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 | 최근 노동조합이 부분파업에 돌입하면서 올해 흑자전환 목표에 비상등이 켜진 한국지엠이 예정된 2150억원 규모 투자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잇따른 파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손실 때문에 집행하기 어렵다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서는 투자 보류가 부평2공장 폐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노조는 사측이 부평2공장에 신차를 배정할 의지가 없다며 사실상 공장 폐쇄를 염두에 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엠은 6일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예정됐던 부평공장 투자와 관련한 비용 집행을 보류하고 재검토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등으로 6만 대 이상 생산 손실로 현금 유동성 위기를 한 차례 겪었고 유통성을 확보해 회사 운영을 지속하기 위한 비용절감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두고 벌어진 사측과 갈등으로 잔업·특근 거부를 시작으로 지난달 30일과 이달 2일 부분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5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이달 6일·9일·10일 각각 4시간씩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보류된 투자 계획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에 집행될 예정이었습니다. 사측은 최근 노조가 일으킨 파업으로 7000대 이상 추가 생산 손실이 쌓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파업이 진행될 경우 누적 생산손실이 1만2000대에 달할 것으로 보여 투자를 진행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과 함께 통상임금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오는 2022년 8월 이후 생산 물량이 예정되지 않은 부평2공장에 신차 생산 물량 배정 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사측은 지난달 29일 21차 단체 교섭에서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면서 조합원 1인당 성과급 등 총 7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최종 제시했으나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신차 배정에 관해서는 현재 차종 생산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내놨습니다.
한국지엠이 당장 생산물량 확보에 목마른 부평2공장에 신차 배정을 미루면서 노조 파업을 이유로 투자 보류를 발표하자 일각에서 한국 철수설 우려가 재점화되는 모양새입니다. 흑자전환을 계획한 중요한 시점에 파업을 결정한 노조에 비판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본사 입장에서는 공장에서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파업이 반복되면서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그렇다면 공장 축소 및 폐쇄를 고려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 르노삼성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사례와 같이 노조가 전향적 자세와 함께 생산성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런 방안이 없다면 본사가 적자를 보는 공장에 투자 의지를 갖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지엠은 한국 철수설은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부평2공장 폐쇄도 고려한 적 없다는 입장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본사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은 터라 신차 배정 등 추가 지원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우려를 표하며 임단협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6일 산은은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노사 양측이 서로 양보해 조속한 임단협 합의로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