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정재혁 기자ㅣ고용노동부가 청년 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중소기업에게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예산 소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임금을 지급해온 중소기업들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지원금 미지급 액수가 기업에 따라 수 천 만원에서 최대 수 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 따라서는 임금 체불과 부도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고용부는 예산 소진 관련 대책 마련 없이 “내년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예산소진으로 고용장려금 중단”…고용부, 통지서 한 장으로 통보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24일 최근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신청한 사업주들에게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의 2019년 예산이 모두 소진돼 지원금 지급이 일시 중단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고용부는 공문에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참여기업 수요가 매우 많아 추가지원을 위해 금년 추경을 통해 예산을 추가 확보했음에도 16일자로 모두 소진됐다”며 “현재 신청하시는 건에 대해서는 부득이 2020년 예산으로 지원해 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기존 참여기업 및 청년을 신규채용해 지원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기존과 같이 정상적으로 장려금 신청이 가능(지원금 지급만 중단)하다”며 “사업장에서 신청한 장려금 지급 신청서는 요건을 검토한 후, 2020년 예산이 확보(내년 1월 중) 되는대로 최대한 빠르게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는 5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이 만 15세~34세 청년을 추가로 신규 채용할 경우 사업주에 연 900만원을 최대 3년간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고용부가 올해 배정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은 6745억원이다. 이 예산이 불과 5개월만에 바닥나자 지난 8월 추경을 통해 2162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빠르게 소진되면서 결국 올해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왔다.
◇ 중소기업들 “제도 믿고 뽑았는데, 연말까지 급여 어떻게 지급하라고”
고용부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중단한 탓에 상당수의 중소기업들도 난감한 표정이다.
청년 고용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 소진’으로 인한 기업의 불안한 상황이 그대로 공유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대상자가 많아 금액도 제법 되는지라 윗선에 보고하기도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 자체가 없어질까봐 불안하다는 글도 여럿 올라와 있다. 지난 5월에도 고용부의 예산 소진으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신청이 한 차례 중단된 적이 있어 1년 동안 무려 두 번이나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이 임금에 대한 부담을 당장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5월에 바뀐 제도에 따르면, 1년 동안 최대 30명까지 1인당 연 최대 900만원이 지원된다. 청년 고용에 적극 나섰던 기업의 경우 당장 이번달 급여 지급이 걱정이다.
예를 들어, 30명의 청년을 고용한 A 기업의 경우 기존에 지급하는 급여 이외에 2250만원(1명당 75만원)을 매월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지원되지 않은 8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총 1억 1250만원을 기업에서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 고용부,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중단 대책 無..“기업 알아서 견뎌라”
현재 청년추가고용장려금에 대한 고용부의 대책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고용부가 발송한 안내문에 따르면 “2020년 예산이 확보 되는대로 (청년고용장려금을) 최대한 빠르게 지급할 예정이다”고 나와 있다. 내년 1월 예산이 확보되더라도 구체적으로 장려금을 언제 지원하는지 내용은 빠져 있다.
임금 부담이 떠안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공감대도 낮다는 지적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 중단 관련 문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고용부 기업지원과는 “예산 소진으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과 올해 청년 7명을 신규 채용한 중소기업 한 대표는 “8월부터 10월까지 청년 지원금을 신청하고, 기다렸는데 갑자기 중단 소식을 듣게 됐다”며 “고용부에 전화로 확인해보니, 전혀 공감되지 않은 이야기만 늘어놓더라. 정부가 예산을 마구 소진해놓고, 책임은 기업한테 전가하는 모양새”라고 토로했다.
한편, 고용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으로 25조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9919억원 편성돼 올해(6745억원)보다 3000억원 이상 늘었지만, 추경예산(2162억원)을 고려하면 증가폭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예산 소진으로 인한 지원 중단 사태가 반복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확대를 언급했고, 고용부는 신규 지원 대상을 9만명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는 1월부터 작년 지연 지급건에 대한 처리와 신규 처리가 이뤄지면서 예산이 소진된 데다 추경에서 예산이 700억원 삭감되면서 빠르게 소진됐다”며 “하반기 신청분에 한해 내년 1월 초 지급될 예정인데, 내년 신규 지원은 예산 집행 사항을 점검한 후 신청 중단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