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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를 기증하다②] 우리는 선물을 주고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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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01, 2021, 14:11:20

5시간 걸려 기증..환자 가족에게 받은 편지 한 통
생명을 나누고, 자부심과 용기를 선물 받아

 

살면서 ‘기다리다’라는 말을 종종 쓰게 됩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특별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사실 대부분 사람에게 다음 주, 1년 뒤는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당연히 오는 것이죠. 그런데 ‘평범한 내일’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혈액암 환자들이 그렇습니다. 인더뉴스의 장승윤 기자가 조혈모세포를 이름 모를 환자에게 직접 기증했습니다. 장 기자가 왜 기증을 하게 됐는지, 기증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환자들에게 조혈모 세포가 왜 필요한지 등을 자세하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 오전 7시, 두세 번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눈을 떴습니다. 아침을 먹고 병실에서 혈압을 한 번 더 체크했습니다. 시계가 9시를 가리키기 전에 남자 간호사분이 휠체어와 함께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렇게 멀쩡한 다리로 휠체어에 올라탄 채 저흰 어색하게 이동했습니다.

 

기증은 성분헌혈실에서 이뤄졌습니다. 조혈모세포 채집은 혈관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4~5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방식은 성분헌혈과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양팔의 혈관에 바늘을 꽂아 한쪽 팔에서는 혈액을 채취하고, 기계에서 조혈모세포만 고른 후 다른 팔로 나머지 성분들을 돌려줍니다.

 

기증하기 전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온 후 양팔에 바늘을 꽂고 채집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헌혈이 시작되면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므로 양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습니다. 화장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200~250㏄ 분량의 조혈모세포를 몸에서 채집합니다.

 

피를 돌려받는 손으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피를 뽑는 쪽에는 쇠바늘을 꽂기 때문에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장시간 바늘을 꽂고 있다 보니 뻑뻑한 느낌과 통증이 있었다는 후기도 더러 있었지만 저는 신경쓰일 만큼 아프진 않았습니다.

 

간호사분이 주신 고무공을 쥐었다 폈다 하며 TV를 보고 있자니 점점 졸려왔습니다. 편하게 자고 싶었지만 계속 팔운동을 해야해서 몇 번 졸았습니다. 그러다 기계음이 울리면 놀라서 깼습니다. 간호사 분이 피가 약간 떡진 상태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해서 악력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해서 보충제(프로틴)를 자주 마십니다. 하지만 검진 날 코디분께 “보충제를 마셨던 기증자의 피가 뭉쳐 나와서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기증 일주일 전부터 마시지 않았습니다. 편한 프로틴 대신 자연식으로 필요한 단백질량을 채우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지만, 최상의 몸 상태로 기증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먹지 않았습니다.

 

침대 왼쪽에 있는 기계가 열심히 돌아가며 필요한 성분을 분류했습니다. 머리 위쪽에는 조혈모세포가 소량씩 쌓이는 게 보였습니다. 몸속에 있는 이 녀석과 처음 조우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양이 찰수록 토마토주스와 비슷한 색깔을 띠는 게 신기해서 힐끔힐끔 쳐다봤습니다.

 

4~5시간이라고 말하면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TV를 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화장실이 정말 급하면 커튼을 치고 소변 통을 사용할 수도 있으니 기증자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오후 2시 채집을 마친 뒤 다시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이동했습니다.

 

병실에 돌아가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코디네이터가 찾아왔습니다. 제게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비혈연간 조혈모세포 공여자 제0000호’라고 적힌 조혈모세포 기증 확인서와 감사패를 건네줬습니다. 멋쩍게 웃으며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들으셨겠지만, 조혈모세포가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왔나 봐요. 내일 추가 채집할 수도 있으니 이따 저녁에 다시 알려 드릴게요.”

 

채집된 조혈모세포는 당일 저녁에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환자에게 충분한 세포가 채집됐을 경우 다음날 오전 퇴원, 세포가 부족할 때는 오전에 추가로 채집한 후 오후에 퇴원하게 됩니다. 

 

 

사실 따로 들은 내용은 없었지만, 필요하다면 당연히 추가로 채집할 생각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오후 7시 지나서 코디네이터의 전화를 받았고, 다행히 조혈모세포가 알짜배기로 잘 나와 추가 채집은 안 해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시 감사패를 꺼내봤습니다. ‘생명나눔실천운동에 투철한 봉사정신으로 참여하여...’라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부끄러운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전 봉사정신이 투철해서,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 기증을 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고, 하기로 약속했고, 그걸 실행했을 뿐입니다.

 

조혈모세포는 당일 환자가 입원한 병원으로 곧장 이송되고 세포 결과 확인 후 바로 이식된다고 합니다. 침대에 기대어 TV를 시청하고 잘 준비를 하는 저의 평범한 하루가, 환자에게는 돌이켜봤을 때 특별한 날로 기억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불공평’, ‘간절함’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예정대로 오전 10시에 퇴원했습니다. 1층에 내려가니 코디네이터가 마중나와 있었습니다. 입원비 정산 등 퇴원 수속을 마무리하고 제가 있는 쪽으로 오셔서 퇴원 후 주의사항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편지 한 통을 건네줬습니다. 수혜자 가족 중 한 명이 제게 쓴 편지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편지를 읽었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오랫동안 혈액암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는데 저로 인해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가며 쓴 글자들은 감사하고, 감사하고,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하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내가 백혈병 환자라면, 내 가족이,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이 혈액암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투병하며 자신과 맞는 20000분의 1의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심정을 감히 헤아릴 수나 있을까요. 상상조차 어려운 고통 속에서 저의 작은 세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제게 ‘넌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고’,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렇게 어깨를 다독여주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군가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지난 봄, 이 분에 대한 기증 의사를 밝히고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기까지 생명이라는 단어를 많이 접했습니다. 그 옆에는 ‘선물’이라는 말도 늘 함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감히 누군가에게 생명을, 삶의 기회를 선물할 자격이 될까”라는 의심이 저를 채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제가 환자에게 평범한 내일을 맞이할 기회를 선물해줬다면, 이 분은 제게 자부심과 용기를, 제가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뚜렷한 이정표를 선물해줬습니다.

 

기증자와 수혜자,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우리는 소중한 선물을 주고받았습니다.(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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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weightman@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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