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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를 기증하다①] 2만분의 1 확률…익명의 당신을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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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November 01, 2021, 07:11:00

8년 전 기증 희망 등록부터 입원 전날까지의 과정 기록
세 번째 시도 끝 기증..타인간 HLA 일치 확률 0.00005%

 

살면서 ‘기다리다’라는 말을 종종 쓰게 됩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특별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사실 대부분 사람에게 다음 주, 1년 뒤는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당연히 오는 것이죠. 그런데 ‘평범한 내일’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혈액암 환자들이 그렇습니다. 인더뉴스의 장승윤 기자가 조혈모세포를 이름 모를 환자에게 직접 기증했습니다. 장 기자가 왜 기증을 하게 됐는지, 기증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환자들에게 조혈모 세포가 왜 필요한지 등을 자세하게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안녕하세요.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환자 분이 이식받을 준비가 됐습니다.”

 

지난 8월 20일, 백화점에 나가 취재를 시작하려는 참에 지역번호 ‘02’로 시작하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이식조정팀이었고, 기증 동의 여부를 재확인하기 위한 연락이었습니다. 기증을 망설인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관련 연락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8년 전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을 신청한 이후 24살과 28살, 두 번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두 환자 모두 몸 상태가 좋아져서였는지, 그 반대였는지 어찌 됐든 결국 기증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조혈모세포란 우리 몸 뼛속에서 피를 만드는 조혈조직을 말합니다. 혈액 속에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이 여기에서 만들어집니다. 골수·말초혈·제대혈 속에 포함돼 있는 이 ‘어머니 세포’는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살면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 게 몸속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살아갑니다.

 

혈액암 환자들은 이 조혈모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성 종양 환자의 조혈모세포는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병든 조혈모세포를 모두 소멸시킨 후 건강한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음으로써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처음 연락을 받은 건 올해 4월이었습니다. 당시 기증 의사를 전했지만 이후 6월, 환자의 항암치료 속도가 더뎌지면서 일정이 미뤄지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일정이 늦춰지는 건 감안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환자의 이식 계획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8월 24일, 기증 스케줄이 확정됐습니다. 9월 13일 건강검진-10월 19일 입원-20일 조혈모세포 기증-21일 퇴원. 앞서 두 번의 무산과 달리 이번에는 정말 조혈모세포를 기증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의 떨림과 함께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졌습니다.

 

조혈모세포은행은 기증자가 동의하면 환자의 항암스케줄을 바탕으로 병원과 조율을 거칩니다. 환자가 입원한 병원을 확인해 기증 일정을 정하고, 수혜자에게 스케줄이 괜찮은지 재차 문의합니다. 이후 기증자가 집에서 가까운 지정 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일정을 다시 확인하고 최종 진료 예약을 잡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크게 여섯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서 작성 후 조직적합성항원(HLA) 검사용 혈액 3~5㎖ 채혈 ▲기증희망자 등록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자와 HLA 일치 여부 및 기증 의사 재확인 ▲건강검진 시행 ▲조혈모세포 기증 ▲퇴원 후 회복 검사 순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사람처럼 저도 처음에는 조혈모세포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아니, 부끄럽지만 관심 자체가 없었습니다. 8년 전 영화표를 받기 위해 헌혈카페에 갔다가 간호사에게 ‘이런 게 있다’는 말을 듣고 단순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등록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을 신청한 사람들은 이렇게 일상 속에서 문득, 연락을 받게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백혈병은 곧 불치병’이었습니다. 백혈병이란 단어를 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슴 아픈 이별을 앞두고 슬퍼하는 장면이 자동으로 머릿속에 그려지곤 했습니다. 이제는 백혈병 같은 혈액암 환자들도 건강한 삶을 살아갈 길이 생겼습니다. 건강한 조혈모세포가 그 열쇠입니다.

 

 

여기서 조혈모세포 이식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조직적합성항원(HLA)형입니다. 기증자와 수혜자 사이에 이 유전자형이 일치해야 실제 기증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사람의 HLA형이 일치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부모자식 간에 일치할 확률은 5% 남짓이며 형제자매 간에는 25%로 그나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타인의 경우 HLA가 일치할 확률은 수천에서 수만분의 1, 평균 2만분의 1로 매우 낮습니다.

 

쉽게 말해, 혈액암 환자들은 가족 중에 기증자가 없으면 자신과 HLA가 일치하는 20000분의 1의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0.00005% 확률. 0이 몇 개인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이 숫자가 주는 압박감은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9월 13일, 건강검진을 하러 국립암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건강검진은 기증 전 건강상태 확인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일반 혈액 및 간 기능 검사, 고지혈증, 기타 바이러스 검사(간염 바이러스나 후천성 면역결핍증)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실시하고 소변 검사·흉부 엑스레이·심전도 검사 등을 진행합니다.

 

검진을 통해 정상 범위를 벗어난 항목이 있는지를 체크합니다. 시간은 반나절 가량 소요되며 조혈모세포 담당 코디네이터가 동행합니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1층 카페에서 잠시 대기했습니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기증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순간,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2주일 뒤, 다행히 해당 항목들 모두 정상 범위로 나왔다는 결과를 카카오톡으로 받았습니다. 검진 결과를 토대로 기증에 적합한 대상자임이 확인됐으며, 따라서 기증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내용과 함께. 여기까지 오면 조혈모세포 기증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은 셈입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에는 크게 골수기증과 말초혈 기증,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골반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골수기증과 달리, 말초혈 기증은 일반 헌혈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편의성을 고려해 현재는 대부분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 방법을 사용합니다. 

 

입원을 앞두고 기증자는 마지막으로 ‘과립구집락촉진인자 피하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기증 3~4일 전부터 채취 전날까지 매일 양쪽 팔에 한 방씩, 총 7~8번 정도 투여합니다. 조혈모세포가 혈액으로 잘 나오게 하는 이 백혈구 성장 촉진제를 맞으면 몸 안에 백혈구 수치가 6~7배가량 증가합니다.

 

백혈구 촉진제는 기증자가 병원과 집 중 편한 장소와 시간을 선택해 맞을 수 있습니다. 담당자와 상의해 원하는 병원을 가거나, 집으로 약제와 주사기를 배송받아 근처 병원을 방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고맙게도 조혈모세포 코디 분이 비슷한 시간대에 직접 집에 오셔서 주사를 놔줬습니다.

 

“10명이 살던 집에 갑자기 60명이 살면 비좁아서 서로 불편하고 아프겠죠? 그런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담당 간호사는 간단한 비유로 백혈구 촉진제에 대한 저의 궁금증을 풀어줬습니다. 인터넷에 ‘백혈구 촉진제 부작용’을 검색해보니, 대표적인 증상으로 두통과 근육통이 나왔습니다. 저 역시 첫째 날은 별 반응 없이 지나갔고, 둘째 날에 두통이 좀 있었습니다. 함께 받은 타이레놀을 먹으니 괜찮아졌습니다.

 

셋째 날부터 등과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욱신거리면서 뻐근한 느낌이 났습니다. 누우면 괜찮은데 앉아 있을 땐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못 버틸 정도는 아니어서 타이레놀을 한 차례 더 복용했습니다. 넷째 날도 비슷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몸살, 울렁거림, 목 근육통, 가슴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드물지만 통증 없이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심한 경우만 아니면 타이레놀 정도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1~3차 백혈구 촉진제를 맞았습니다. 입원 전에는 반드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17일 2차 촉진제를 맞고 바로 집 근처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음날 음성 결과를 코디 분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기증 전날인 19일, 오후 5시 즈음 입원을 위해 일산 국립암센터로 향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자는 입원 시 1인실을 제공받습니다. TV와 옷장, 전자레인지, 정수기 등을 갖춘 넓은 병실을 배정받았습니다. 냉장고에는 빵과 샐러드, 음료수 등 간식을 마련해줬습니다.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이라고 적힌 쇼핑백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수건과 세면용품·슬리퍼·기증 관련 안내문이 들어 있었습니다. 입원 후 간단한 피검사와 혈압검사를 하고 마지막 4차 촉진제를 맞았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수액을 맞으며 누워 있자니 여러 생각이 머릿 속에 스쳤습니다. 

 

8년 전 처음 기증 희망 신청을 했던 순간과 두 번의 무산, 재차 미뤄진 일정. 한순간의 기증을 위한 조혈모세포 관련 기관들의 조율. 무엇보다, 저와 똑같이 병실에 누워 제 조혈모세포를 간절히 기다릴 이름 모를 누군가의 모습이 계속 그려졌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을 설쳤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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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weightman@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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