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편의점업계가 아시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5만개가 넘는 편의점 간 경쟁이 치열한데다 지난해 근접 출점 제한이 연장되며 신규 점포 확보에 어려움이 커진 까닭입니다. 비대면을 앞세운 이커머스의 성장도 위기감의 배경입니다. 편의점들이 K푸드와 현지화를 무기로 영토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편의점들이 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이달까지 약 5년간 몽골과 말레이시아, 베트남 세 국가에 진출한 국내 편의점(GS25·CU·이마트24) 점포 수는 550여개에 이릅니다.
CU는 이달 말레이시아 서부 페락 지역 번화가에 점포를 내며 말레이시아 통산 100호점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 현지 기업 마이뉴스홀딩스의 자회사인 마이씨유리테일와 손잡고 1호점을 연지 1년 3개월 만입니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 인기에 힘입어 현지 소비 동향을 고려해 상품을 꾸렸습니다.
그 결과 현지 매출 1·2위인 떡볶이 2종이 하루 4000컵씩 팔리고 있고 닭강정·델라페 아이스드링크(PB) 등 한국식 먹거리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이들 한국 상품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합니다. 올해 150개점, 5년 내 500개점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마트24도 현지에 2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진출 당시 우리나라 길거리 인기 음식을 바탕으로 즉석 먹거리 MD(상품 구성) 전략을 제시했고 이는 컵밥, 빙수 등의 일 최대 판매량 1000개로 이어졌습니다. 떡볶이, 삼각김밥 등 즉석 먹거리 매출이 전체 상품의 51%를 차지한다는 설명입니다.
현지 특성에 맞춘 이색 콘셉트 매장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업 면적의 절반을 실내 조경과 휴식 공간으로 구성하는 식입니다. 대학가에 위치한 이마트24 말레이시아 5호점의 경우 외관에 그래비티와 노출 콘크리트 등을 디자인해 공장형 카페 스타일로 꾸몄습니다. 주 타깃층은 2030세대입니다.
GS25는 현지 유통업체 KK그룹과 협약을 맺고 내년 말레이시아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2023년 1호점, 5년 내 500호점 출점을 목표로 국내 '프레시 푸드' 운영 기술을 현지에 전파한다는 방침입니다. 심플리쿡, 쿠캣 등 GS25 특화 상품과 우리동네 딜리버리, 반값택배 등 생활 서비스도 현지화해 선보입니다.
앞서 2018년에는 3사 중 유일하게 베트남에 진출했습니다. GS25는 베트남에 약 160개 매장을 보유 중이며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현지 일반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을 열기도 했습니다. 한국식 호빵, 라볶이 등이 매출 순위 5위권을 지키는 가운데 2025년까지 700개점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입니다.
현지화에 성공한 제품이 국내에 역수출된 사례도 있습니다. 몽골인 등 유목민이 즐겨 마시는 생우유를 활용해 카페25(PB)를 메뉴화한 '생우유라떼'가 일 평균 300잔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고, 이는 국내 론칭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70여점의 몽골 매장을 연내 15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CU 역시 이달 몽골에서 200호점을 열고 미국계 편의점(서클K) 현지 점포를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식 간편식품 인기와 몽골식 찐빵 현지화, 배달 서비스 등에 힘입어 지난해 몽골 CU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했습니다.
아시아 시장의 높은 경제 성장 잠재력은 편의점들이 앞다퉈 진출하려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편의점의 주 소비층은 MZ세대입니다. 이들은 한국보다 '젊은 국가'에 속합니다. 한국의 중위연령(전 국민을 한 줄로 세웠을 때 정중앙 사람의 연령)은 43.7세로, 몽골(28.2세), 말레이시아(30.3세), 베트남(32.5세)보다 높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1370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3위입니다. 국제통화기구(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4월 기준) 말레이시아의 실질GDP 성장률을 5.6%로 전망됩니다. 편의점은 연간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때 한국화와 현지화를 적절하게 융합하는 게 관건"이라며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 한국 편의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므로 한국 편의점의 장점을 살리면서 현지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는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