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코스닥 상장사 이에이트가 상장 9개월여 만에 주주에게 손을 벌렸다.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환사채(CB) 상환에 나서겠다는 것. 힘겨운 상황 속에서 부실 비상장사에 자금을 투입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 1년도 안돼 주주 향해 자금지원 요청
17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에이트는 약 177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증을 예고했다. 예정 신주 발행가는 5530원으로 청약일과 납입 예정일은 각각 내년 2월과 3월이다.
이에이트는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70억원을 1~3회차 CB 원금 및 이자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107억원은 R&D(연구개발), 외주용역비, 마케팅비용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장 1년도 안돼 주주들에게 다시 손을 벌리는 셈.
이와 관련해 이에이트는 "주가가 1~3회차 CB 전환가인 1만9000원을 크게 밑돌고 있어 CB 보유자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이에이트가 상환한다고 밝힌 1~3회차 CB는 한화투자증권과 스톤브릿지DNA혁신성장투자조합 등을 대상으로 재작년과 지난해 발행됐다. 이 CB의 만기이자율은 모두 7%로, 만기일은 2026년과 2027년으로 예정돼있다.
상장 이후 주가 부진이 이어지며 CB 조기 상환 청구 가능성이 커지자 서둘러 자금 조달에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에이트 주가는 4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초 2만원 초반대를 기록하던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 16일 유증 소식에 5980원까지 주저앉았다. 공모가(2만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
본업 부진한데..적자 비상장사에 투자
이에이트는 상장 이후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김진현 대표가 IPO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에는 실적들이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과 달리 정반대 양상이다.
이에이트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37억원, 6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6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은 98억원으로 매출액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또한 3분기 말 기준 부채 비율은 235%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지난 4월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인 법인에 1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에스앤비-제이엔엠 메디칼 1호 조합을 통해 리브스메드라는 법인에 투자를 진행한 것. 리브스메드는 지난 2011년 설립된 법인으로 주요 인물에 이정주, 오세윤, 최재희, 허준영 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법인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과 순손실은 각각 173억원, 570억원을 기록했다. 재작년 매출액과 순손실도 각각 97억원, 590억원이다. 당초 연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기업공개(IPO) 시점을 내년으로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이트는 올해 2월 상장하면서 총 22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회사는 10억원은 시설자금에 사용하고, 21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이트 관계자는 "연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130억원의 자금 미스 매칭이 발생해 유증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진현 대표는 3분기 말 기준 약 26% 지분율을 확보 중이다. 김 대표의 이번 유증 참여 여부를 묻자 이에이트 관계자는 "알고 있는 바가 없다"며 "100%까진 어려울 수 있겠지만 상당 부분 참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