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김용운 기자ㅣ대형마트 국내 2위인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MBK파트너스의 부실 경영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IB업계에서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나선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5년말 MBK파트너스에 인수되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이후 '자산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홈플러스의 점포를 비롯해 영업용 토지와 건물 등을 지속적으로 매각해 수조 원대의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식으로 경영을 해왔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홈플러스를 경영하기 시작한 2016회계연도(2016년3월~2017년2월)부터 2023회계연도(2023년3월~2024년2월)까지 유형자산과 매각예정자산, 투자부동산을 처분해 확보한 현금은 총 4조1130억원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처분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매각한 자산은 유형자산입니다. 점포와 점포가 들어선 토지, 점포 내 영업기구 등을 매각해 9년여간 3조4000억원을 확보습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에 7081억원을 투자한 점을 고려해도, 유형자산 매매로만 홈플러스는 2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2023회계연도 매출액은 6조9314억원으로 MBK파트너스 인수 직후인 2016회계연도 매출액 6조6067억원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근 3개 회계연도 모두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663.9%, 944.0%, 3211.7%로 급등했고 신용평가사들이 등급하락을 결정한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로 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현금 창출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도 이런 맥락에서 기업회생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IB업계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MBK파트너스가 추진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적대적 M&A를 주도하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홈플러스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만큼 김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다가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 업종으로 내수 뿐만 아니라 수출 및 전략적 자원관리 차원에서 홈플러스보다 훨씬 복잡한 경영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경영 공식 중 하나가 '자산 효율화'인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과연 지속가능하면서 효과적인가라는 논쟁이 있어왔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에 믿음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성공한 뒤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사업과 이차전지 사업, 전략광물 사업 등을 각각 쪼개 팔고 나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다면 국내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주시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