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철 기자ㅣ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거대한 풍력발전기들 옆으로 염전들이 펼쳐져 있다. 거의 소금을 생산하지 않는 폐염전들이다. 그 가운데 폐염전을 개발해 만든 30만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드론을 500미터 상공으로 띄워 촬영해도 화면에 전체가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규모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그린뉴딜의 중심에 있는 이런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을 인허가부터 건설, 운영까지 하는 중견기업이 있다. 대한그린에너지가 그 주인공이다. 다음은 박근식 대한그린에너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대한그린에너지의 연혁과 현황은
우리 회사는 2011년에 제가 창업해서 이제 10년 밖에 안 된 회사다. 자본금 2억원으로 직원 2명과 같이 시작해서 지금은 7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풍력발전 엔지니어로 시작하다 보니 주력사업이 풍력발전 개발이었고 작년에 99MW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하면서 이제는 풍력, 태양광 발전 개발을 고르게 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희가 수행한 풍력발전 공사 규모는 600MW 규모 정도다. 풍력으로는 꽤 많이 했다. 2017년까지 국내 풍력발전 전체 보급량이 1143MW 정도라고 하더라.
저희가 개발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40MW 영광백수풍력발전(2016년 준공), 80MW 영광풍력발전(2019년 준공), 99MW 광백태양광(2020년 준공) 이다. 2019년말 기준 자산규모는 4183억원에 매출액은 1876억원, 영업이익은 196억원이다.
-어떻게 이 곳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됐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하면서 전남 영광에 호남풍력발전 (20MW) 전기공사를 맡으면서 영광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집이 멀어 여기서 생활하면서 일했고 그러다 보니 지역주민들과 협력업체들과의 친분도 생겼다. 지역주민들 및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신 결과라고 생각한다.
타지에서 온 사람인데 배척하지 않고 많이 도와주셨다. 2015년도에는 전라남도의 권유로 본사도 아예 영광으로 이전했고 2016년에는 여기에 사옥도 지었다. 지금도 평일에는 여기서 지낸다.
개발사업은 지역주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영광백수풍력발전, 영광풍력발전, 광백태양광발전 모두 당시 저희 회사가 감당하기에는 꽤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음에도 임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지역주민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이해해주고 전라남도, 영광군 등 지자체에서 협조해 주셔서 성공할 수 있었다.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대한그린에너지가 다른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좀 특이한 점은 저희가 기획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경쟁 입찰을 통한 수주보다는 저희가 기획하고, 금융권과 같이 투자하고, 건설하고, 발전소를 운영하고, 그 발전소의 유지보수 업무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이익률이 다른 업체들보다는 높은 것 같다.
또 다른 차별점으로 저희는 저희 자체 변전소가 있다. 이 변전소에서 한전의 영광변전소까지 연결하는 선로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있어서 가장 큰 난제는 변전소 접속의 문제다.
발전설비를 들여놓고도 선로가 없어 변전소에 접속이 안 되는 발전소들이 부지기수다. 저희는 자체 변전소가 있다 보니 개발에 있어 그런 난제는 없다. 변전소를 보유하고 있어 이 일대의 개발이 훨씬 수월한 측면이 있다. 지을 때 돈이 많이 들어가서 힘들었었는데 짓고 나서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게다가 정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광에는 공장들이 많지 않다. 높은 빌딩도 없고 인구도 적어 자동차도 많이 안 다닌다. 바다가 있고 논이 있고 산이 있다.
그런데 봄이 되면 미세먼지로 인해 하늘이 뿌연 날이 많다. 시골도 이러한데 공장들이 밀집해 있고 자동차가 많은 도시는 오죽할까.
기후 변화는 TV 광고에 나오는 북극곰과 기름을 뒤집어 쓴 새,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고래들의 얘기가 아니다. 저는 자식이 둘 있는데 얘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쓰고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좋은 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 주는 것이 지금 세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 그러다 보니 에너지 정책이 경제성 논리를 최우선시 하게 되었다. 이제는 에너지를 경제성 논리로 봐선 안된다.
그리고 예전보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단가도 많이 낮은 수준에 있다. 다만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시키는 개발은 지양되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은 구호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유럽처럼 강도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중장기 사업 계획과 비전은
일단 영광 지역에 해상풍력, 육상풍력, 태양광, 2차전지 등을 활용한 1GW 규모의 복합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한다. 이 외에도 전국적으로 300MW 이상의 육상풍력, 200 MW 이상의 해상풍력, 200 MW 이상의 태양광발전소를 개발할 계획이다.
단독 발전소 개발 보다는 스마트그리드, 수소연료전지 등과 연계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려고 연구 중에 있다. 단지 양적인 성장보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표본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어느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제안하면서 2GW 정도를 개발하면 그 가치가 50억달러(약 6조원)이라고 하더라. 실제 거래된 금액이 그렇다고 한다. 수년 내에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코스닥 상장법인 케이알피앤이를 인수하여 최대주주가 되고 경영권 확보도 예정되어 있다. 배경은 무엇인가
저희가 지금은 영광풍력발전의 최대주주이지만 최초에 개발을 시작할 때는 지분율이 16%였다. 영광풍력발전의 자본금이 375억원이다 보니 당시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서 지분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16% 지분 투자금액도 60억원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저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한 자산들이 저희가 소수주주로 참여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이 많아서 아쉽다.
더군다나 사업으로부터 창출되는 현금흐름만을 가지고 사업에 투자하다 보면 개발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2019년 1월에 처음으로 여의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CB, BW를 발행해서 자금을 모아서 광백태양광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이 또한 폐단이 있었는데 빚을 져서 장기자산에 투자하다 보니 재무적인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다. 저희가 비상장법인이다 보니 주식발행으로 자금을 끌어당기는 것도 무리였다. 그래서 지난해 중반부터 상장법인을 인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최근에야 결실을 보았다. 케이알피앤이를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케이알피앤이의 관리종목 지정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케이알피앤이의 주력 사업인 바이오중유 사업의 손실이 3년 간 이어지면서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부채규모가 작고 자산 구조가 비교적 심플해서 기존 바이오중유사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크게 어려운 숙제는 아니다.
저희의 여러 사업부문 중 수익성이 뛰어난 부문들이 많아 케이알피앤이에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자본을 확충한 후 저희의 사업과 연계하면 현재의 적자구조 개선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