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중국 가전 기업들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가전 브랜드 간에 치열한 자리 뺏기 싸움이 전개되고 았습니다. 중국 가전 기업이 독주하던 로봇청소기 시장에 한국 가전 브랜드가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반면 중국 가전 기업들은 전세계 TV시장을 장악한 한국 가전 브랜드를 추격하기 위해 절치부심을 하고 있습니다.
로보락에 도전장 내민 삼성·LG의 로봇청소기
현재 국내 가전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중국 기업은 단연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입니다. 로보락은 2023년 매출 86억위안(약 1조6200억원), 순이익 20억위안(약 3767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대비 각각 31%, 73% 증가한 매서운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12일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약 3712억원으로 2022년 대비 28% 증가한 규모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의 로보락 점유율은 46.5%로 3년 연속 1위를 지키는 중입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로봇청소기 시장을 재탈환하기 위해 국내 대표 가전 브랜드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도 적극 대응에 나섰습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자사의 AI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의 라인업 중 하나인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를 출시했습니다.
'비스포크 AI 스팀'은 170만개의 사물 데이터를 사용한 AI DNN(Deep Neural Network) 모델을 기반으로 휴대폰 케이블과 같은 작은 사물도 구분해 피할 수 있으며 바닥과 카펫을 구분해 청소를 하는 등 AI 기능에 집중한 제품입니다.
이와 같은 편의성과 AI 기능은 국내 소비자의 관심을 이끌었고 출시 25일 만에 판매 누적 1만대를 돌파했습니다.
LG전자는 2003년 첫 로봇청소기를 출시한 이후 21년만에 '올인원' 로봇청소기 'LG 로보킹 AI 올인원'을 15일 출시했습니다.
해당 제품 역시 최적의 경로를 맵핑하는 AI 자율주행 성능과 100종의 사물을 인식하고 20mm의 문턱까지 넘는 AI 기능을 탑재했으며 먼지 흡입 및 물걸레 청소부터 물걸레 세척, 건조까지 한 번에 알아서 완료해주는 '올프리(All-Free)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삼성과 LG가 잇따라 출시한 로봇청소기가 로보락의 굳건한 시장 점유율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보락의 아성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만큼, 다시 1위 자리를 가져오는 것은 삼성과 LG 모두에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AI 기능과 편의성으로 차별성을 둔다면 충분히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도 맹추격하는 중국
현재 글로벌 TV 시장은 삼성전자가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최대 TV 기업 TCL이 2년 전 2위였던 LG전자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향해 맹추격 중입니다.
TCL은 기존 중국 브랜드가 주력으로 내세운 저가 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전략을 채택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TCL의 올해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6%로 11.9%였던 전년 동기 대비 0.7%p 상승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에 20.3%에서 18.8%로 감소했습니다. LG전자는 전년 1분기 11.7%로 TCL이 근소하게 앞서는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 11.8% 점유율을 기록하며 그 차이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TCL의 '깜짝' 성장은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업계는 분석합니다. TCL의 1분기 매출 기준 점유율은 지난해 9.8%에서 올해 11.6%로 1.8%p 늘었습니다. 출하량에 비해 매출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같은 출하량이어도 더 고가의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TCL 제품의 매서운 점은 고급화 제품임에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점입니다.
현재 TCL의 주력 상품은 2019년 TCL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니 LED TV’(백라이트에 LED를 쓴 LCD TV)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QLED와 QNED라는 이름으로 미니 LED TV 제품을 갖고 TCL과 경쟁 중입니다.
하지만 TCL의 미니 LED TV는 현재 삼성과 LG의 제품과 사양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세계적으로 미니 LED TV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 따라 이에 대한 삼성과 LG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국내 업계는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