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 최근 세계적으로 불법 비행 드론 위협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드론에 폭탄을 실어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에 5세대(5G) 이동통신과 자율 비행 기술이 결합하면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산(産)·학(學)·군(軍)이 손잡고 불법 드론 탐지부터 제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드론 테러를 막는 동시에 주요 시설 경비 등 다양한 방면에 활용될 수 있어, 관련 기관은 기술을 고도화에 따른 솔루션 확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신라대학교·육군 53사단·드론 솔루션 기업 ‘한빛드론’은 테러와 비행기 충돌 위험이 있는 드론을 감시하는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및 체계’를 시범 구축했다고 13일 밝혔다.

불법 드론 탐지에서 식별, 추적, 무력화까지 전 단계에 걸친 실시간 공동 대응 시스템이 구축된건 국내 최초다. 5세대(5G) 이동통신, 안티 드론 솔루션, 드론 자율 비행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관제 상황실과 솔루션은 부산 사상에 있는 신라대학교에 설치됐다.

지난 12일에는 부산 강서 김해공항과 부산 사상 삼락생태공원에서 불법 드론 비행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관계자 30여 명이 참여하고 드론 5대와 5G 스마트폰 12대가 동원됐다. 훈련은 5G망으로 신라대학교 강당과 관제센터, 53사단 종합상황실로 생중계됐다.

◇ 김해공항 일대에 불법 비행 5개월간 891건 포착..항공기 충돌·테러에 취약

불법 드론이란 군·공항 관제권과 기차역 주변 등 비행 금지·제한 구역을 승인 없이 비행하거나 허용 고도·시간·기체 무게를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참여 기관과 기업은 불법 드론 위협에 선제 대응하고자 연합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최근 영국 개트윅 공항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불법 드론이 침입해 항공 운항이 중단되고 방사능 물질·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이 주요 인물과 시설을 공격한 적도 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SK텔레콤·신라대·한빛드론이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김해공항 주변 드론 비행을 추적한 결과, 비행금지 구역에서 비행 시도 891건이 발생했다. 모두 김해공항 관제권(공항 반경 9.3km), 낙동강, 사상역, 사상공단 등 주요 시설 상공에서 이뤄졌다.

맨눈으로 관찰이 어려운 고도 150m 이상 비행이 137건(약 15%), 비행이 금지된 야간·새벽 비행도 50건(약 6%)이 넘었다. 김해공항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드론도 있어, 이착륙 중인 비행기와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법 드론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국내외 대부분 기관, 시설에서는 육안으로 불법 드론을 감시하고 안내 방송으로 경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높은 고도로 운행하는 드론이 위해물을 탑재했는지 식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SK텔레콤, 신라대, 육군53사단, 한빛드론은 분석된 결과를 토대로 24시간 실시간 불법 드론을 관제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또한 근접 촬영으로 위험 여부를 파악 후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 드론 탐지부터 제거까지 5단계에 민간 기업·대학·군대가 협력

이번에 구축한 불법 드론 대응 체계는 크게 ▲탐지 ▲식별 ▲추적 ▲무력화 ▲위해 요소 제거 등 5단계로 나뉜다. 단계별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우선 탐지는 신라대에 구축된 ‘안티 드론 솔루션’이 담당한다. 특수 장비가 20m 높이인 신라대 철탑에 설치됐다. 이 장비는 드론 조종 시 발생하는 주파수 신호를 감지해 반경 18km 내 불법 드론과 조종사 위치를 파악한다. 

비행 금지 구역에서 드론이 이륙하면 비상음과 함께 정확한 좌표가 시스템에 표시된다. 탐지율은 약 90% 이상이다. 이 솔루션은 드론 이륙을 10초안에 포착하고 드론과 조종사 위치도 반경 20m 오차 안에서 파악할 수 있다.

불법 비행을 파악하면 ‘5G 가드 드론’이 출동해 식별과 추적에 들어간다. 가드 드론에는 각종 명령을 내리고 초고화질 영상을 전송하는 ‘T라이브캐스터’ 솔루션과 5G 스마트폰이 탑재돼 있다.

T라이브 캐스터는 안티 드론 솔루션에 표시된 불법 드론 좌표를 5G로 곳곳에 대기 중인 가드 드론에 실시간 전달한다. 5G 가드 드론은 불법 드론 위치까지 자율 비행으로 이동한 후 움직임을 감지해 추적하게 된다.

T라이브 캐스터와 5G 스마트폰이 촬영한 현장 영상은 실시간으로 신라대와 군 상황실로 전송된다. 관계자가 불법 드론에 탑재된 물체를 식별하도록 도와준다. 영상은 5G로 전송되므로 최대 10배까지 확대해도 선명하다. 

무력화와 위해 요소 제거에는 육군과 ‘재밍건(Jamming Gun)’이 활약한다. 불법 드론에 폭발물이 탑재됐음이 확인되면 육군 53사단 5분 대기조가 출동해 재밍건을 쏘고 위해자를 제압한다.

재밍건은 휴대할 수 있는 소총 크기다. 발사하면 드론 조종사와 불법 드론 간 전파를 교란해 드론을 강제 착륙시킨다. 고도 500m에 비행하는 드론까지 제압할 수 있다. 이후 53사단 폭발물 처리반이 불법 드론에 있는 위험물을 제거하게 된다.

◇ 대응 체계 강화해 전국 확산 추진..공장 유해물질 감시와 주요 시설 경비

박태학 신라대 총장·여운태 육군 53사단 소장, 최낙훈 SK텔레콤 5GX IoT/Data그룹장, 박양규 한빛드론 대표는 12일 신라대 본관에서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술 개발, 합동 훈련, 대응 체계 고도화를 3년간 추진하게 된다.

또한 불법 드론 대응 체계와 기술을 솔루션 패키지로 만들어 전국 주요 시설에 확산할 계획이다. 5G 가드 드론에 환경 센서를 장착해 공장 유해물질 발생을 근거리에서 감시하거나 열 감지 센서로 산불 감시에 활용할 수 있다.

이미 가드 드론과 T라이브 캐스터는 국내 기관, 기업에 보급됐다. ▲국내 풍력·태양광 발전소 균열부 상세 파악 ▲실종자 수색 ▲해양수산부 적조 감시 ▲112상황실 순찰차 출동현장 관제 ▲인공강우 실험 장비 모니터링 ▲공장·건설현장 안전 관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박태학 총장은 “이번 프로젝트로 산학협력에 기반한 기술개발 고도화와 상용화, 그리고 수출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낙훈 그룹장은 “첨단 기술이 새로운 위협을 만들 수 있어 방어 기술과 솔루션 고도화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며 “다양한 국가 기관, 학교와 협력해 공공 안전에 이바지하는 5GX 드론 솔루션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