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적용되는 방카슈랑스 25%룰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매기관인 은행과 제조보험사의 자율경쟁을 제한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상품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방카슈랑스 25%룰이란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신규로 모집하는 보험상품 총액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이 2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규제다. 방카슈랑스 룰은 지난 2005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3일 '방카슈랑스 25%룰에 대한 시행평가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방카슈랑스 25%룰 제한으로 인해 은행계열 보험사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자율경쟁부터 합헌성, 국제적 정합성 등 규제 형평성 측면에서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호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25%룰 제한이 소비자의 상품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가 많은 상품이라도 인위적으로 판매를 억제해야 하기 때문. 이 때문에 특정 보험상품에 가입하려는 소비자에게 다른 상품을 권유해야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간혹 은행에서 권유하는 상품이 고객이 원하는 상품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그 사실을 모른채 고객이 가입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사후 해당고객이 은행에 불만을 표출하는 등 해당 은행 평판은 물론 소비자의 선택권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당초 은행계 보험사의 시장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룰이 과도하게 이뤄져 오히려 은행계 보험사의 역차별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대형사 등 비은행계 보험사는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제휴해 상품을 판매하는 반면 은행계 보험사는 계열은행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방카슈랑스 판매실적 수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생명보험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대부분 은행계 보험사(신한·KB·DGB·KDB·하나·IBK)의 방카슈랑스 시장점유율은 3%에 그치고 있다. 이들 보험사의 점유율을 합친 규모는 18.7%로 기록됐다.
그러나 생보사 빅3사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의 각각 점유율이 11~1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들 보험사의 점유율은 39.6%를 차지해 은행계 보험사의 2배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실적상승도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규모가 작은 보험사의 경우 기존 대형사와 차별되는 신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경우 경쟁을 제한하는 25% 규제가 판매실적을 높이는 데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25%룰이 국제적 정합성과 규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방카슈랑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 중 인위적으로 보험사별 판매비중 한도를 두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또 카드슈랑스에서는 25%룰 제한이 없어 형평성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25%룰이 순차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25%룰이 방카슈랑스 시장참여자의 자율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원리에 정면 배치된다는 의견이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급격한 변화는 시장에 충격이 될 수 있어 단계적으로 제한비중을 50%로 상향조정하고, 이 후 100%까지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방카슈랑스에서 판매 가능한 보장성보험 중 질병, 상해, 간병보험에 한해서라도 25%룰을 완화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카슈랑스 25%룰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25%룰이 폐지되면 은행계열 보험사의 독점제휴와 수수료가 높은 상품위주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이와 관련 이 연구위원은 “현재 방카슈랑스 영업현실을 비춰보면 25%룰이 완화 또는 폐지되더라도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금융시장 환경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기 때문에 특정 상품을 권유하는 ‘Blind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