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가전 보급률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시장이 ‘레드 오션’에 접어드는 가운데 가전업계는 기존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수요를 창출하는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거시 가전’의 대표 격인 에어컨은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해 신가전 소비자들을 흡수하며 사계절 필수가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형 ‘무풍에어컨’ 제품군을 구성하며 기존에 스탠드형 제품 보조 역할을 하던 벽걸이형 에어컨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거실 필수가전을 넘어 개인 방마다 놓는 가전제품으로 개념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입니다.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R&D캠퍼스에서 열린 무풍에어컨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이재환 삼성전자 생활가전공조솔루션 상무는 “올해는 에어컨이 사계절 신가전으로 자리 잡는 경험을 방마다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에어컨은 계절가전이 아닌 생활필수품처럼 인식되는 추세입니다. 삼성전자가 에어컨 구매 시기를 자체 조사한 결과 성수기로 불리는 6월부터 8월보다 1월과 2월에 구매량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에어컨 수요가 계절성과 무관해지면서 한 가구에서 2대 이상을 구매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거실에 있던 에어컨이 방 안까지 들어서고 있는 겁니다. 삼성전자 조사에서 에어컨 구매자 약 30%는 스탠드형과 벽걸이형을 각 1개씩 세트로 장만하고도 추가로 에어컨을 구매하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혼수나 이사에 필수품이라는 인식에 따라 에어컨을 여러 대 사려는 수요가 높게 나타난다”며 “여기에 맞춰 방마다 에어컨을 확산할 수 있는 기회시장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신제품은 스탠드형과 벽걸이형으로 구성됩니다. 스탠드형은 갤러리, 클래식, 슬림 등 3종입니다. 삼성전자는 방마다 에어컨을 장만하는 수요를 겨냥해 주력 제품인 갤러리에 더해 벽걸이형 제품 ‘와이드’ 성능과 사용성을 대폭 개선했습니다.
눈에 띄는 기능은 실외기 1개에 에어컨을 총 3개까지 연결하는 ‘무풍 다멀티’입니다. 삼성전자는 “무풍 다멀티는 국토교통부에서 에어컨 설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신규주택에 배관을 의무화하는 행정예고에 따른 것”이라며 “한 집에서 여러 에어컨을 설치하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제품에 사용성과 경험을 더해주는 장치는 인공지능(AI)입니다. 신제품은 사용자가 외출 후 집 근처로 돌아올 때 미리 켜지는 기능과 미디어 재생, 연결된 가전 제어, 음성조작 등을 지원합니다. 삼성전자는 “계절 가전이 아닌 사계절 활용도를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벽결이형 신제품에는 AI 음성인식 기능이 처음으로 탑재됐습니다. 유미영 삼성전자 소프트웨어개발팀 상무는 “스탠드형 제품 사용자 70%가량이 AI 음성인식을 매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올해 벽걸이형 제품에 이 기능을 넣을지 고민했지만, 에어컨이 갖는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룸 에어컨에도 탑재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에어컨에 공기청정기능이 강화된 것도 에어컨 소비량이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방마다 에어컨을 들여놓은 뒤 남는 공간은 삼성 무풍큐브와 같은 소형 공기청정기가 담당합니다. 이재환 상무는 “에어컨이 공기청정기 시장을 잡아먹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수요가 에어컨에 이어 공기청정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환 상무는 “올해 국내 에어컨 수요는 240만대 가량을 예상하지만 폭염이 오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장을 주도하는 입지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