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실적의 함수라고 합니다. 그만큼 주가의 흐름은 기업이 달성하는 실적과 연관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적자(赤字)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는 내리막을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업 상황은 양호하지만 대주주의 전횡으로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는 적자 상태이지만 머지않아 흑자로 돌아서며 강력한 턴어라운드를 실현한다면 주가 역시 바닥권에서 큰 폭으로 튀어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자에 직면해 있는 상장사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들의 생존 전략과 리스크 요인은 무엇인지 면밀히 짚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인더뉴스 김대웅 기자ㅣ감사의견 거절로 한동안 거래정지 상태에 놓였다가 지난해 6월 거래가 재개된 코스닥 상장사 지더블유바이텍(옛 영인프런티어)이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대규모로 발행한 메자닌(주식연계채권)에 발목이 잡혀 주가가 급락하고, 이로 인해 대주주 변경을 위한 유상증자가 차질을 빚는 등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 열악한 재무 상태와 각종 소송 진행 상황 속에서 외부로의 잇단 출자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주가 급락에 유증 난항..막다른 길 몰리나
지더블유바이텍은 올 1월부터 추진해 온 유상증자 일정이 지연됐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유증 건으로, 당초 150억원 규모로 추진했지만 121억원 규모로 줄었고 발행 주식수는 750만주에서 896만여주로 증가했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인해 주당 발행가격이 2000원에서 1350원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100원대로 급락하자 추진 중이던 유증 조건의 변경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그 결과 회사로 들어올 자금의 규모는 줄었고 주가에 부담이 되는 신주 발행 규모는 크게 늘었다. 최초 2월 23일 예정이었던 대금 납입일은 6월 20일로 늦춰졌다.
특히 유증 일정이 추가적으로 늦춰질 경우 당국으로부터 패널티를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조급한 상황이 됐다. 최초 납입일에서 6개월 이상 연기되는 경우 한국거래소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함께 벌점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누적벌점 15점이 넘으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유증 발행 대상은 더로드1호조합으로, 양재원 지더블유바이텍 대표가 최대출자자다. 현재 지더블유바이텍의 최대주주인 글로우웨일과 사실상 동일한 세력으로 추정된다. 더로드1호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보유 지분은 1년 간 보호예수가 걸린다. 글로우웨일의 경우 지난해 거래 재개 과정에서 보유 지분에 대한 3년 보호예수 조건이 붙은 상태다. 따라서 최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경영권 매각 일정을 앞당길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금 사정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이같은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주가 쇼크 일으킨 무차별 메자닌 발행..올해도 지속
지더블유바이텍의 최근 주가 급락은 그간 무차별적으로 발행한 메자닌의 여파다. 회사는 최근 1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투자조합 등 7곳에 매각했다. 이들은 즉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110만주 이상을 장내에서 내다팔았고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해당 BW는 취득 당시 소각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이후 입장을 바꿔 재매각에 나선 탓에 주가에 부담 요인이 됐다.
지난해 3월 89억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CB)도 올 3월부터 전환이 가능해져 대규모로 주식 전환이 이뤄졌고 이달 초까지 지속적으로 추가 상장됐다. 해당 CB는 1주를 1205원에 살 수 있는 조건이어서 이달 중순경의 주가 수준만 해도 큰 차익이 가능했던 구조다. 이렇다 보니 메자닌 물량 부담에 주가가 잦은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두달새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회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들어서만 4차례의 CB 발행을 결정하며 계속해서 오버행(잠재 대량매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기존에 발행한 20억원 규모의 CB를 만기전 취득한 뒤 처리 방법에 대해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또 다시 재매각의 가능성을 남겼다. 지난해 유증으로 발행한 184만여주도 지난달부터 보호예수에서 풀린 상태다.
회사는 이같은 물량 부담을 인식하고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신사업 관련 기대감 부양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동형 무선 TV 시장 진출 ▲mRNA LNP 입자 생산 공정 기술 확보 ▲DNA∙RNA 중심 신규 바이오 플랫폼 구축 등을 연이어 강조하며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주가는 쏟아지는 매물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자금난 속 한계기업에 잇단 출자
지더블유바이텍은 계속되는 적자로 열악한 재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지속적인 메자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잇달아 외부 출자에 사용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2월 한계기업인 엔에스엔 지분 인수에 121억원을 밀어넣은 것을 시작으로 코넥스 업체인 에스엔피제네틱스에도 1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외부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인 비상장사 제이케이랩스를 49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모두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곳들이다. 이 과정에서 올해 초 6000만원 수준이었던 선급금이 97억원대로 급증했다.
회사 자금의 석연찮은 활용도 우려를 사고 있다. 올해 초 실체가 뚜렷이 알려지지 않은 디지털킹덤홀딩스라는 법인에 100억원을 대여해주자 외부감사인이 주의사항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디지털킹덤홀딩스는 한계기업인 세원이앤씨를 인수하는데 이 자금을 사용했고, 이후 비아이엔론대부와 케이엠지이인베스트라는 업체로부터 고리(高利)에 주식담보대출 등을 받아 상환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업활동과 투자활동 모두 시장의 우려를 살 만한 상황”이라며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자금난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지 못한다면 또 다시 메자닌 발행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주가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