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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반도체시장]③ SK하이닉스, 결단과 뚝심으로 만들어낸 반도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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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November 01, 2024, 09:11:00

최태원 회장의 결단과 과감한 투자로 빛난 HBM
변화와 도전없이 성공없다…독보적인 기술력
급변하는 AI반도체 시장…업계 구도 개편 관심

 

인더뉴스 이종현·김홍식 기자ㅣ2009년 하이닉스에는 'HBM 팀'이라는 낯선 조직이 신설됩니다. 내부에서조차 '뭘 하는 팀인가'라고 묻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09년은 회사에 대한 매각설이 나도는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범용 제품으로 경쟁사에 대응조차 힘든 시기여서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HBM 팀의 본격적인 활동은 SK그룹에 편입이 완료된 2012년 직후입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24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습니다. 2024년 3분기에 약 7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1983년 설립(당시 현대전자) 이후 40년 만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의 실적입니다. 그 중심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라는 새로운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시대 흐름을 파악하고, 과감한 도전과 투자가 세계 1위 등극으로 이어졌다는 내외부의 평가입니다.

 

변화와 도전 없이 성공 없다…리더의 결단과 뚝심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HBM 양산은 2012년입니다.

 

"HBM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무엇보다 시장 성장이 예상보다 더뎌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비관론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HBM이 SK하이닉스 고유의 기술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봤습니다. 최고의 제품만 개발하면 이를 활용할 서비스는 자연스레 생길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것이 제품 개발을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박명재 SK하이닉스 HBM 설계 부사장, 2024년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HBM의 빛을 보게 된 것은 리더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당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에 불과했던 HBM이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결단과 이를 끝까지 믿고 투자한 결실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이종호 서울대 공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HBM 역사 초기 삼성전자는 맨파워와 좋은 시설을 기반으로 2세대 HBM을 최초 개발했으나 양산 연구에 집중하지 않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래를 보고 HBM에 집중했다. AI 발전과 병렬 프로세스, 대역폭이 넓은 메모리 중요성을 인식하고 HBM 개발을 지속했다. 통찰력을 키워 미래를 읽은 것이다"고 진단했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SK그룹에 편입된 게 2012년인데, 그때부터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아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10% 이상씩 줄였지만 SK그룹은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했다"며 "당시 투자를 확대하는 결정이 전 분야에 걸쳐 이뤄졌고 거기에는 시장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는 HBM 투자도 포함됐다"고 말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직후부터 국내·외 현장을 돌며 "결정했으면 뚝심있게 밀어붙여라,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독려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HBM를 포함해 매년 조 단위의 연구 개발비를 투입했고 2015년 M14를 비롯해 신규 공장도 잇따라 지었습니다.

 

2013년, 세계 최초의 1세대 HBM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HBM에 집중 투자하며 2023년에는 HBM3 12단(24GB)을, 2024년에는 HBM3E 12단(36GB) 양산까지 성공해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 됩니다. 지난 3월 HBM3E를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납품하기 시작한 데에 이어 지난 10월 양산에 돌입한 HBM3E 12단 제품도 연내 공급할 예정입니다.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빛난 맞춤형 HBM

 

리더의 결단과 과감한 투자는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독보적 기술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장 변화에 적확하게 대응한 '맞춤형'과 '패키징'이 그 중심입니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은 성능을 확보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HBM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박명재 부사장은 "HBM2E부터는 외부 기대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목표로 잡고 협업을 강화했다"며 "MR-MUF, HKMG, Low-K IMD 등 주요 요소 기술과 현재의 기틀이 된 설계 및 테스트 기술들이 모두 이때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 기술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분야가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입니다.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입니다.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HBM2E에 접목해 2020년 양산을 시작으로, 보다 더 향상된 '어드밴스드 MR-MUF'를 개발해 HBM3, HBM3E에 순차 적용했습니다. 2023년에는 HBM3 12단(24GB), 2024년에는 HBM3E 12단(36GB)에까지 적용해 'SK하이닉스가 업계 최고 성능'이라는 타이틀에 크게 기여합니다.

 

SK하이닉스는 더 나아가 새로운 패키징 기술 개발과 양산 적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기일 SK하이닉스 PKG기술개발담당 부사장은 "HBM 비즈니스의 전환점은 패키징이며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이 혁신의 최전선이다"며 "메모리 모듈 연결시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구리와 구리를 직접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HBM 16단부터 적용할 예정이고 전공정에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기술은 꾸준한 기술 개발과 노하우가 누적되지 않으면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SK하이닉스만의 고유 영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쟁사가 이 기술을 도입하려면 설계, 공정의 변화라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고 고객사에 최적화한 '맞춤형'이라는 특수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구도 예고한 AI 반도체…새로운 도전과 과제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지난달 10일(미국 현지시간) 새로운 AI 칩 'MI325X'를 공개하고 내년 1월에 출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겨냥한 제품입니다. CPU 경쟁업체인 인텔과 AMD는 동맹관계를 맺고 'x86 생태계 조언 그룹'을 출범시켰습니다.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 ‘블랙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경쟁 구도를 원하고 있고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의 경쟁사들은 여전히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며 3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법정관리까지 겪으며 만년 하위 업체이던 하이닉스의 SK그룹 편입 이후 변화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예측하기 힘든 변혁의 시기입니다.

 

리더의 과감한 결단과 뚝심, 기술력과 혁신으로 AI 반도체 1위에 오른 SK하이닉스의 행보, AI로 촉발된 반도체 시장의 구도 변화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격변의 반도체시장]① 절대 호황도 절대 불황도 없다

[격변의 반도체시장]②시장 구도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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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기자 flopig200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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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반도체시장]②시장 구도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격변의 반도체시장]②시장 구도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2024.10.30 13:00:00

인더뉴스 이종현·김홍식 기자ㅣ'메모리 반도체 VS 비(Non)메모리 반도체'에서 ‘AI 반도체 VS 비AI 반도체’ 시대로. 격변하는 최근 반도체 시장 변화를 두고 전하는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어디서부터 이런 변화가 시작됐을까요? 왜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는 사장 최고 실적을, 인텔·ASML·삼성전자는 최악의 실적을 보이는 걸까요? 표준화와 미세공정 →맞춤형과 패키징 시대로 변혁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12인치(300㎜) 웨이퍼는 약 25년이 된 현재에도 주력 제품입니다. 1980년대 본격 개화한 8인치(200㎜) 웨이퍼가 20년가량 주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2인치 이상의 차세대 제품이 등장할 시기이기지만 현재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웨이퍼의 크기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결정합니다. 동일한 리소그래피(lithography, 미세공정 기술) 적용을 기준으로 웨이퍼의 크기가 클수록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당연히 늘어나게 됩니다. 업체별 생산량과 수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반도체 회로설계의 패턴형성을 위한 미세회로 공정 기술, 리소그래피입니다. 여기에 가장 특화된 기업이 인텔이었습니다. 인텔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설계와 리소그래피 기술로 시장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0년대 초 0.12㎛(마이크론, 10⁻⁶m )의 미세회로 공정으로 12인치 웨어퍼 시대를 열었습니다. 현재는 나노(10⁻⁹m)의 시대이지만 12인치 웨이퍼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웨이퍼의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전공정 장비의 전면 교체가 필수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 반도체 업계는 이를 감당할 상황이 아닙니다. 더 미세한 공정 기술을 도입해 칩의 생산량과 수율을 높이는 게 반도체 업체 기술력을 좌우했던 시기입니다. 웨이퍼 크기의 변화 없이 현재의 미세공정 기술만으로는 고속의 대용량을 요구하는 AI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세계 최대 미세공정 장비 업체인 ASML의 실적 악화가 이를 대변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표준화에 대한 논란입니다. 50년을 지탱해 온 인텔 아키텍처는 메모리 반도체의 스펙까지 결정했습니다. CPU와 메모리 반도체, 주변기기 간의 신호를 각 처리 장치로 전송하는 경로인 데이터 입출력(I/O) 버스(BUS) 규격을 인텔 주도로 결정했습니다. CPU의 스펙이 결정되면 메모리반도체가 그 뒤를 이어 표준화가 이뤄졌습니다. 현재 표준화 메모리반도체인 DDR SD램 역시 인텔 아키텍처 기반 하에 2000년대 초반부터 주력으로 부상했습니다. 이러한 표준화에 기반한 반도체 시장이 AI 시대 도래와 함께 급격한 변화를 맞게 됩니다. 수요 시장에서 변화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PC·서버·모바일 등 반도체 3대 수요처는 여전하지만 상당한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모바일에서 설계 전문업체인 영국 ARM의 'Strong ARM'의 강세와 애플의 등장은 반도체 시장의 1차 지각변동이었습니다. AI가 불러온 대변화…DC와 클라우드 시대 본격적인 반도체 대변혁은 AI(인공지능) 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DC)와 클라우드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 엔비디아와 HBM(고대역메모리)이 주력으로 급부상합니다. 대용량, 고속의 데이터 처리를 요구하는 AI는 표준화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특화된 구조와 설계에 맞는 '맞춤형'을 요구합니다. AI를 주도하는 빅테크 업체들은 자신만의 특화된 데이터센터 구축을 원합니다. 경쟁사에 자신들의 표준 기술을 따르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자사만의 고유한 DC를 구축하고 플랫폼은 오픈형을 추구합니다. 최근의 주력 메모리반도체인 HBM도 마찬가지입니다. HBM을 구성하는 메모리반도체는 DDR SD램과 같은 범용 제품이 아닙니다.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스펙을 충족하는 메모리반도체이지, 전 세계 모든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표준에 맞춰 생산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세계표준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엔비디아 제품을 사용하는 빅테크, AI 업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성능만 나오게 해달라 합니다. TSMC, SK하이닉스는 그 요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파트너로 부상하고 이들이 현재의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AI의 등장은 메모리반도체 용량 확대 방법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고속의 대용량 메모리는 반도체 업체의 영원한 과제입니다. 이를 미세회로 공정과 웨이퍼 자체의 적층 기술로 극복해 왔습니다. AI의 등장은 웨이퍼 단위의 기술만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에 대응하는 데 한계에 도달함을 알렸습니다.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반도체 후공정 기술인 패키징입니다. 패키징은 단순화하면 웨이퍼에서 생산된 반도체 소자의 집합체인 모듈의 연결 기술입니다. 패키징은 전공정에 비해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왔으나 HBM은 이런 통념을 깨고 있습니다. HBM은 자동차와 비교하면 두 개의 엔진을 다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성능 향상에는 엔진의 출력 향상과 배기량 확대가 중요 요소입니다. 메모리업체들은 그동안 한 개의 반도체 모듈로, 즉 한 개의 엔진으로 이를 극복해왔는데 HBM은 두 개 이상의 엔진을 달게 되는 것입니다. 패키징이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징 개발 담당 부사장은 지난 24일 반도체대전(SEDEX 2024)에서 "HBM 비즈니스의 전환점은 패키징이고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이 혁신의 최전선"이라며 "여러 가지 새로운 쌓는(stack)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또 "기존에는 반도체가 디자인, 팹 소자, 패키징 등 기술의 덧셈이었다면 지금은 곱셈으로 바뀌었다"며 "패키징 기술이 없으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는 어떻게 맞춤형과 패키징 시대를 대비하고 HBM 시장을 주도하게 됐을까요? [격변의 반도체시장]① 절대 호황도 절대 불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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