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정태 기자ㅣ 세월호 참사로 꽃같은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배상액이 일용직 노동자의 ‘생애 예상소득’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피해학생들의 유족들에게 충분한 보상은 물론 인명사고 예방을 위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1일 보험연구원 정원석 연구위원은 ‘인명사고 예방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선박의 무리한 증축 ▲화물 과다 적재 ▲선원들의 승객에 대한 구호 노력 소홀 등 회사의 관리 소홀과 여러 가지 중첩된 불법행위가 대형 인명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원석 위원은 “실무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소유주의 불법행위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불법행위의 결과에 대한 원상복구뿐만 아니라 징벌 차원에서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는 제도다. 민사상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가지고’ 또는 ‘무분별하게’ 재산 또는 신체상의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현재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의 직·간접적 손해를 복구시켜주는 수준(전보배상의 원칙 적용)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행위 및 관리 소홀 예방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 위원은 “세월호 참사의 경우 가해자가 사망자의 평생소득과 유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모두 보상하더라도 이는 유족과 사망자가 당연히 받아야 부분일 뿐”이라며 “가해자가 관리 소홀 및 불법행위로 인한 징벌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반대해 왔다. 이들은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형사처벌이 수반될 경우 이중처벌의 소지 ▲징벌적 보상금을 노린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원상복구 이상의 충분한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게 정 위원의 의견이다. 특히, 현재 손해배상 제도상 세월호 참사의 주된 희생자인 학생들의 예상 배상액은 ‘일용직 노동자의 생애 예상소득’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또한 그는 불법행위에 대한 형법적 처벌 대상도 실무자로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어 기업의 최고 경영자 혹은 소유자는 불법행위를 묵인할 개연성이 컸다는 것이다.
정원석 연구원은 “세월호 참사의 경우 관리부실이 부른 명백한 인재(人災)”라며 “이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생명 및 안전과 관련한 분야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전면 도입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이 우려된다면 생명 혹은 안전과 관련된 분야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