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수원역 역세권의 한 대규모 공사장에 구릉처럼 쌓인 건설 폐기물이 일대를 오가는 행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 중인 현장인데, 폐기물과 토사가 섞여 불법 적치가 의심되지만 관리 감독을 해야할 김태종 수원시 청소자원과 자원재활용팀 부팀장은 “공사중 나온 쓰레기는 폐기물 아니라 괜찮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문제가 지적된 공사장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과 화서동에 개발 중인 ‘고등지구’입니다. LH는 이곳의 기존 건물을 헐고 36만 2871㎡ 부지에 4906세대를 수용하는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 준공할 계획인데요.
그런데 지난 24일 수원역에서 200여m 떨어진 고등지구 남단의 4000여㎡ 언덕 지형에는 각종 폐기물 더미가 있었습니다. 인근 보도로부터 20여m 떨어진 공사장 내부에 폐콘크리트부터 철근, 폐목재 등 다양한 폐기물과 흙이 섞인 3m 가량의 언덕이 육안으로 10여개 보입니다.
그러나 방진덮개를 씌운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문제가 지적되는 대목도 이 지점인데요,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13조 및 시행규칙 9조에 따르면 공사장에 건설 폐기물을 적치하더라도 흩날리지 않도록 덮개로 덮고 필요에 따라 배수로를 설치해야 합니다.
땅을 파면서 생긴 토사 역시 하루 이상 야적할 경우 대기환경보전법 58조에 따라 방진덮개로 덮어야 합니다. 토사나 파손된 폐기물이 분진에 섞여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이런 와중에 현장에선 포크레인이 땅을 파는 등 토공사가 한창입니다. 가설 울타리는 곳곳에 10~30여m 폭의 틈이 있어 현장이 훤히 드러났고 출입구에 게이트와 바퀴의 먼지를 씻는 살수시설이 없어 공사차량이 나올 때마다 일대에 흙먼지가 일어납니다. 인근 보도는 이미 흙으로 덮여 보도블록 색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일대에 거주 중인 한 수원시민은 "출퇴근을 위해 항상 이 길을 걸어 수원역으로 가는데, 지나갈 때마다 분진이 심해 호흡이 갑갑하고 목구멍이 간지럽다"며 "또 아무나 공사장 안에 들어가 구경하던데 개중에는 아이들도 다소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대기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상태 파악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 근처에 소음·분진 측정기가 있지만 전원이 꺼져있어 무용지물이었습니다. 17일 팔달구에 분진을 호소하는 민원이 들어와도 담당자는 현장 소음만 측정하고 돌아갑니다.
이에 건설 폐기물 배출신고를 받는 수원시 청소자원과에 문의해보니 "이는 폐기물이 아니"라는 예상밖의 답변이 돌아왔는데요. 이어 "공사중에는 쓰레기가 계속 생겨 시공사들이 일일이 치우기 어렵다"며 "시는 공사현장에 개입하지 않으며 폐기물을 운반 중이거나 최종보관할 때 위주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건설산업기본법은 '착공부터 완료까지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5톤 이상의 폐기물'을 건설폐기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등 타 지자체도 공사중 발생한 폐아스콘 등을 즉시 폐기물처리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공사장에 무단 적치한 업체를 적발한 바 있습니다.
공사 시행과 함께 관리 감독도 겸하는 LH는 사업장 공사가 막바지라 부실한 지점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LH 수원고등사업단 토목 담당자는 “일부 공사장 게이트는 도로공사를 위해 철거했다”며 "그 외 게이트는 현재 공사 막바지인데, 울타리를 새로 세우면 1~2달 쓰고 다시 철거해야 돼 사회적 낭비라고 보고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건설폐기물은 저번주부터 순차적으로 외부에 이송하고 있고 현장 세륜 살수시설은 도입 추진 중이다. 다만 LH는 현장 공기질은 측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달 5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LH는 최근 5년간 건설폐기물법을 92회 위반해 국내 공공기관·건설사 중 가장 많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경기도 특사경은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는 11월을 맞아 도내 도심지 주변 중·대형 건설공사장의 오염 실태를 조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