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요즘 K뷰티 트렌드를 알려면 강남역으로 가야죠.”
서울 강남이 K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동에 이어 국내 굵직한 화장품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다. 특히 강남역 10번출구에서 신논현역 방향으로 올리브영 강남본점, 미샤 플래그십스토어, 시코르 플래그십스토어 등 초대형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강남역은 명동보다 상대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적고, 유동인구가 많아 K뷰티 트렌드를 파악하기 적합하다. 지역 특성상 어학원과 유학원 등이 있어 10~20대 젊은층부터 강남역 인근에서 일하는 30~40대 직장인 등 연령층이 다양하기 때문.
강남역 일대의 CJ올리브영, 미샤, 시코르 등 체험형 매장을 뷰티 전문가와 함께 동행, 비교해 봤다. 세 곳 모두 제품을 자유롭게 써볼 수 있도록 셀프 메이크업바가 마련돼 있다. 다만, 매장별로 색조화장품 AR 체험, 주력 판매 제품, 주요 서비스 등은 약간씩 달랐다.
◇ CJ올리브영 강남본점 “색조 화장품 AR체험존 실감나”
올리브영 강남본점은 IT기술을 접목한 체험이 색달랐다. 메이크업 셀프바 옆에는 색조 화장품을 증강현실(AR) 체험존이 마련돼 있다. 아이패드 앞에 서서 베이스, 아이새도우, 립스틱, 블러셔 등을 골라 가상으로 화장할 수 있다. 본인의 피부톤에 맞는 제품을 직접 고를 수 있다.
실제로 가상 메이크업 체험은 실감났다. 얼굴 베이스를 포함해 눈과 입술 자리를 정확히 파악해 고른 제품을 덧씌었다. 평소와 다른 화장을 원할 경우 제품을 사기 전에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안성맞춤이었다.
색조 화장 AR체험을 한 고객은 “제품을 골라 가상 메이크업 체험이라서 별 기대를 안 했는데, 고른 제품이 정확이 얼굴에 표현돼 신기하다”며 “블러셔와 립스틱 종류가 많아 그동안 색깔이 과감해서 망설였던 제품이 어울리는지 확인해 봤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강남본점은 화장품 설명에 IT기술을 더했다. 네모 반듯한 모형의 스마트 테이블에 제품을 올려놓으면 ▲제품 설명 ▲홍보 영상 ▲제품 위치 ▲SNS 등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다. 이 곳은 중소브랜드와 온라인 인디 브랜드,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등 제품 종류를 다양화했다.
◇ 미샤, 화장품 전쟁터 강남역 도전장..“테스트 매장 역할”
에이블씨엔씨의 로드숍 브랜드 미샤는 이달 17일 강남역에 2층으로 된 200평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갤러리 M)를 오픈했다. 올리브영 강남본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시코르 매장 사이에 위치해 있다. 1층엔 미샤 제품이 진열돼 있고, 2층엔 뷰티 강좌와 갤러리 장소로 꾸며졌다.
이번 플래그십스토어는 미샤의 모든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미샤 역시 스마트 기기를 통해 본인의 피부톤, 머리색 등을 고려한 색조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밖에 립스틱과 쿠션 등에 이름이나 좋아하는 단어 등을 새길 수 있는 각인 서비스도 제공된다.
미샤 관계자는 “각인 서비스는 구매한 제품에 이름이나 문구를 넣으면 자신만을 위한 제품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며 “각인 서비스는 평일에만 가능하며,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있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또 강남역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유명 캘리그라피 작가와 콜라보레이션해 출시한 마스크팩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밖에 2층엔 뷰티 전문가 등의 메이크업 시연회를 볼 수 있는 갤러리존이 마련돼 있다.
◇ 글로벌 브랜드 총집합 ‘시코르’..“여성들의 놀이터 콘셉트”
올리브영과 미샤는 '가성비' 중심의 제품을 판매한다면 신세계백화점 시코르는 글로벌 브랜드로 승부를 건다. 백화점에 입점돼 있는 브랜드 화장품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메이크업 셀프바'가 인기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사기 망설였던 여러 종류의 제품을 마음놓고 테스트할 수 있다.
시코르 매장은 올리브영과 미샤와 불과 100m 남짓 떨어져 있으며, 매장은 약 300평 규모다. 매장에 방문했을 때 '셀프바'는 방문 고객들로 북적였다. 랑콤, 나스, 바비 브라운 등의 색조제품이 진열돼 있어 수정 화장하거나, 신제품을 써볼 수 있다.
이 곳은 매장 직원의 응대를 부담스러워하는 젊은층을 겨냥했다. 다만, 브랜드별로 메이크업 체험이나 눈썹 다듬기 등의 서비스는 백화점과 동일하게 제공된다. 2층에는 기초 화장품과 프리미엄 향수, 란제리 등 라이프 스타일 제품으로 구성됐다.
시코르 매장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오픈한 강남역점은 백화점을 벗어난 첫번째 로드숍으로 꾸준히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명품 화장품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는 화장대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서채원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강남역에서 경쟁하는 매장은 가급적 고객들이 많은 제품을 오랜시간 머물면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특히 미세먼지가 극성인데, 클렌징 제품을 사용해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는 고객 니즈를 세심하게 반영한 공간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대형 매장이 밀집한 곳은 여러 군데를 다니며, 체험하는 즐거움도 있다”면서 ”다만, 고객이 오랜시간 머물면서 여러 제품을 사용한 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다를 수 있고, 글로벌 브랜드는 체험 후 실제 구매는 백화점이나 온라인에서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