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퀀텀온(옛 에이치앤비디자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주체가 과거 상장폐지 등 여러 한계기업과 연관된 투자조합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퀀텀온은 지난달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유령법인들로부터 경기도 시흥시 외곽에 위치한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60억 넣겠다는 조합의 불안한 행적
11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퀀텀온은 다음날(12일) 60억원 규모 유증 납입이 예정돼 있다. 납입 대상은 AFC미라클펀드(AFCMIRACLEFUND) 투자조합으로 수차례 납입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
AFC미라클펀드 투자조합은 전원이라는 인물이 대표와 최대 출자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주요 출자자에는 김상도 씨가 등재돼 있다. 이 조합은 과거 상장폐지 등 한계기업에서 등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합은 지난 2019년 미래SCI(옛 스페로글로벌·현재 상장폐지)가 반기 검토 의견 거절을 받은 이후 30억원 규모 42회차 CB 납입 대상자에 등장했다. 하지만 납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 CB는 발행되지 않았다. 미래SCI의 20억원 규모 유증 대상자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납입은 수차례 지연됐고 이후 대상자는 변경됐다.
또한 AFC미라클펀드 조합은 지난 2020년 에스에이치엔엘(옛 아래스·현재 상장폐지) 5억원 규모 유증에 참여했다. 에스에이치엔엘은 지난 2017년 전 대표의 횡령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다. 이 법인은 재작년 상장폐지됐다.
퀀텀온의 유증 일정은 이번이 마지노선이다. 유증 최초 납입일(5월 21일)을 감안하면 이번달에 반드시 납입이 이뤄져야 한다. 최초 일정에서 6개월 이상 늦춰지면 불성실공시법인 검토 등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검토 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으며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법인이 대주주 변경 등 경영권이 변동하면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회사는 유증 납입이 완료될 경우 AFC미라클펀드 투자조합으로 대주주가 변경된다고 밝힌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주의 환기종목 등 부실 징후가 나타난 기업의 대주주가 변경되면 경영에 심한 변동이 일어날 수 있어 실질 심사에 나선다"며 "즉시 실질 심사에 들어가는 구주 매각과 달리 유증 등의 신규 자금 유입은 예외로 허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증을 통해 경영권 변동이 발생했는지 여부는 금융감독원 쪽에서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봉관 대표는 "유증이 들어오면 대주주는 변경될 수 있지만 경영권 변동은 없다"고 주장했다.
의문의 부동산 거래..덮밥집으로 간 51억?
퀀텀온은 지난달 11회차 CB를 발행했다. 당초 100억원 규모로 발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납입이 수차례 지연된 끝에 5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사는 51억원어치 CB를 주고 경기도의 상가 건물 일부를 사들였다. 어떠한 용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거래 대상자는 더오션, 마린이라는 법인으로 정체가 불분명하다. 더오션과 마린은 각각 지난 2019년과 2021년 자본금 1억원에 설립됐다. 두 법인 모두 주요 인물에 이주근, 임미혜 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고, 법인의 주소지도 동일하다.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두 법인의 등록 주소지를 직접 방문했지만 음식점만 있을 뿐 이외의 영업활동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식당 관계자는 "더오션, 마린 측과 6개월 전 정도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며 "계약 이후로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더오션이 감사보고서에 기재한 경기도 안산시 주소지에도 업체 간판은 없었고, 문은 잠겨 있었다. 빌딩 관리인은 "더오션이라는 법인은 처음 들어본다"고 밝혔다.
마린의 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위드홀딩스라는 업체도 행방이 묘연하다. 이 법인은 재작년 자본금 100만원에 설립된 법인으로 동일하게 이주근, 임미혜 씨가 주요 인물에 등재돼있다. 경기도 시흥시 등록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공사 자재가 쌓여있는 등 영업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퀀텀온은 위드홀딩스가 주소지로 등록해 놓은 건물의 일부 공간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과거 임의 설계변경 등의 문제로 시흥시가 조사에 착수한 바 있는 곳이다. 수분양자들이 허위 과대 광고 등으로 분양사기를 당했다며 집단 반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주근 대표 측 관계자는 "주변 지인 소개로 퀀텀온과 거래를 했다"며 "시행사가 갖고 있던 몇개 칸을 퀀텀온에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봉관 대표는 "현재 세팅을 진행 중에 있다"며 "잔금은 1년 후로 예정돼 있다"고 언급했다.
대한종건, 200억에 사들여 25억에 매각
이런 가운데 퀀텀온은 지난달 대한종건을 25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200억원에 사들인 회사가 2년도 안돼 약 8분의 1 토막난 것. 처분 예정일은 다음달 20일로 예정돼 있다.
회사는 지난해 고대웅 씨 등 한강 그룹 측 인물들로부터 대한종건 지분 100%를 총 200억원에 사들였다. 퀀텀온은 당초 현금으로만 대금을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잔금 일정은 수차례 변경됐고, 잔금 중 일부를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대납했다. 이후 회사는 대한종건과의 합병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대한종건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86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은 594억원으로 매출액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또한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459억원으로 자본 잠식 상태다. 재무 구조가 급격히 악화하자 헐값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퀀텀온 역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823억원, 3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99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은 647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액 규모를 넘어섰다. 별도 기준으로도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3억원, 230억원이다.
재무 상황도 악화 일로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54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들었다. 상반기 별도 기준으로도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밑도는 자본잠식 상태다.
퀀텀온은 회계감사인으로부터 올해 상반기 검토 의견 거절을 받았다. 회계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회사의 주요 사업의 중단 또는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영업활동에서 현금흐름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의견 거절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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