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오는 11월 KB금융그룹을 마지막으로 국내 5대 금융그룹 회장이 모두 새 인물로 바뀝니다. 지난해 3월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신한금융, NH농협금융, 우리금융, KB금융까지 5대금융그룹을 이끄는 수장이 모두 교체되는 것입니다.
금융업계는 현 정부 출범 뒤 5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에 주목해 왔습니다. 일정상 5대금융 회장 임기가 모두 만료되는데다, 정부·금융당국이 금융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회장 셀프연임'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11월 윤종규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을 끝으로 5대금융그룹 수장은 모두 바뀌고 국내 금융시장은 새로운 리더십이 이끌어가게 됐습니다.
새 회장, 신한·하나 '내부' vs NH·우리 '외부'…KB는?
이미 취임해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4대금융그룹 중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회장은 내부 인물이 선임된 반면 NH금융과 우리금융은 외부 인사가 선임됐습니다.
가장 먼저 지난해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 16일 후에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이 예상대로 취임했습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전 회장에 이어 10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맞았습니다.
지난해말 신한금융의 리더 교체는 상징적 사건으로 회자됩니다. 3연임 유력설이 무성하던 조용병 회장이 '자진사퇴'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1961년생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발탁됐습니다.
조 회장은 "후보군에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왔기 때문에 세대교체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조직 안팎에 '세대교체론'을 띄웠습니다. 그러면서 판매했던 사모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가장 가슴이 아픈 건 고객들이 피해를 많이 봤고 직원들 징계도 많이 받았다. 누군가는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정리해야 한다"며 용퇴 배경을 밝혔습니다.
금융그룹 회장 교체는 NH농협금융지주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12월12일 NH농협금융지주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박근혜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1959년생) 당시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단독추천한 것입니다. 전임 정부 장관급 인사가 '깜짝등장'하면서 호실적을 내세운 내부출신 손병환 당시 회장의 연임은 무산됐습니다.
우리금융그룹도 관치논란 속에 회장이 교체됩니다. 올 1월18일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1차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하는 당일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용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손 회장은 2021년말 우리금융지주 완전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 속에서 연임 도전은 물론 성공 가능성도 크다는 전망이 대체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강하게 제지에 나섰습니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이복현 금감원장), "라임펀드 사태(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손실사태)를 단순한 직원 문제가 아니라 CEO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손태승 회장에 책임이 있다"(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일련의 발언이 그것입니다.
손 회장이 장고 끝에 용퇴를 택하면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 임종룡(1959년생) 후보가 차기회장으로 낙점됐습니다. 임종룡 회장은 이미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역임했습니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KB금융으로 모아집니다.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성장을 이끌어온 윤종규 회장이 자진사퇴를 결정하면서 KB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에 착수했습니다.
후보로는 박정림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KB증권 대표이사),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철 KB금융지주 부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성명 가나다순) 등 내부인사 4명과 외부인사 2명으로 총 6명입니다.
KB금융 부회장 3인(양종희·이동철·허인)은 일찌감치 차기 리더 유력후보군으로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검증을 받아왔고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는 증권업계 최초의 여성 CEO라는 남다른 이력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장막 뒤에 가려진 외부 2인은 '변수'로 여겨집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후보는 본인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기로 했다"며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민간금융으로 성장해온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내부인물, 공적인 성격이 강한 농협중앙회가 대주주인 NH금융과 정부 소유에서 민영화된 우리금융은 외부인물이 선임된 것에 주목합니다. KB금융은 NH금융, 우리금융과 성장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인사의 회장 선임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오랜시간에 걸쳐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체계화, 고도화해왔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외부 입김이 작용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은 9년전 취임 당시 'KB사태(경영분쟁)'로 논란을 일으킨 내분을 수습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시스템 구축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마련된 것이 현재의 CEO 승계절차인 만큼 철저한 검증을 받아온 인사들간에 공정한 경쟁을 거쳐 대내외적으로 납득할 만한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선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4대금융 회장 경영색깔 그리고 KB 새 회장 과제는?
리딩금융 지위를 놓고 KB금융과 경쟁하고 있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고객중심경영'과 '일류신한'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회장 취임 당시 고객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외형과 손익을 비교하며 은행간 경쟁에서 1등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사랑받는 '일류은행'이 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 대표이사 등 오랜 현지 근무이력으로 조직내 '일본통'으로 손꼽히는 진 회장은 한일 양국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혁신생태계 조성 등 한일 민간교류에도 적극적입니다.
진 회장은 특히 미래의 은행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은행'이 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의 상황을 파악하고(Sensing) 알아서 해결해주는(Acting) 금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강조합니다. 함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대한민국 4대 금융그룹으로 엄청난 규모의 자산과 매년 증가하는 이익을 바라보며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이미 '마지노선'이 자리잡아 풍전등화 현실에도 안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업(業)의 범위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는 함 회장에겐 KDB생명 인수가 당면과제입니다. 지난 7월 KDB생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가 선정됐고 하나금융은 이달부터 보험업 회계·감독제도 변경 등에 따른 상세 실사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하면서 금융당국과 긴밀한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국에서 강조하는 상생금융에 적극 동참하며 관계 회복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임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합니다. 실적개선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완, 내부통제 강화 등 만만치 않은 이슈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1조53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1년전보다 12.7% 감소했습니다. 나머지 4개 금융그룹이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역성장은 더 뼈아픕니다. 임 회장은 우선 비용절감과 IB역량 강화를 내부에 주문하고 있습니다.
은행을 제외한 증권·보험 등 이른바 '비은행 업종' 강화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대형 횡령사고 이후 우리금융은 내부통제제도 정비라는 큰 숙제를 받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공개적인 대외행보를 자제하고 조직 내부 돌보기에 한창입니다. 취임후 '초일류 디지털 금융그룹'을 향한 전사적 체질개선에 나서는 한편 농협금융 글로벌전략협의회을 주재하며 해외점포 사업모델 재점검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농업·농촌을 위한 특화된 ESG 경영을 내세워 '농업부문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그린솔루션랩(Green Solution Lab)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 회장은 "소비자로부터 신뢰와 믿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금융회사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자율적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9년만에 KB금융 지휘봉을 이어받을 새 회장은 리딩금융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과제로 꼽힙니다. 리딩금융에 맞는 내부통제체제와 조직문화를 정비하고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내실경영과 사업 다변화, 디지털 경쟁력 확보, 글로벌 비즈니스 강화도 차기회장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