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빙그레의 멜론 맛 아이스크림 메로나는 1992년 세상에 처음 나왔습니다. 메로나 출시 30주년을 맞아 빙그레가 최근 1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55세 된 '아재' 빙그레의 'B급' 세계관 마케팅에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8일 빙그레(대표 전창원)에 따르면 메로나 30주년 유튜브 영상 '메로나는 메로나 이상이다' 조회수가 한 달 만에 700만에 육박했습니다. 빙그레 유튜브 채널 빙그레컴퍼니가 올해 제작한 영상(22개) 평균 조회수가 10만인 걸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좋아요 개수도 3000개를 넘었습니다.
영상은 1분 22초간 메로나 역사에 대해 설명합니다. '올 때 메로나'라는 밈을 탄생시킬 정도로 30년간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온 메로나는 달달한 맛과 다양한 콜라보, 소비자들과 함께 지내온 추억을 상시 시킵니다. 여느 홍보 영상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 영상이 유독 인기 있는 이유는 '빙그레우스' 덕분입니다.
빙그레 SNS에는 빙그레 왕국이라는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는 이 왕국의 후계자로 왕위 계승을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다는 설정의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게시물을 보면 마치 애니메이션 SNS를 연상시킬 만큼 제품에 대한 홍보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빙그레 측은 "바나나맛우유나 투게더 등이 빙그레 제품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아 인지도 제고 차원에서 빙그레우스를 기획하게 됐다"며 "SNS 환경에 익숙하고 이곳에서 이색 경험을 추구하며 서로 재미를 공유하는 젊은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했다"고 인기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사실 캐릭터 마케팅에 진심인 건 빙그레만이 아닙니다. 맥락 없지만 재미있고, 취향껏 빠져들 수 있는 '병맛스러움'을 무기로 삼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올드한 이미지를 젊게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마케팅이 모두 성공하진 않습니다. MZ세대의 규정하기 어려운 특성이 이유로 꼽힙니다.
이들은 소비 과정에서 이전에는 접하지 못한 신선한 자극을 선호합니다. 동시에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익숙함도 좋아합니다. 재치 있는 가벼움에 매력을 느끼지만 너무 무게가 없는 캐릭터에는 금방 싫증을 느끼곤 합니다. 주류를 벗어난 B급 감성에 환호하고 자유분방함을 추구하지만 선 넘는 건 '불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우스는 진지하면서도 가볍고 허세가 있지만 밉지 않은 점이 특징"이라며 "옹떼 메로나 부르장 같이 재미있는 작명과 가장 오래된 비서로 나오는 '투게더'처럼 직관적인 의인화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거부감 대신 친숙함으로 어필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소위 '병맛코드'에 집중한 빙그레의 SNS 마케팅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빙그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7만명을 넘었고 약 12만명이 빙그레컴퍼니 채널을 구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충 만든 것 같은 이 캐릭터는 사실 잘 짜여진 각본과 설정 아래 탄생했습니다.
실제로 2020년 2월 첫 게시물부터 사진을 6장 연달아 올리는 등 마치 SNS 초보인 듯한 어리숙함을 티 내기도 했습니다. 아재 개그를 선보일지언정, 조회수를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로 논란이 되지 않기 위해 수차례 검수 과정을 거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빙그레우스는 20대 담당자 두 명이 스토리라인 등을 구성해서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며 "빙그레우스 시리즈는 이번이 시즌3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참신하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트렌드에 맞춰 재미있는 콘텐츠를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