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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의 시대②] 샤넬부터 위스키까지…우리가 그토록 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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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ne 22, 2023, 08:06:59

명품, 팬데믹 여행 수요 흡수..보상심리 주효
불확실성 큰 2030..오픈런 통해 성취감 찾아
'리셀→가격 상승' 비판에도 홍보 효과 충분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상품의 물량이 한정적이면 구매 경쟁은 치열해집니다. 사람들은 샤넬백과 롤렉스 시계를 누구보다 빨리 사기 위해 추위에도 밤새 줄을 섰고 오픈과 동시에 달렸습니다. 트렌드의 척도로 자리 잡은 '오픈런' 현상은 이제 명품시장을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MZ세대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단순한 소통 채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들은 소비를 통해 개성을 드러냅니다. 값비싼 제품이나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인정받기에 충분해집니다.

 

'보상심리'는 코로나19 기간 명품 오픈런을 이끌었습니다. 2020년 초 본격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은 시공간에 제약을 받게 됐고, 기약 없는 해외여행과 불만을 명품으로 보상받길 원했습니다. 유통업계 전반이 큰 타격을 받는 와중에도 명품 시장은 홀로 성장세를 거듭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의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37.9% 증가했습니다. 해당연도 식품 매출 증가율의 약 3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백화점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명품은 코로나 기간 백화점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명품 이후로도 오픈런은 의류와 디저트, 팝업, 주류, 콘서트, 예술품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캐릭터 유니폼, 수량이 한정된 약과, 1분도 안 돼 매진되는 인기 가수 콘서트 티켓 등에서의 오픈런 성공담은 SNS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건 희소성"이라며 "돈이 많다고 사거나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빨리 가서 줄 서고 오픈런하면 내가 돈이 조금 없더라도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것을 공정의 하나의 사례로 얘기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 가지 않아도 상품을 비교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넷과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각종 정보 교환이 활발해졌고, 많은 사람이 동의하면서 '좋은 상품'으로 여겨지는 것에 관심과 수요가 몰렸습니다. 위스키 오픈런도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류 문화의 키워드는 '다 같이, 많이'에서 '소수, 가볍게'로 옮겨졌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하이볼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가 확산하면서 더 이상 위스키는 '비싸고 독한 술', '마니아용 술'이 아닌 MZ세대에게 핫한 술로 떠올랐습니다.

 

위스키 시장 성장에 맞춰 편의점들은 인기·희귀 위스키에 '한정판'을 붙여 내놨고 고가임에도 오픈런을 유발하며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열풍을 주도한 건 20~30대입니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연령별 구성비에서 20대(39.6%)와 30대(43.3%) 비율은 82.9%를 기록했습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측면에서 오픈런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팍팍한 경제 사정, 치열한 경쟁 등 사회·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개인의 무력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오픈런은 '노력'이 '보상'으로 이어지는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동이라는 결론도 내놓습니다.

 

이은희 교수는 "사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성취감을 맛보는 일이 많지 않다. 직업적으로는 사회 초년생이거나 취업 준비생"이라며 "젊을 때 '뭔가를 해냈다'라는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런 오픈런 같은 걸 통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최소 평균 정도에 속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FOMO 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불안해하는 증상)'으로 해석되는 이러한 심리는 유행과 타인의 행동에 민감할수록 더 증폭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당 앞에 사람이 많은지 차가 얼마나 서 있는지 보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개성이나 독특함보다 동조성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태크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한정판 명품 가방, 신발 등은 중고거래 시장에서 최대 수십 배 비싸게 거래되는 까닭에 오픈런의 활성화는 곧 리셀(재판매)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코로나 19 확산 당시 명품 오픈런은 실수요자보다 리셀러 비중이 더 많았다고 업계는 추측합니다.

 

오픈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합니다. 리셀을 통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게 대표적입니다. 지난해까지 오픈런 아르바이트와 대행사가 성행한 것도 그러한 이유가 큽니다. 샤넬은 매장에서 재고량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최근 해외여행 확대와 함께 명품의 대중화로 가치가 하락하면서 리셀 시장도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샤넬이 가격을 인상한 '클래식 플랩백 라지'의 정가는 1570만원이지만 현재(6월 21일 기준)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는 같은 제품이 113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통업계 내 크고 작은 오픈런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줄이 줄을 부르는' 오픈런은 마케팅 가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GS25 관계자는 "오픈런을 통해 한 번이라도 고객이 매장을 내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유인 효과가 있다"며 "근래에는 특히 일본 주류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데 희귀 위스키처럼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상품을 꾸준히 들여오는 게 GS25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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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weightman@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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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07:00:00

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치킨업계 1위를 지켜온 교촌치킨의 성장세가 멈췄습니다. 적극적인 출점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bhc, BBQ와 대비되는 흐름에 본업 경쟁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은 '허니시리즈의 아버지' 송종화 대표 체제에서 올해 새판 짜기에 돌입합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킨업계 매출 순위가 뒤바뀌었습니다. bhc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한 5356억원으로 교촌치킨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매출 5000억원을 넘겼습니다. BBQ는 지난해 매출이 12.8% 증가한 473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2년 연속 500억원 넘게 올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만 역성장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이 44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줄었습니다. 2014년부터 8년간 이어온 국내 치킨프렌차이즈 업계 선두 자리를 bhc에 뺏겼고 BBQ에 2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3위로 내려앉았지만 이유는 있습니다. 교촌은 외연 확장보다 내실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교촌에프앤비입니다. 영업이익이 2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늘었습니다. 1년 사이 3배 급증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7%에서 5.6%로 3.9%p 끌어올렸습니다. bhc와 BBQ의 영업이익은 각각 1203억원, 55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 13.7% 줄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당초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가맹점 수익이 우선이라는 권 회장 경영철학을 2023년 실적에서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및 파트너사와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포당 점주 매출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에 따르면 2022년 교촌치킨 가맹점의 전국 평균매출액은 7억5000만원으로 bhc(6억원), BBQ(4억3000만원)보다 높습니다. 0%대 폐점률도 이를 입증합니다. 다만 가맹점주 수익성 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외형 성장이 더뎠고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쟁사들이 수십 개 이상 매장을 낼 때 교촌에프앤비의 신규 출점 매장은 10개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가맹점 수(2022년)에서도 교촌에프앤비(1365개)는 BBQ(2041개), bhc(1991개)와 차이가 큽니다. 특히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다는 점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교촌은 2018년 업계 최초로 배달비를 도입했고 이는 요식업계 전체 배달비 유료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촌은 지난해 4월에도 주요 메뉴 가격을 나홀로 최대 3000원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습니다. 경쟁사 대비 부족한 히트 상품도 보완 과제로 언급됩니다. 교촌의 인기 제품으로는 1991년 간장치킨(교촌시리즈)을 시작으로 2004년 레드시리즈, 2010년 허니시리즈 등이 손꼽힙니다. 허니시리즈 이후 15년 가까이 꾸준히 신제품을 내고 있으나 히트작으로 불릴 만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020년 24가지 재료로 완성한 불맛을 강조하며 선보인 '교촌신화'는 반짝 인기를 끌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2년 뒤인 2022년 7월 단종됐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같은달 블랙시크릿을 출시하며 5가지 향신료로 만든 이국적인 치킨 콘셉트를 앞세웠고 콤보 출시, 시식단 모집 등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블랙시크릿은 지난해 1월 출시 약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마리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였으나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교촌에프앤비 입장에서는 허니시리즈를 이어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견인할 인기 제품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송종화 부회장을 교촌의 새 사령탑으로 임명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교촌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송 부회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 총괄상무 및 사장으로 재직한 전문경영인입니다.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11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송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가라앉은 치킨 프렌차이즈 시장 위기를 극복하고 교촌치킨을 치킨 선두 브랜드로 올리는 데 기여한 프렌차이즈 전문가로 평가받습니다. 임원 재직 당시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교촌의 효자 상품인 '허니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허니시리즈는 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표되던 치킨 시장에 꿀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했습니다. 치킨 고객층을 아이와 여성들까지 넓히는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2014년에는 허니시리즈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신장하며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0%, 63%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교촌은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모앙새입니다. 이마트와 협력해 자사 소스를 상품화한 K1 핫소스를 출시하며 소스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 6월에는 이태원에 '치킨 오마카세' 닭요리 전문점 교촌필방을 열었습니다. 올초에도 여의도에 메밀 한식주점 '메밀단편'을 론칭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촌의 신사업 시도는 매출 부진과 맞물리며 본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그룹 성장의 전기를 마련한 송 대표 체제에서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송 대표는 국내가맹사업과 신성장사업, 해외사업, 각 계열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송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경기위축과 소비침체 등 회사 안팎의 여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지속적 경영혁신을 통해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교촌을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에 열정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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