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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의 안주잡설] 행복이 별건가? 치킨에 맥주면 충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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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October 09, 2021, 15:10:07

달다가도 쓴 술의 맛, 장벽만 넘으면 신세계
술의 맛 풍요롭게 하는 안주의 세계
맥주 안주로 치킨만한 게 또 어디있나

 

정진영 소설가ㅣ처음은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첫인상이 어지간해선 바뀌지 않고, 첫사랑이 쉽게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듯이. 첫 술이 남기는 기억 역시 그에 못지않게 강렬하다.

 

술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 중에서 가장 이상한 음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게 본능인데, 술은 그 본능에 정면으로 반하는 음식이다. 달다가도 쓰고, 때로는 비릿해서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맛으로만 따지면 진입장벽이 꽤 높다. 그런데 그 진입장벽을 넘어서는 순간, 지금까지 몰랐던 신세계가 펼쳐진다. 나빴던 기분이 좋아지고, 맛있는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신세계. 진입장벽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바깥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이유일 테다. 

 

치킨과 만난 맥주, 천하제일의 맛을 내다

 

내가 자의로 처음 술을 마신 기억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가친척이 모여 천렵을 했던 그날, 나는 호기심에 몰래 병맥주를 하나를 빼돌려 그늘에 숨어 마셨다. 미지근하면서도 씁쓸한 탄산의 맛. 맥주가 내게 남긴 첫인상은 별로였다. 그날 이후 내게 맥주는 오랫동안 맛없는 술이었다. 가까운 편의점에만 가도 냉장고에 세계 각국의 다양한 맥주가 즐비한 요즘과 달리, 국내 대형 주류회사 몇 곳이 생산하는 라거 외에는 선택권이 없던 시절이어서 더욱 그랬다. 한동안 내게 맥주란 모임에서 그저 시원한 맛으로 마시는 달지 않은 음료수였을 뿐이다.

 

그런 맥주일지라도 천하제일의 맛을 내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갓 튀겨낸 치킨과 함께할 때였다. 입안에서 바삭바삭 부서지며 혀에 기름칠하는 튀김옷, 적당히 염지 된 살의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 여기에 씁쓸하면서도 청량한 맥주의 탄산이 어우러지면? 어우야! 맥주와 기름진 안주의 궁합은 건강상 좋지 않다지만 어쩔 텐가? 당장 입에서 맛있다고 아우성치는데. 좋은 안주는 술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고, 술도 맛있게 하는 마법을 보여준다.

 

고시원 생활 각성시킨 생맥주 한 잔에 치킨안주

 

기왕 치킨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썰을 풀어보겠다. 나는 갓 튀겨낸 치킨 냄새만큼 인간의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다. 출출할 때 맥주와 함께 먹는 치킨 서너 조각은 그야말로 천하제일 진미다. 문득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던 대학교 재학 시절이 떠오른다.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02년 가을, 나는 그때 살고 있던 고시원과 가까운 둘둘치킨 체인점 앞에서 서러워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매장 유리창 안에 층층이 쌓여있는 수많은 치킨, 환풍기를 통해 바깥으로 맹렬하게 쏟아져 나오는 고소한 치킨 냄새. 저 치킨을 맥주 500cc를 곁들여 딱 몇 조각만 먹고 싶었는데, 내 지갑에는 그럴 돈이 없었다.

 

매장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침만 꼴딱꼴딱 삼키던 나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좁은 고시원 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고시원 주방에서 밥솥 바닥에 말라붙은 밥을 긁어먹으며 앞으로 최소한 치킨과 맥주 정도는 먹고 싶을 때 사 먹을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고 싶다고 결심했었다. 그 정도로 치킨 냄새의 자극은 대단했다.

 

고향의 맛 대신 브랜드로 각인된 치킨의 맛

 

치킨은 집에서 조리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보니 바깥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치킨은 고향의 맛 대신 브랜드로 각자의 혀에 각인된다. 저마다 꽂힌 치킨 브랜드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내가 꽂힌 치킨은 KFC 오리지널과 리빠똥 치킨이다. 굳이 우열을 가리자면 후자를 조금 더 좋아한다.

 

우선 KFC 오리지널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겠다. KFC 오리지널은 어디에서도 비슷한 맛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치킨이다. 짭짤하면서도 무엇이라고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폭발적인 감칠맛. KFC는 국내 치킨 브랜드와 달리 압력솥에 기름과 닭고기를 넣고 고온 고압으로 튀겨낸다. 이 때문에 튀김옷의 식감이 부드럽고 육질이 촉촉한데, 여기서 꽤 호불호가 갈린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치킨 하면 역시 바삭한 식감 아닌가.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은 KFC 매장이 존재하는 국가 중에서 오리지널보다 크리스피가 더 잘 팔리는 독특한 국가다. 국내 치킨 체인점 중에서 동키치킨이 KFC 오리지널과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자랑하는데, 매장이 드물어 맛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KFC 오리지널의 감칠맛이 끌리는데 식감이 아쉽다면, 리빠똥 치킨으로 눈을 돌려보자. 상왕십리역 리빠똥 본점은 나와 동갑(1981년)인 노포로 ‘과일치킨’이 주력 메뉴다. 한때 체인점도 꽤 거느렸었는데, 이젠 서울 성동구의 상왕십리역 본점 외에 몇몇 지점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리빠똥 치킨은 튀김옷이 얇은 옛날 통닭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치킨과 함께 나오는 사라다(샐러드와 사라다는 다르다!)에서 관록이 느껴진다.

 

행복이란, 내가 좋아하는 치킨에 맥주 한 잔

 

언뜻 보면 살짝 탄 시골 통닭처럼 보이지만, 담백한 시골 통닭과는 뿌리부터 다른 맛이다. 씹는 순간 폭발하는 향신료의 복합적인 향기와 짭짤한 맛, 바삭한 식감이 미각과 후각을 한껏 자극해 맥주를 무제한으로 부른다. 바삭한 껍질에서 풍기는 은은한 카레향이 더욱 식욕을 자극한다. 정말 맛있는 치킨이다. 한때 상왕십리역 근처 고시원에서 살았던 나는 어쩌다 돈이 생기면 리빠똥에서 치킨 반 마리를 튀겨 좁은 방에서 홀로 맥주와 홀짝이곤 했다. 즐거울 일 하나 없던 시절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입이라도 행복했다.

 

지난여름, 서울 명동 프린스호텔이 내게 객실 하나를 5주간 집필실로 내줬다. 덕분에 나는 서울 한복판에 있는 호텔방에서 소설을 집필하는 호사를 누렸다. 그런 호사 속에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맛은 주머니가 가볍던 시절에 맥주와 함께했던 리빠똥 치킨이었다. 매장이 많지 않은 데다, 내가 사는 김포와도 거리가 멀어 몇 년 동안 맛을 보지 못한 터였다.

 

 

나는 맛있게 치킨을 먹을 방법을 구상했다. 땀을 많이 흘려야 맥주가 더 시원하게 넘어가고, 적당히 배가 고파야 치킨을 맞이하는 설렘이 커진다. 나는 프린스호텔에서 청계천을 거쳐 리빠똥 본점으로 이어지는 6km가량의 동선을 짰다. 철 지난 붉은색 소파, 오래된 티를 대놓고 내는 나무 테이블. 따가운 오후 햇살을 두 시간 가까이 뚫고 걸어서 도착한 리빠똥 본점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얼린 물수건으로 땀을 닦고 생맥주 몇 모금을 마시며 치킨 반 마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컵라면이 불기를 기다리는 시간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기다린 끝의 맛은? 말해 뭐 하나! 그때 그 시절의 맛 그대로였다. 집필실로 다시 걸어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행복이 별건가. 자기만의 치킨에 곁들이는 맥주 한 잔이면 이렇게 끝내주는데.     

 

■정진영 필자

소설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장편소설 '도화촌기행'으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침묵주의보', '젠가', '다시, 밸런타인데이',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를 썼다. '침묵주의보'는 JTBC 드라마 '허쉬'로 만들어졌으며, '젠가'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앨범 '오래된 소품'을 냈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공저)이 있다. 백호임제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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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기자 itnno1@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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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필드] “바삭과 딱딱은 한 끗 차이”…bhc 콰삭킹 ‘후라이드 갈망’ 풀까

[인더필드] “바삭과 딱딱은 한 끗 차이”…bhc 콰삭킹 ‘후라이드 갈망’ 풀까

2025.04.02 18:31:35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후라이드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bhc 치킨 중 '소스'하면 맛초킹과 골드킹, '시즈닝'하면 뿌링클이 꼽힌다. 후라이드도 판매량이 적진 않지만 다른 제품에 비해 특징이 적다는 생각이 있었고 '특별한 후라이드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개발하게 됐다" bhc가 봄을 맞아 신메뉴 ‘콰삭킹’을 꺼내 들었습니다. ‘뿌링클’로 대표되는 bhc는 콰삭킹을 앞세워 후라이드 치킨 존재감도 키운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석동 bhc R&D센터 메뉴 개발팀장은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bhc 금호동점에서 열린 콰삭킹 출시 기념 미디어 행사에서 콰삭킹이 기존 후라이드 치킨과는 차별화된 바삭함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bhc는 지난 2월 28일 올해 첫 신제품으로 콰삭킹을 출시했습니다. 바삭한 식감을 표현하는 의성어 ‘콰삭’과 bhc 시그니처 메뉴명 ‘킹’을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콰삭킹은 bhc 킹 시리즈 중 처음 선보이는 후라이드 메뉴입니다. 기존의 킹 시리즈는 맛초킹·골드킹·레드킹·내슈빌 퐈이어킹으로 이뤄졌습니다. 콰삭킹은 쌀 크럼블 2종, 감자와 옥수수 각 1종씩을 활용해 크리스피 크럼블을 배합했습니다. 크럼블은 치킨의 식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튀김 반죽 조각이나 기술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얇고 균일한 튀김옷과 달리 거친 입자의 조각을 통해 기름을 튀길 때 내부 수분이 더 쉽게 빠져나가면서 바삭한 식감이 유지됩니다. 이석동 팀장은 크럼블 개발 과정에 대해 "처음에는 크럼블을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진행했더니 컬감이 안 나왔다. 기름을 많이 먹어 느끼해질 수도 있어서 가는 슈레드 타입으로 변경했다. 가늘게 슈레드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아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또 "4종을 같이 먹었을 때 은은한 맛이 어우러져 고소한 맛이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bhc는 해마다 평균 2개의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으레 때가 돼 나온 신메뉴 같지만 이번 메뉴에는 특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입니다. 콰삭킹 개발을 위해 보통 메뉴 개발 때보다 많은 1000마리 이상의 닭을 사용했습니다. 개발 기간도 이전 메뉴들은 평균 4~5개월 정도 걸렸지만 콰삭킹은 지난해 5월 기획해 올해 2월 출시까지 약 10개월이 걸렸습니다. 오래 준비한 만큼 출시 사전 테스트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bhc에 따르면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2040세대 소비자 조사에서 참여자의 약 90%가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외부 조사를 통해 수렴한 부족한 부분은 제품 개발 과정에 반영했습니다. 소비자가 치킨을 먹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여러 조건에서 테스트도 진행했습니다. 이 부장은 "콰삭킹이 식어도 맛있는지, 배달 후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상태는 어떤지, 먹다가 남겨 냉장고나 냉동고에 넣어뒀다가 먹을 때는 어떤지 등을 테스트했다"며 "콰삭킹은 냉장고에서 꺼내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었을 때도 바삭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치킨 프렌차이즈 업계는 크럼블 튀김옷 연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교촌치킨의 ‘블랙시크릿’이나 맥시카나 ‘치필링HOT’, KFC ‘핫크리스피치킨’ 등이 크럼블이 강조된 스타일의 메뉴입니다. 크럼블 튀김옷으로 만드는 치킨은 일반 튀김옷 치킨보다 바삭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동시에 프리미엄 이미지와 SNS 바이럴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매콤함이나 달콤함이 맛을 결정짓는 양념치킨, 시즈닝치킨과 달리 후라이드는 그 자체만으로 경쟁력을 앞세우기 어려운 메뉴입니다. "후라이드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은 이유기도 합니다. 이 부장은 차별화된 크럼블 소재와 미묘한 배합으로 후라이드도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내웠습니다. 그는 "크럼블 소재들의 조화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따라 고객은 맛있다, 맛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밸런스가 살짝만 달라져도 소비자는 맵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0.1~0.2g 차이의 크럼블 배합 테스트를 수 차례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초반 판매 실적은 나쁘지 않습니다. 콰삭킹은 출시 3주 만에 30만개 넘게 팔렸고 지난달 27일 기준 한 달 누적 판매량은 37만개를 넘어섰습니다. bhc 역대 신메뉴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뿌링클에 이어 판매량 2위입니다. bhc는 콰삭킹이 자사 전체 후라이드 메뉴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bhc는 올해만 3개의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지난달 선보인 크리스프 콘셉트의 콰삭킹을 시작으로 7월에는 테이스티 콘셉트로 맛을 강조한 메뉴를, 이어 10월에는 풍미를 앞세운 쥬시 콘셉트의 메뉴를 각각 출시할 예정입니다. 효자 메뉴인 뿌링클과 더불어 꾸준한 신메뉴 출시로 이슈를 선점해 업계 1위 자리를 견고히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bhc는 콰삭킹 TV 광고도 공개하며 홍보 마케팅을 본격화했습니다. 치킨의 기본이 되는 후라이드 메뉴인 만큼 타겟층은 10대부터 30대 이상까지 넓게 잡았습니다. 가격은 한 마리 2만1000원, 콤보윙스틱 구성은 2만3000원입니다. 연내 순살 제품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 부장은 "치킨의 바삭함이 과하면 소비자는 딱딱하다고 느낀다. 눈으로 봤을 때 괜찮아 보여도 실제로는 딱딱한 식감이 날 수 있다. 콰삭킹은 바삭한 식감에 대한 기준을 잡기 위해 그런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했다"며 "바삭함과 딱딱함은 한 끗 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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