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안정호 기자ㅣ산업재해로 인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세계적 철강기업인 포스코(대표 최정우)와 국내 철강업계 3위 동국제강(대표 장세욱, 김연극)의 위기 대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철강업계 내 잇따른 산재사고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늑장 대응’, ‘꼼수 회피’ 등 대내외의 비난 화살이 쏟아지는 반면, 김연극 동국제강 사장은 사고 현장 지속 방문 등 안전대책 재검토에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은 지난 16일 발생한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내 근로자 사망 사고 현장을 방문해 유족과 국민에게 사고 8일 만에 사과했습니다. 작년 11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직원 1명과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사망한지 3개월 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최정우 회장은 오는 22일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산재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6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대국민 사과를 한지 불과 하루 만입니다. 아울러 최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미끼 사과’ 논란이 일며 각계로부터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장시간 앉는 것이 불편해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2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권유로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게 됐다”며 ‘허리 통증’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기껏 허리가 아파서 불출석?..국민의 이름으로 단죄해야”, “최 회장이 있는 회사에서 사람이 많이 죽어나갔다. 근데 고작 허리가 아파서 산재 청문회에 불출석한다고?” 등 비난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정계와 노동계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에서 “포스코는 지난 5년 동안 42분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며 “위법 행위에 대한 이사회 감시 의무를 위반해온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의당은 18일 브리핑에서 “최정우 회장이 현장을 방문해 사죄의 말과 함께 사과한 것이 지난 16일”이라며 “유가족에게 보낸 사과의 말에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담겼다면 이처럼 무책임하게 불참을 통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8일 논평을 통해 “현장 안점점검에 나선 사진을 언론에 뿌릴 땐 말짱하던 건강이 4일 뒤 청문회 날짜에 맞추어 아프기로 예정한 것”이라며 “불출석하겠다는 증인들에 대해 구인장 발부하고 2차, 3차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반드시 증인석에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동국제강은 잇따른 소속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서 안전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장세욱 부회장과 김연극 사장이 2,3일 간격으로 전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연극 사장은 지난 16일 발생한 부산공장 소속 근로자 사망사고 현장을 바로 찾아 사고현장을 점검하고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함께 철저한 재발 방지를 다짐했습니다. 김 사장은 현장에서 “모든 질책과 추궁을 받들겠다”며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김 사장은 부산공장에 이어 포항공장에서 전사 안전담당 팀장들과 환경안전보건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김연극 사장을 비롯한 동국제강 임원들은 전국 5개 공장을 매주 방문해 안전점검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철강업계 내 잦은 사고에 안전 관련 투자와 시설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김연극 사장이 올해부터 전국 5개 사업장을 거의 매주 방문하고 있다”며 “수시로 사업장 안전점검과 스마트 환경안전 플랫폼 구축, 환경안전보건 투자 확대 등 실질적 안전경영 강화 방안을 실행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