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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의 시대①] 줄 서야 산다…유통업계 휩쓰는 ‘오픈런’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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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ne 14, 2023, 14:06:18

샤넬백에서 출발한 오픈런, 유통가 전반 확산
희귀 위스키, 슬램덩크 유니폼 위해 밤새기도
한때 오픈런 알바까지..잘파세대서 긍정 반응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상품의 물량이 한정적이면 구매 경쟁은 치열해집니다. 사람들은 샤넬백과 롤렉스 시계를 누구보다 빨리 사기 위해 추위에도 밤새 줄을 섰고 오픈과 동시에 달렸습니다. 트렌드의 척도로 자리 잡은 '오픈런' 현상은 이제 명품시장을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오픈런(open run)'은 본래 서구 공연계에서 '폐막 날짜를 정해 놓지 않고 공연하는 일'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오픈런이 공연계 용어보다는 '매장 개장과 동시에 달려가 물건을 구매한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오픈런이 일종의 사회현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샤넬은 오픈런의 시초로 불립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서울 시내 백화점 앞에는 매장문이 열리기 한참 전부터 샤넬백 구매를 위한 대기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중에는 샤넬 충성 고객과 리셀(재판매) 목적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리셀러)들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샤넬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22년에만 국내 제품 가격을 네 차례 인상했습니다. 그래도 오픈런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불안정한 국내외 경기 속에서도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7% 늘었습니다. 이후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에서도 오픈런이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부터 유통업계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오픈런 현상은 작게는 인기 상품 및 트렌드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사회에 여러 변화를 일으키는 '신드롬'(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현상)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2월 SPC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빵 시리즈는 판매 일주일 만에 150만개, 43일 만에 1000만개 넘게 팔렸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판매 1억개를 돌파했습니다. 3040세대의 추억 소환에 성공한 포켓몬빵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됐고 편의점 입구에는 연일 '포켓몬빵 품절' 문구가 붙었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희귀 포켓몬 스티커 한 장은 포켓몬빵의 수십 배 비싼 가격에 거래됐고 커뮤니티에는 손주에게 포켓몬빵을 선물하기 위해 대형마트 오픈런 경쟁에 뛰어든 노인 이야기가 화제였습니다. 포켓몬빵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SPC삼립 매출은 처음 3조원대에 진입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오픈런도 활발합니다. 나이키가 지난 2021년 1월 출시한 한정판 운동화, 일명 '범고래'는 구매 인파를 몰고 다니며 시중에서 2~3배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아디다스 운동화 '삼바 ADV블랙'은 블랙핑크 제니 운동화로 알려지면서 흔치 않은 아디다스 오픈런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연초에는 일본만화 슬램덩크 열풍이 거셌습니다.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상영에 맞춰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2주간 팝업스토어가 열렸고 오픈 첫날 1000여명이 대기하는 풍경이 벌어졌습니다. 한정판 유니폼, 피규어 등 치열한 굿즈 경쟁 속에 1인당 구매 수량 제한에도 인기 상품은 금세 품절됐습니다.

 

GFFG가 2017년 론칭한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귀여운 캐릭터와 많은 크림 양, SNS 사진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며 MZ세대를 기꺼이 웨이팅에 동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팝업스토어와 지난 4월 롯데월드몰 노티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어김없이 오픈런이 나타났습니다.

 

 

차별화 주류에 힘쓰는 편의점들도 한정판 위스키, 캔 하이볼 등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습니다. CU가 지난 4월 진행한 한정판 위스키 판매 행사 대기줄은 약 200미터에 달했고 GS25가 올초 한정판으로 선보인 '김창수 위스키' 38병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은 편의점 앞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오픈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픈런을 위한 팁까지 등장했습니다. 2030세대는 커뮤니티를 통해 백화점 별 대기시간 및 오픈런 성공률이 높은 시간, 샤넬 백 구매를 위한 최적 루트 등을 공유했습니다. 한때 일반 소비자와 리셀러를 대상으로 오픈런 알바(아르바이트)와 대행사도 성행했습니다.

 

최근 엔데믹을 맞아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명품 오픈런은 다소 동력을 잃은 듯해 보입니다. 그 흐름을 유통 기업들이 이어받아 오픈런을 다양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미래 소비층인 1020세대에서 오픈런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점도 이들 기업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형지엘리트의 교복 브랜드 엘리트학생복에 따르면 굿즈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27%가 오픈런을 경험해봤고, 57%는 해본 적은 없지만 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구하기 힘든 굿즈를 구입할 수 있다(68%)' 등 '희소성'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굿즈 마케팅이 충성고객 확보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주로 1020세대 지칭)가 소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만큼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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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weightman@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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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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