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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도 시스템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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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y 25, 2018, 06:05:05

[진세근의 중국경제 이야기] 대출의 천국 중국..‘인민의 이름으로’

[진세근 겸임교수] 중국은 대출의 천국이다. 무엇보다 소액 대출의 천국이다. 고리채도 횡행한다. 그 탓에 온갖 비극적인 스토리가 미디어에 등장한다.

 

정작 중국인의 골수를 갉아 먹는 대출은 따로 있다. ‘샤오위안따이’(校園貸-캠퍼스 대출)와 ‘꿔챠오 대출’(过桥贷款 – 징검다리 대출)이다. 샤오위안따이는 중국의 미래인 대학생을, 꿔차오 대출은 중국의 생명줄인 기업을 파괴한다. 우선 샤오위안따이를 보자.

 

올해 초 충칭(重慶)의 한 명문대생이 12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유서도 없었다. 경찰은 자취방을 수색해 124만 위안(약 2억2천만원)의 채무를 찾아냈다. 지난달 11일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시 파화메이(法花美) 단지 내 한 숙박소에서 샤먼(廈門)에서 대학을 다니는 슝샤오제(熊小潔·20)양이 목매 자살했다. 경찰조사 결과 슝 양의 빚은 56만 위안(약 1억원)으로 확인됐다.

 

두 자살의 원인이 바로 ‘샤오위안따이’다. 샤오위안따이는 학생들만을 겨냥한 대출이다. 특징은 ▲묻지마 대출 ▲살인적인 고리 ▲폭력행위를 동반한 채무독촉으로 요약된다.

 

형식적인 특징은 저리로 유혹하고 신청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이다. 종류도 대략 2가지다. 하나는 분할구매다. 물건을 사서 현금으로 교환한다. 변칙대출이다. 또 하나는 P2P대출(개인 간 대출)이다. 누구나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이자도 싸다.

 

그러나 자세히 따져보면 연리가 20%를 훌쩍 넘어선다. 중국 금융법에 따르면 연리 24%까지는 법으로 보호받는다. 36%가 넘으면 무효다. 문제는 25∼35%까지다. 불법은 아니지만 법이 보장해 주지도 않는 ‘회색지대’다.

 

불법이 아니니 단속받지는 않고, 법이 상환을 보장해 주지 않으니 스스로 빚 독촉에 나서는 거다. 학생들은 샤오위안따이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 손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사치와 낭비에 빠져들다 결국 헤어나올 수 없는 늪까지 들어가게 된다.

 

푸젠성에서 발행되는 둥난자오바오(東南早報)에 따르면 샤오위안따이의 금융적·법률적 위험을 인지하느냐는 질문에 명료하게 알고 있다는 응답은 4.09%에 불과했다. ‘대략 알고 있다’가 30.18%, ‘듣기는 했지만 잘 모른다’가 32.05%, ‘전혀 모른다’가 33.68%로 나타났다. 3분의 2이상이 샤오위안따이의 위험성에대해 무지하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은행감독위원회는 ‘금융위험방지업무에 대한 지도의견’을 발표했다. 핵심은 ‘샤오위안따이’에 대한 조치다. 이는 ▲상환 무능력자에게 대출 금지 ▲18세 미만 대학생에 대한 영업 금지 ▲허위 혹은 과장 광고 금지 ▲고리대금 금지 등이다.

 

또 다른 얘기를 보자. ‘인민의 이름으로(人民的名義)’. 중국에서 뜨는 아니 이미 뜬 드라마다. 최고인민검찰원이 직접 제작한 작품이다. 다펑창(大風廠)의 자금문제를 둘러싸고 얘기가 전개된다. 다펑창은 매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빚으로 빚을 갚는 형식이다.

 

신규대출 승인에는 시간이 걸린다. 신규 대출을 받기까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출이 꿔차오 대출(過橋貸款), 즉 징검다리 대출이다. ‘헌 빚과 새 빚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대출’이다. 다펑창은 산쉐이(山水) 집단으로부터 5천 만 위안의 꿔차오 대출을 빌렸다. 빌린 돈은 은행 빚 상환에 들어갔다. 산쉐이 집단에게 다펑창의 주식이 담보로 제공됐다.

 

헌데 부행장인 오우양징(歐陽菁)이 신규 대출을 불허한다. 다펑창은 꿔차오 대출을 갚을 길이 없어지고, 그 결과 담보로 맡긴 주식을 날렸다. 이 과정에서 다펑창 사장에 대한 구타와 납치, 그리고 오우양징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면서 극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꿔차오 대출이 인민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꿔차오 대출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만 일반인들에겐 낯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꿔차오 대출은 기업 간 대출이다. 특징은 단기(短期)이고 고수익이라는 점이다. 다펑창이 빌린 대출은 대출 기한이 6일이고 하루 이자는 0.4%다. 연리로 환산하면 146%의 초(超)고리다.

꿔차오 대출을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거래는 아주 짭짤하다.

 

보통은 은행이 후속 대출을 결정한 뒤 대출을 주선하기 때문에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 담보도 잡을 수 있다. 결국 고리의 대출이자를 안전하게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 꿔차오 대출을 제공하는 기업은 든든한 배경과 연줄을 가진 기업이다. 은행이 아무에게나 이런 기름진 고기덩이를 던져주지는 않을 테니까.

 

문제는 경영 부실로 대출상환이 어려운 기업에게도 꿔차오 대출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잠시 숨구멍을 터주는 것일 뿐 결국 폭탄은 터지고 만다.

 

꿔차오 대출이 빚어낸 불행은 은행만의 잘못일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은행의 대출 시스템에 있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은행의 대출 시스템, 그리고 이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동원되는 꿔차오 대출이 은행에게는 자산 분식의 유혹을, 은행원에게는 과외 돈 챙기는 기회를 각각 제공한다.

 

내용을 한번 들여다 보자. 은행의 대출 담당자는 어떤 기업이 상환 능력이 없는지 잘 안다. 그는 뇌물을 받고 꿔차오 대출을 알선한다.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런 대출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리스크 관리’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은행이 2년짜리 대출을 했다. 2년 동안에는 해당 기업이 상환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은행은 불안하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간단한 방법은 대출금을 중도에 회수하면 된다. 회수하고 다시 대출하면 되니까.

 

기업이 장기 대출을 원하는 줄을 분명히 알면서도 은행이 단기 대출을 해주는 이유다. 은행은 단기 대출 후 재 대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행의 신용평가 능력을 키우면 꿔차오 대출은 사라질까? 회의적이다. 이런 좋은 먹거리를 은행이나 은행 감독기관이 쉽게 포기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샤오위안따이와 꿔차오 대출의 공통점이 있다. 시스템 부재다. 이 탓에 수많은 부정과 비리, 비극이 잉태된다. 시스템이 마련되면 관리가 투명해지고, 관리가 투명해지면 비리의 토양은 저절로 사라진다. 금융 노하우가 발전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샤오위안따이와 꿔차오 대출의 비극을 시스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진통으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끊임없는 악순환의 고리로 계속 작동시킬 것인지, 선택은 중국 정부에게 있다. 그리고 정부를 움직이는 힘은 인민에게 있다.

 

‘인민의 이름으로’. 정답은 드라마 제목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 진세근 서경대 문화콘텐츠학부 겸임교수/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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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근 겸임교수 기자 mirip@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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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 한달…수익 줄고 대차잔고 급증 종목만 노린다

공매도 재개 한달…수익 줄고 대차잔고 급증 종목만 노린다

2025.05.06 02:04:20

인더뉴스 최이레 기자ㅣ기울어진 운동장 해소와 무차입 공매도 근절 위해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 거래가 다시 시작된지 한 달. 17개월간의 긴 제도 정비 끝에 다시 시작된 만큼 주식시장 전반에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공매도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큰 낙폭이 남았고 그 여파도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위험을 피하려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대차잔고가 급증하는 종목에 대해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거래가 재개된 3월3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동반 상승했습니다. 코스피는 2481.12에서 2565.42포인트로 3.40% 올랐고 코스닥은 672.85에서 726.46포인트로 7.97% 뛰었습니다. 다만 이 기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재개 첫날 각각 3.00%, 3.01% 빠진데 이어 지난달 7일에도 5.57%, 5.25% 하락하는 등 부침을 보였습니다. 이후 국내 증시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연초 이후 준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지수나 업종보다는 개별 종목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 편입 종목 가운데 공매도 거래(3월31일~4월29일 기준)가 많았던 30개 종목을 추려본 결과 6개 종목을 제외한 24개 종목이 이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가장 높은 종목인 SK이노베이션(39.4%) 주가는 20.7% 떨어졌습니다. 그 뒤를 이은 KG모빌리티(32.4%)는 14.1%, LG디스플레이(29.2%) 6.9%, S-Oil(28.2%) 9.1%, LG생활건강(27.7%) 3.8% 하락했습니다. 수급 측면에서 이들 종목은 공매도 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 자금이 이탈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한달 간 외국인들은 SK이노베이션 주식을 1545억4900만원 규모로 순매도했고 동시에 KG모빌리티는 7억9600만원, LG디스플레이 328억7400만원, S-Oil 709억1600만원, LG생활건강 39억6300만원 씩 팔아치웠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 외에도 실적 가시성이 떨어지거나 공매도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대차잔고가 빠르게 증가하는 종목들이 공매도 세력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기초체력(펀더멘털)·수급 요인에 따른 선별적인 공매도 영향이 예상된다"며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최근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하향되는 동시에 대차잔고가 증가하는 업종(에너지·철강·IT가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개별 종목에서는 대차잔고가 빠르게 증가하는 종목들(한미반도체·엔켐·주성엔지니어링 등)과 더불어 선·현물 가격차 관점에서 현물이 고평가된 종목들(이녹스첨단소재·SOOP) 등은 공매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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