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사진 찍어드릴까요?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 강남' 4층. 한쪽 벽면에 설치된 포토존 앞을 서성이는 고객을 향해 직원이 말을 겁니다. 해당 공간에는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소품을 재현했습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방탄소년단 굿즈를 구경하기 위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팝업스토어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삼성전자[005930]가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 슬래시비슬래시(SLBS)와 협업해 만든 공간입니다. 방탄소년단 노래 중 10개를 선정해 스마트폰 케이스, 그립톡, 무선 충전기 등 한정판 액세서리를 판매합니다.
삼성전자는 ‘플레이그라운드 콘셉트’를 앞세우며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는 넥슨의 인기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를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게임 속 아이템을 ‘소품’으로 제작해 포토존과 굿즈 판매했습니다. 해당 공간은 게이머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며 주말 사전예약이 1분 내 매진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찾아 간 ‘삼성 강남’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 등장한 것은 지난 6월입니다. 강남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MZ 세대를 상징하는 공간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 강남’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삼성 강남과 애플 강남의 거리는 600m정도입니다.
삼성과 애플의 같은 강남, 다른 전략
지난 3월, 애플은 서울 강남에 애플스토어를 열었습니다. 가로수길점, 여의도점, 명동점, 잠심절에 이어 다섯 번째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비제바노 건물 1층(805.48㎡)과 2층(783.04㎡) 전부를 임차했습니다. 보증금 42억원에, 월세 4억2000만원 규모입니다. 서울특별시 강남구청에 따르면 실제로 매장으로 운영되는 공간은 약 1층 판매시설 면적 577㎡(약 158평)입니다.
애플 강남은 전면에는 폭 36m·높이 10m 크기의 통유리가 배치돼있습니다.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매장안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곧장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플 강남 매장안에는 총 11개의 테이블이 배치됐습니다. 그 중 8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PC를 전시용으로 사용되고, 2개는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니어스바'로 운영됩니다. 안쪽에는 애플 제품 사용법부터 노하우를 공유하는 세션용 테이블이 있습니다. 애플은 한 층 안에 수리부터 판매, 행사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애플과 달리 삼성은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총 6개층으로 구성됐습니다. 이 중 사무실로 사용되는 5층을 제외한 5개층을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서초구청에 따르면 삼성강남의 연면적은 2192㎡(약 663평)입니다. 애플 강남과 비교해 약 4배 가량 차이납니다. 지하 1층은 수리 공간으로, 1층과 2층은 제품 전시 및 판매 공간, 3층은 카페, 4층은 팝업 스토어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제품’을 중점적으로 사용해볼 수 있는 애플 강남과 달리, 삼성 강남은 ‘체험’이 강조됐습니다. 2층에 올라가면 과거 삼성전자 핸드폰 브랜드인 ‘애니콜’의 제품이 존재합니다. 안쪽에는 삼성전자 ‘헬스케어’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배치됐습니다.
3층은 삼성전자 TV와 생활가전을 ‘픽업’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가 조성됐습니다.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강연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달리 체험을 앞세운 이유는?
삼성전자가 ‘체험’을 강조한 이유는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삼성전자에게 'MZ'는 풀어야 할 하나의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2012-2023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18~29세의 삼성폰 사용 비율은 32%, 아이폰 사용 비율은 59% 조사됐습니다. 전체 응답자 69%가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것과 대조됩니다.
매장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해당 매장에는 '포비브라이트'를 숍인숍 형태로 배치했습니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 홍대점에 위치한 '포비브라이트'로 들어가는 별도의 문이 따로 있습니다. 해당 장소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방문한 이용객과 삼성전자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함께 이용했습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신 모(27) 씨는 “평소 포비브라이트 베이글을 좋아하는데, 지하철 역에서 가까워서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카페 결합형 매장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하는 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이미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션 브랜드 칼하트 WIP은 지난 8월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월드몰점 1층에 '칼하트 WIP 커피'를 오픈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 의류업체 '아페쎄'도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스웨덴 의류업체 '아르켓' 역시 아시아 지역 최초로 여의도 더 현대에 카페 결합 매장을 선보였습니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갤럭시 외면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간 체류 시간을 늘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겠다는 전략입니다.
정호진 삼성전자 한국총괄 MX팀장(부사장)은 지난 6월 '삼성 강남' 오픈 행사식에서 "앞으로도 고객을 위한 진정성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로 차별화된 브랜드 체험과 친밀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