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 직장인 김혜민(34세) 씨는 하루 종일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오전에 2샷을 넣은 아메리카노 2잔을 비워내고, 점심 후 입가심으로 오후엔 피곤함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저녁을 먹고도 당연히(?) 마시는데, 잠들기 바로 직전에도 커피를 마시는 데 주저함이 없다. 김 씨는 각성효과가 강한 카페인에 천하무적인 체질로 태어나기라도 한 걸까?
최근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디카페인 커피(Decaffeinated Coffee)가 뜨고 있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경우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카페인 과다섭취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것이다.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디카페인 커피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6일 커피 전문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여름부터 디카페인 커피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이번 디카페인 커피는 출시한지 한 달 만에 100만잔을 판매를 돌파했다. 엔제리너스와 커피빈 등 다른 커피전문점도 디카페인 커피를 판매하고 있어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엔제리너스는 작년 11월 디카페인 '오르조 커피 2종'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오르조는 이탈리아어로 '보리'라는 뜻으로 보리를 원두처럼 로스팅해 카페인이 없지만, 커피맛과 향은 유지한 제품이다. 보리 특유의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로 카페인에 약하지만 커피를 즐기고 있는 일부 고객들을 위해 개발됐다.
엔레리너스 관계자는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 부담을 느끼는 고객 중 차음료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디카페인으로 커피를 계속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며 “카푸치노와 라떼로 준비돼 있어 지금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매출이 반짝 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커피시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커피류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77잔이다. 하루에 1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셈으로 지난 5년 간 연평균 7%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카페인 커피도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더 높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하루 두 잔 이상씩 커피를 마시는 커피 매니아 사이에서 커피의 풍미를 그대로 즐기되 카페인 걱정을 줄일 수 있는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여기에 임신 또는 수유 중인 고객들도 디카페인 커피를 찾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8월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된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음료가 100만 잔을 넘어섰다. 출시 당시 판매 목표량의 약 1.5배 수치로,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음료 평균 10잔 중 1잔은 디카페인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카페인을 찾는 사람들은 저녁 8~9시 사이에 가장 많다. 저녁 시간대 카페인 섭취를 줄이면서 커피를 즐기려는 고객이 주로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직까지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커피전문점 전체로 확산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찌, 이디야 등에선 디카페인 커피가 메뉴에 없다. 복수의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진한맛의 커피가 인기가 있고, 디카페인을 찾는 고객은 제한적이다”면서 “국내 디카페인 커피 공정 규정도 까다로운 편이라서 당분간 출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디카페인 커피맛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 디카페인 커피는 CO2 공정으로 오직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원두를 사용해 커피의 맛과 향을 살렸다고 설명한다. 일부 소비자의 경우 디카페인 커피를 일반 커피에 비해 연하기 때문에 확연한 맛 차이가 있다고 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커피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디카페인 커피의 맛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디카페인 대신 음료에 커피 샷을 반으로 줄이는 1/2디카페인을 선택해 커피의 진한 맛은 유지하면서 카페인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