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오는 27일과 28일에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간 첫 간담회에 식품업체인 오뚜기가 깜짝 초청됐다. 재계 선두권 그룹사와 하는 청와대 간담회에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이례적으로 포함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그룹별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그룹 집중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에 대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는 '비정규직 없는 회사 방침'이 모범사례로 소개되는 등 문재인 정부가 꼽은 '착한 기업'의 대표 사례가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뚜기의 '착한기업' 이미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과 상생 협력을 대표하는 모범 기업으로의 이미지가 오뚜기에 긍정적인 기회이지만 동시에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는 27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한다. 현대차와 LG, 포스코, 한화 등이 대면할 예정으로,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청와대 간담회에 굵직한 기업들 사이에 유일한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초청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계 서열 1~15위(농협 제외) 기업의 총수들이 대면하는 자리인데, 규모가 작은 오뚜기가 포함된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그 동안 오뚜기를 행보를 보면 온당하다는 평가가 더 많다. 오뚜기는 최근 임직원의 비정규직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사실과 1500억원대의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납하는 등의 미담이 알려지면서 '갓뚜기(갓+오뚜기)'로 불리고 있다.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오뚜기를 옹호하는 글이 빠른 속도로 퍼졌다. 이들 대부분은 '오뚜기 제품만 구입하겠다'며 자체적으로 오뚜기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자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모범 기업 사례로 꼽히면서 간담회에도 초청받게 된 것. 오뚜기 입장에서는 자랑스러우면서도 회사를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평소 오뚜기를 응원하는 소비자들을 더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 초청으로 오뚜기가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뚜기가 '착한기업'이라는 프레임에 완전히 갇히게 된 것도 고민거리다. 모든 기업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는데, 오뚜기의 경우 지나치게 밝은 면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가 높아질 수록 사소한 문제가 크게 회자되는 등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기업의 위기 관리 전문가 A씨는 “좋은 면만 부각된 기업이 사소한 잘못을 하면 대중은 금방 실망하기 마련이다”며 “특히 '착하다'는 이미지로 인해 작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감내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뚜기가 '문재인표 착한기업'이라는 연관성이 생기면서 정치적인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나아가야 할 경제정책 방향성에 오뚜기가 상징으로 지정된 것이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
예컨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등의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쉽게 말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야당이나 반(反)문재인 세력이 정치적으로 오뚜기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집중 공격 대상이 되는 만큼 기업의 리스크가 커질 요소도 더해지는 것이다.
또 다른 위기 관리 전문가 B씨는 “소위 '갓뚜기'라는 이미지가 굳어질수록 내부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등의 증언이 쏟아질 수 있다”며 “회사가 만약 사소한 실수를 하더라도 정치적인 이슈로 촉발되기 시작하면 안티그룹이 생겨나는 등 소비자가 양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7일 오뚜기와 같이 참석한 재계 입장에서도 껄끄러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 규모면에서 한참 밀리는 회사가 함께 자리하는 것이 격이 안맞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규직 채용이나 승계 관련 이슈가 있는 기업이라면 민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오뚜기가 향후 사소한 문제가 붉어지지 않도록 촘촘한 위기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업 스스로가 고객 기대치를 높이는 마케팅을 자제하고,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
복수의 위기관리 전문가는 “벌써부터 오뚜기 내부에서 '의사결정 구조가 선진적인 편은 아니다'는 등 바깥에서 보는 시각과 차이가 나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닌 미리미리 리스크를 관리하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