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여기 준공 50년된 상가 건물이 있습니다. 콘크리트 벽엔 석순이 자라고 옥상엔 왠 불법 가건물? 모두가 외면한 이 빌딩, 알고보니 여대생, 카페 덕후, 카공족들의 ‘성지’로 다시 태어날 원석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빌딩전문가들의 눈에만 보이는 노후 건물의 숨겨진 가치를 빌딩을 사랑한 남자 ‘빌사남’이 마술처럼 보여드립니다!
▷빌사남 김윤수 대표(이하 ‘빌사남’)
안녕하세요! 빌사남TV입니다.
최근에 제가 수억원을 주고 도심의 한 건물을 매입했었죠? 대로변에 있지만 준공 후 50년 이상 된 데다 불법 가건물이 설치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그 건물.
오늘은 그 건물을 어떻게 바꿀지 디자인 사전회의를 하는 날입니다. 자문을 위해 빌딩 리모델링 전문 기업인 빌사남 디자인의 이윤호 이사님을 모셨습니다. 이사님, 수명이 다 끝난 이 문제의 건물, 어떻게 손대야 좀 살려볼 수 있을까요?
▶이윤호 이사
음... 우선 이 건물은 혼자 서있는 건물이 아니에요. ‘맞벽건축’이라고, 건물과 다른 건물들이 붙어있는 형태거든요. 이런 건물은 리모델링할 때 너무 큰 변화를 주면 주변과 너무 대비돼 부자연스러울 수 있어요.
▷빌사남
일본에 이런 맞벽건축 건물들이 많잖아요.
▶이윤호 이사
그렇죠. 긴자나 신주쿠를 걷다 보면 거리가 재밌어요. 건물과 내가 관계를 맺는다는 인상을 받곤 하죠. 빌사남이 산 이 건물의 거리도 그런 분위기가 풍기네요.
좋은 디자인, 좋은 건물은 거리 자체를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유럽의 거리인데요, 가운데 건물은 리모델링을 한 거예요. 건물 입면을 확 드러내 내부를 보여주는 콘셉트죠.
거리를 걷다가 이렇게 공간이 오픈된 건물이 눈에 띄면 재밌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저는 이 콘셉트가 빌사남이 산 건물에도 들어맞는다고 봐요.
외부와 실내의 경계가 모호한 ‘반 외부공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바로 발코니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이죠. 발코니 공간을 ‘루프테라스’ 같이 디자인할 수도 있어요. 발코니에 실외기를 놓는 식으로 기능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빛을 이용해 내외부의 경계를 연출하는 인테리어 방법도 있습니다. 이 재료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건데요, 반투명한 재질이에요. 낮에는 불투명하다가 밤에 내부에서 조명을 비추면 실루엣이 생기는 게 특징이죠.
프라이빗한 카페나 오피스 공간에는 이런 디자인도 쓸 만해요. 하나의 면이지만 일부는 개방하고 일부는 가리죠. 이처럼 다양한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완전히 새롭고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어요.
▷빌사남
이 건물은 한국에 있는 건물이네요?
▶이윤호 이사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물이에요. 보시면 층수의 개념을 약간 모호하게 연출한 프레임 디자인이 돋보이죠. 분명히 두 개 층이 나눠져 있는데 일각에선 또 한 층으로 보여요. 프레임을 독특하게 나눠 주변 건물들과는 다른 스케일감을 조성했습니다.
▷빌사남
저는 첫 번째 디자인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윤호 이사
사실 이 디자인이 가장 어렵습니다. 요즘 핸드폰을 보면 갈수록 액정은 넓히고 프레임은 없애잖아요? 건축도 마찬가집니다. 최대한 유리를 활용하고 싶지만, 유리는 하중도 있고 방수 처리도 돼야 하는데, 이렇게 유리날로 아슬아슬하게 디자인하기가 어려워요.
▷빌사남
저는 이 건물을 아이폰처럼 만들고 싶어요. 아이폰의 사과모양처럼 건물 마크도 정 가운데에 박을 거고요. 이 건물, 저희가 아이폰처럼 예쁘게 만들어보겠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이윤호 이사
면적은 30평 규모에 옥상까지 더해 50평정도고요. 화장실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시 고친다고 봐야 될 거에요. 인테리어 비용 등 이것저것 다 합하면 평당 300만원 정도 들어갈 것 같네요.
50년된 노후 건물은 빌사남의 말처럼 '아이폰 빌딩'이 될 수 있을까요? 이어지는 시리즈에선 이 건물을 실제로 뜯어 고치는 빌사남TV <노후 건물 리모델링 #1-1>편이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