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동아 차장 최은주]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았다. 몇몇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혹시 암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평범한 ‘직장 맘’에서 암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지금의 행복한 일상생활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마음 한가득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 순간 내가 가입해 뒀던 보험들이 하나씩 생각났다. ‘그래, 정말 암이라면 보험금 받아서 치료 받으면 될 거야.’ ‘그래, 이 기회에 보험금 타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의연해졌다.
물론 정말 암이 아니길 간절하게 바랐고, 다행히 암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입했던 보험이 없었으면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때 내 마음이 어땠을까? 당장 은행에 돈이 얼마가 있는지, 치료는 받을 금액이 얼마인지 걱정하고 불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학생이었던 20대 초반에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딸의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으셨던 엄마는 암보험과 상해보험도 모자라 여자에게는 드문 종신보험까지 가입하기를 권유하셨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보험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다지 쓸데없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돈 아깝다고 생각했으며, 어쨌든 나와 상관없는, 머나먼 존재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의 빛나는 젊음과 활기찬 건강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나의 젊음과 건강을 믿으며 언제까지나 그렇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웬걸. 40대에 들어서니 보험들이 위력을 발휘한다. 때론 고맙고 소중하기까지 하다. 다행히 아직까지 큰 질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몇몇 검사와 치료들로 병원에 갈 때마다 보험금을 받는 건 직접적으로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딱 40세부터 해마다 받는 건강검진에서 재검사할 것들이 꼭 나온다.)
무엇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도 크나큰 도움이다. 건강 보험 덕분에 수많은 질병들 앞에서 조금은 의연해질 수 있으며, 연금 보험 덕분에 긴 노후를 생각하며 조금은 안도감을 느낀다.
아들에 대한 보험(건강보험, 교육보험)은 엄마가 아들에게 주는, 세상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작은 힘이 될 것이다. 내가 가입한 소중한 보험들, 이 보험들의 진정한 위력은 이런 게 아닐까 한다. 보험은 낯설고 멀었다가 점점 소중해지는 존재다.
늦게 알아봐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