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호식 기자ㅣ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HDC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잇따른 공사 현장 사고에 대해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사퇴 의사를 밝히자 일각에서는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사퇴한다고 했지만, 속내는 향후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면 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이 기회'에 사퇴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공사현장 등에서 사망 사고와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 등 관련자들을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에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대상자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표이사를 뜻하는지, 정몽규 회장처럼 이사회 이사가 아닌 미등기 임원이지만 회장으로서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경영자를 뜻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법 해석에 논란이 있지만 일단 회장직을 물러나면 책임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란게 '꼼수'라고 주장하는 측의 시각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사회가 대기업 오너(대주주)에 대한 책임경영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한때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지면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 "몇%도 안되는 지분으로 그룹을 장악하고 좌지우지한다" 지적이 일었습니다. 제왕적 경영, 황제경영이란 단어와 함께.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의결권 제한, 이사회 책임과 권한 강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계열사 이익이 총수일가로 가지 않도록 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정몽규 회장의 회장직 사퇴는 그룹 오너로서 잇따른 재해발생에 대해 책임지는, 당연한 자세일까요? 오히려 법적 권한과 책임이 좀 더 명확한 대표이사 회장이 돼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서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