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한국은행이 4월부터 3개월간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환매조건부채권(RP)을 통해 금융사들의 현금전환 수요를 무제한 받아주겠다는 것으로 사상 처음 시행하는 제도입니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 및 대상증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RP 매입을 통한 전액공급방식의 유동성 지원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실시하지 않은 금융시장 안정 조치입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이번 조치가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사실상 같지 않으냐는 질문에 “시장 수요에 맞춰 수요를 전액 공급한하는 측면에서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입니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납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6월 말까지 매주 1회 정례적으로 전액공급망식의 RP매입에 나서게 됩니다.
시장 유동성 수요 전액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입니다. 금리는 기준금리(0.75%)에 0.1%포인트 가산한 0.85%가 상한선입니다. 입찰시 모집금리를 공고할 예정입니다. 한은은 매주 화요일 입찰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RP매매 대상기관과 대상증권 확대 시기 등을 감안해 4월 첫 입찰은 다음 달 2일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7월 이후에는 그동안 입찰 결과,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이번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한은은 또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증권회사 11곳을 추가하고, 대상 증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습니다.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은 기존 17개 은행과 5개 증권회사로 한정돼 있었으나 이번에 통화안정증권과 증권단순매매 대상 7개 증권사, 국고채전문딜러 4개 증권사를 추가했습니다. 유효기간은 4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4개월간입니다.
추가되는 7개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은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입니다. 4개 국고채전문딜러는 교보증권, 대신증권, DB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입니다.
RP매매 대상증권에는 8개 공공기관 특수채를 추가했습니다. 대출 적격담보증권에도 이들 공공기관 특수채와 은행채를 추가했습니다. 해당 대상증권 유효기간은 4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1년간입니다.
추가된 공공기관 특수채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해당 채권에 대한 증거금률은 신용등급별, 잔존만기별로 차등 적용합니다.
한은은 100조원 규모의 정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충분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할 방침입니다. 공급 규모는 절반 수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은이 제시한 RP매입시 조건이나 물량에 대해 민간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받은 은행들이 자금을 실제 현장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지 여부도 앞으로의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