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안에 들어 있는 너구리 어묵 너무 귀여워요‘’, ‘’맛은 생각보다 평범한 것 같아요.‘’
농심이 1982년 너구리 라면을 출시한 데 이어 35년 만에 볶음면으로 너구리 2탄을 선보였다.(본지 2월27일자 <‘너구리의 변신은 무죄’ 농심, 해물볶음면 시장 도전> 기사 참조.)
밤에 야식으로 먹는 라면은 그야말로 꿀맛.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와 얼큰한 국물은 해장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초등학교 시절 토요일 오후마다 엄마가 끓여줬던 라면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너구리의 오랜 팬이다. 과거 하얀국물면이 돌풍을 일으켰을 때도, 작년 부대찌개 라면이 인기를 끌었을 때도 늘 너구리를 선택했다. 알고보니 너구리는 나와 동갑내기이기도 했다. 최근 때마침 신제품도 출시돼 이번 생경한 소식은 '볶음너구리' 시식 후기로 결정했다.
사실 볶음너구리가 출시되던 날 이미 SNS상에서 시식후기를 접했다. 출시 첫 날이라서 후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건더기가 풍부하고, 너구리 캐릭터가 상당히 귀엽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맛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아쉬운 반응으로 나뉘었다. 시식후기까지 접하니 맛이 더 궁금해졌다.
하지만 볶음너구리 사냥은 쉽지 않았다. 삼일절 연휴를 이용해 맛을 보려던 기자는 살고 있는 동네의 편의점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출시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규모가 꽤 큰 편의점도 몇 군데 들렀지만, 체포(?)에 실패했다.
결국 비를 뚫고 찾아간 대형마트에서 만날 수 있었다. 반가움도 잠시 고민에 빠졌다. 봉지 라면과 용기면으로 출시됐지만, 낱개로는 팔지 않았다. 5봉지가 들어간 팩키지로만 판매 중이었던 것이다. 평소 라면을 자주 먹지 않고, 1인 가구인 내게 5봉지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묶음 볶음너구리를 샀다. 내용물에는 면과 함께 끓이는 '건더기스프'와 나중에 국물을 버린 후 추가해 넣는 '볶음고추조미유'와 '볶음해물스프' 총 3가지가 들어 있다. 끓이는 방식은 짜파게티와 비슷하다. 평소 약간 싱겁게 먹는 편이어서 레시피(다섯 숟가락)보다 약간 더 흥건하게 국물을 남기고 비볐다.
다 끓인 후 접시에 옮겨 담으니 해물 특유의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SNS상에서 반응이 좋았던 귀여운 모양의 너구리 어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일반 라면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양을 자랑한 건더기는 한눈에 봐도 풍부해 보였다. 너구리면에 들어 있는 조각 다시마를 잘게 썰어 첨가했다.
한 젓가락을 크게 먹었는데, 미역과 다시마 특유의 향이 입안을 감쌌다. 농심은 풍부한 해물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자평했지만, 해조류의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일까. 맛이 있었다. 무엇보다 너구리의 굵직한 우동면이 볶음면에서 더 쫄깃함의 위력을 발휘했다. 한 젓가락만으로도 입안이 가득찬 느낌.
여기에 적당히 기름지면서 매콤한 맛이 더해지면서 '1000원대 볶음면 치고는 고급지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매운맛이 약해 평소 매콤한 음식과 거리를 뒀던 기자도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오히려 너구리 라면보다 매운 맛은 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때때로 발견하게 되는 너구리 모양의 어묵을 볼 때마다 피식 웃음도 나왔다. 최근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볶음 너구리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일각에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친 '짜파구리(짜파게티 + 너구리)'와 비슷한 맛이라고 평했지만, 먹어보니 너구리 라면을 농축한 맛에 가까웠다. 다만, 볶음너구리의 레시피보다 약 2배 가량 많은 국물에 해물스프와 고추 조미유를 넣는데도 약간 짠맛이 남아 있었다. 짜파게티와 비슷하게 먹고난 후 양이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은 아쉬웠다.
식품 업계는 소비자의 첫 구매와 재구매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호기심과 맛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의미에서 볶음 너구리는 '35년 만에 출시한 점'과 '너구리 캐릭터'는 호기심을 자극할 만했다. 농심이 너구리 어묵을 통해 마케팅 포인트를 제대로 짚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기자의 입맛에는 맛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출입을 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홍보팀 직원도 만나본 적이 없다). 대형마트에서 5봉지를 집어들면서 ‘’가까운 지인들이랑 나눠 먹어야겠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는데, 시식 후 생각이 바뀌었다.
남은 4봉지도 라면이 생각날 때마다 한 개씩 끓여 먹고, 지인들에겐 한 번쯤 먹어보라고 추천만 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