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조성원 기자] 스칼렛과 전 파리 6구에 둥지를 텄습니다. 일요일이면 세느강가를 따라 걷다 뤽상부르 공원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실컷 볕을 쬐곤 했죠. 몇 번을 봤는데도 지겹지 않은지 스칼렛은 제 손을 잡고 이끌어 오르세미술관을 향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카페에서 저녁은 환상적이었습니다. 특히 그 집 초콜릿 케이크는 일품이었죠. 눈앞엔 스칼렛, 입안엔 초콜릿, 더 바랄 게 없었습니다. 스칼렛 한 번 보고 케이크 한 입 먹고, 또 스칼렛 한 번 보고 케이크 한 입 먹고, 또 스칼렛 한 번 보... 대통령 각하가?!?!
6살 때 꿈에서 드라마 ‘V’의 사람 얼굴 거죽이 벗겨진 파충류 외계인을 보고 깬 이후 가장 큰 비명과 함께 아침을 맞았습니다. 뭐 결말만 빼면 즐거웠으니 개꿈까진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허탈함에 입맛을 다시다 보니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가 당겼습니다.
찾아보면 손수 정성들여 만드는 개인 가게들도 있을 테지만, 손잡고 같이 갈 스칼렛도 없고 그냥 가까운 프랜차이즈 카페를 선택합니다. 마침 겨울·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케이크 신제품을 출시한 곳들이 있어 그 중 몇 가지로 입 안 가득한 씁쓸함을 날려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투썸플레이스의 ‘벨지안 가나슈’(5900원, 75g, 370kcal)입니다. ‘벨기에산 다크 초콜릿 가나슈와 시트 사이사이 초코 크런치, 크럼블로 바삭한 식감을 더한 케이크’라 합니다. 가나슈를 기준으로 볼 때 4개 층으로 구성됐고, 알록달록하면서도 조금 투박한 느낌의 비주얼입니다.
맛을 볼까요. 확실히 다크 초콜릿이라 그런지 많이 달진 않군요. 역시 고추장하면 순창이고 초콜릿하면 벨기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초코 크런치와 크럼블은 바삭한 것이 있는가 하면 꾸덕하게 씹히는 것도 있습니다. 의도한 것 같진 않지만 식감의 차이에서 오는 재미가 나쁘진 않군요.
초코 시트에서 가루가 좀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덕분에 플레이트에 점묘화를 그릴 수 있습니다. 케이크 위에 자리한, 잼인지 크림인지 정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 덩어리는 초콜릿에 무언가 상큼한(걸 의도한) 게 첨가된 것 같은데, 시큼하게 느껴져 별로였습니다.
다음, 파스쿠찌에서 나온 ‘초코 밀크푸딩무스’(5000원, 중량·열량 정보 없음)입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초콜릿 무스와 밀크푸딩의 조화’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맨 밑에 초코시트, 맨 위는 초코잼(으로 추정)이 감싸며 전체적으로 초콜릿 무스에 가운데 밀크푸딩과 초코시트가 층을 지고 있습니다. 왠지 오래전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본 지층의 단면도가 생각나는군요.
전체적인 맛의 조화를 느끼기 전에 밀크푸딩만 낭만닥터 김사부의 솜씨로 적출해 내 맛을 봅니다. 개인적으로 푸딩의 식감은 젤리와 연두부의 중간 정도라 인식하고 있는데, 그걸 완벽히 살리진 못했지만 꽤나 그럴듯하게 맛과 느낌을 구현했습니다.
초콜릿 무스는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전체를 함께 먹어보니 밀크푸딩이 초콜릿에 함몰돼 맛도 느껴지지 않는 것 아닐까 했는데 그렇지도 않군요. 초콜릿 맛만으로 지루해질 수 있을 법한 부분을 밀크푸딩이 잘 보완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론, 앞의 두 제품이 일반적인 초콜릿 케이크 느낌이니만큼 좀 색다른 제품을 골라봤습니다. 할리스커피에서 나온 ‘초콜릿 크림 아발랑쉬’(6300원 210g 593kcal)입니다. ‘폭신한 케이크 시트와 초코, 바삭한 초코 크런치로 먹는 재미를 더함’이란 설명이군요.
위에서 흘러내려 굳은 초코 크림을 깨뜨려 먹어야 할 것 같은 것이 흡사 부숴먹는 독일 디저트 ‘슈니발렌’을 연상케 합니다. ‘아발랑쉬’가 Avalanche, 눈·산사태란 뜻이라 그걸 형상화한 듯한데, 딱 보기에도 ‘칼로리 사태’를 맞은 것 같은 비주얼입니다.
실체는 굳지 않은 ‘찬’ 초코 크림과 초콜릿 케이크입니다. 케이크를 크림에 적셔 먹는 모양새가 되는데, 덕분에 목 메일 일은 없겠군요. 먹다 보니 케이크 안쪽에 생크림이 들어 있습니다. 겉의 초코 크림과 초코 케이크에 비주얼이나 맛에서 나름 대비를 줍니다.
크림이나 케이크 다 초콜릿 맛이지만 앞의 두 제품에 비해 그리 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바삭한 초코 크런치’는 눈을 씻고 찾아보고 한 입 가득 넣어 봐도 당최 느낄 수 없습니다. 지점의 실수인 건지 원래 식감이 이런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실망.
총평입니다. 투썸플레이스의 벨지안 가나슈는 크런치·크럼블의 식감이 어느 정도 먹는 재미를 주지만, 기존의 초콜릿 케이크에 비해 크게 인상적이진 않습니다. 별점은 ★★★.
파스쿠찌 초코 밀크푸딩무스는 부드럽고 진한 초콜릿 안에 썩 괜찮은 밀크푸딩이 대비와 조화를 이뤄 매력적입니다. 마치 진중함과 젠틀함 속에 장난기 가득한 소년 같은 면을 지닌 본 기자 같다고 할까요. 물론 완전 닮진 않았기에 만점은 아닙니다. ★★★★.
할리스커피 초콜릿 크림 아발랑쉬는 놀라운 비주얼에 비해 맛이 주는 즐거움이 많이 아쉽습니다. 특히 초코 크런치의 바삭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고요. 혹시나 싶어 다시 먹어 보고 싶은 마음도 딱히 들지 않습니다.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