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 조영순] 사실 내게 보험은 약간은 불쾌하고 어려운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보험을 반신반의한다. 반면 엄마는 보험을 사랑하다 못해 맹신하신다. 따라서 당연히 내 보험도 엄마가 알아서 가입하시고 관리하신다.
엄마는 가끔 “만약을 대비해서 너희들 위해 보험가입을 해뒀지만 보험금은 다 엄마 몫이야 알지?”라고 농담하신다. 실제로 딸이 넷인 우리 집에서 출가한 큰 언니를 제외하고 가입한 보험에서 수익자는 모두 ‘엄마’로 돼있으니 거짓말은 아닐 듯싶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보험이란, 엄마의 ‘신성한 영역’과도 같다. 그 영역은 감히 침범할 수 없고, 넘보기도 어려운 법. 따라서 내 명의로 된 보험이 몇 개인지, 어떤 항목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도 없다. 20대 때 지인의 추천으로 보험을 가입했던 적이 있었는데 설계사의 설명을 듣긴 했으나,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가입한 탓에 나이에 비해 비싼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몇 년 전 해지했다.
그 무렵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이라는 책을 읽게 됐다. 그 책에는 보험사의 입장이 보험 가입할 때와 보험금 지급할 때가 다르다는 내용이 있었다. 보험사는 정작 지급할 때 조금이라도 적은 금액을 주려고 온갖 노력을 한다는 내용과 10년, 20년 후의 돈의 가치가 달라져 현재 보장돼 있는 금액이 그 땐 큰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등이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보험을 해지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해지 후 되돌려 받은 보험금은 낸 돈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적은 금액이었지만 앞으로 몇 년 더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잘 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가끔 주위에서 보험을 들었다 해도, 질병 부위가 조금만 달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부정적인 인식은 더 강해졌다.
나이가 들고 있기 때문일까? 요즘은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실비 보험 하나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암보험도 하나쯤은 가지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30대를 살고 있자니 20대 때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보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항상 끝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겠다’는 결론이 나온다. 내겐 어렵고도 어려워 감히 엄두내지 못했던 보험가입을 조만간 도전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의 ‘신성한 영역’이니 우선 엄마께 상의부터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