘어납니다.
KRX 시가 예상체결가 표출시간과 종가 단일가매매 시간은 변경됩니다. 호가 접수후 하나의 가격으로 동시에 체결하는 단일가매매, 가격이 합치되는 즉시 매매체결이 이뤄지는 접속매매 차이를 이용한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KRX 시가 단일가매매 시간은 현행 오전 8시30분~9시를 유지하되 예상체결가 표출시간을 10분(오전 8시50분~9시)으로 단축합니다. 이 10분 동안 넥스트레이드는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합니다.
KRX 종가 단일가매매는 5분(오후 3시25분~3시30분)으로 단축하고 이 5분 동안에도 넥스트레이드 거래가 중단됩니다.
호가 종류는 더 다양해집니다. 현재 국내 증시는 시장가와 4가지 지정가(일반·최우선·최유리·조건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가격으로 가격이 자동조정되는 중간가호가, 특정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지정가호가가 추가됩니다.
넥스트레이드는 KRX보다 매매체결 수수료를 20~40%가량 인하할 예정입니다. 시장간 경쟁이 거래비용 절감 등 투자자 편익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KRX와 넥스트레이드로 2개의 증권시장이 동시 운영됨에 따라 유동성 분산에 대응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통합적인 시장 관리·감독에 나섭니다.
먼저 '최선집행의무'가 본격 적용됩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최선집행의무는 증권사가 투자자 주문을 가격이나 수수료·비용, 매매체결 가능성을 고려한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집행하기 위한 최선집행기준을 마련·공표하고 이에 따라 주문을 집행해야 하는 의무를 뜻합니다.
그간엔 단일시장 체제가 유지됐으므로 최선집행의무 실제 적용사례는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상반기 중으로 최선집행의무 가이드라인을 확정·제시할 계획입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관리·감독은 넥스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일관되고 엄격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공매도 주문표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넥스트레이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공매도로 인한 직접적 가격하락을 방지하는 업틱룰(uptick rule)은 KRX와 넥스트레이드 각각의 직전체결가를 기준으로 운영합니다.
넥스트레이드 정규시간(오전 9시~오후 3시25분)에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고 가격 급변 위험이 있는 프리·애프터마켓에서는 공매도가 금지됩니다.
가격변동폭, 시장안정장치, 시장감시·청산·결제 역시 KRX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넥스트레이드 가격변동폭은 전일 KRX 종가 기준 ±30%입니다. KRX 거래정지·써킷브레이커·사이드카도 넥스트레이드에 즉시 적용됩니다. 넥스트레이드 결제는 KRX와 마찬가지로 거래일부터 이틀후(T+2) 이뤄집니다.
금융당국은 ATS 도입취지에 맞춰 자본시장제도를 추가 정비합니다. 법규를 개정해 투자자 수요와 시장유동성이 풍부한 상장지수증권(ETN)·상장지수펀드(ETF)도 ATS에서 매매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또 기관투자자가 ATS 거래에 어려움이 없도록 KRX와 동일하게 ATS에서 주식을 취득해 5% 이상 보유하게 되는 경우에도 공개매수의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ATS 운영방안 내용 가운데 법규개정이나 거래소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선 가급적 올해 하반기 중으로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거래소간 경쟁체계 구축과 자본시장 혁신을 내세워 2022년 11월말 ATS 인가설명회를 열며 설립 작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7월 넥스트레이드가 ATS 투자중개업에 대해 예비인가를 받았습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 증권시장은 복수시장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고 이는 2013년 ATS 제도 도입후 10여년 만에 해외 주요국처럼 증시 인프라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어 "ATS가 정식출범하면 주식거래시간이 연장돼 직장인투자자도 퇴근시간 이후 편리하게 주식투자할 수 있고 가격상황에 연동되는 새로운 호가유형 도입으로 다양한 거래전략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통합적인 시장 관리·감독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복수시장 운영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며 "ATS 도입취지에 비춰 수정이 필요한 자본시장 법규도 신속정비해 복수시장 체제가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