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양귀남 기자ㅣ최대주주 변경을 예고한 코스닥 상장사 다보링크의 이상 주가 흐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수합병(M&A) 및 대규모 자금조달 발표 직전 수일간 거래량 급증과 함께 주가가 폭등세를 연출했고, 이미 지난 8월부터 이상 징후를 보이자 감시당국에서도 수차례 경고음을 울렸다. 주가가 급등하자 회사 임원들은 발빠르게 대량의 주식을 장내에서 처분했다.
정체 불명의 투자조합들이 대규모 구주를 떠가는 구조인 만큼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이슈도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투자조합의 구주 인수일과 임시 주총, 대규모 자금 납입일 간의 시차가 존재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 직전 일주일 간 내달린 주가..8월부터 이상 징후
1일 금융투자업계 및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보링크 최대주주인 이용화 대표 외 3인은 보유 지분을 더에이치에스인터내셔널, 로엠버기술투자조합, 볼레로투자조합에 양도할 계획이다. 회사는 2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발표된 다음날 다보링크 주가는 보합으로 마쳤지만 장중 7% 넘게 급락하는 등 일부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 정보를 공시하기 전부터 주가가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전날에는 장중 마이너스 14%대를 찍다가 플러스 4.9%로 마감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하루 거래대금은 125억원을 넘어섰다. 9월 한달간 거래대금 총합(121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다보링크 주가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5거래일 동안 55% 가량 급등했다. 경영권 변동과 자금 조달 공시가 19일 장 종료 후 발표됐지만, 이미 주가는 수일 전부터 폭발적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가파르게 치솟았다. 거래량도 요동쳤다. 평소 일 거래량이 수십만주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 기간에는 총 2700만여주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26% 급등세를 보였던 지난 16일에는 하루 835만주의 거래량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보링크 주가는 지난 8월부터 이상 징후를 보여왔다. 800원 전후에서 잠잠하던 주가가 8월 초를 기점으로 열흘 만에 2배 넘게 폭등세를 보인 것. 이에 한국거래소가 나서 수차례 경고음을 울렸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8월 두차례에 걸쳐 다보링크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예고했고, 코스닥시장본부는 8월 18일부터 3거래일간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했다. 특히 다보링크는 8월 한달 동안 10차례에 걸쳐 소수 계좌 매수 관여 과다종목과 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를 사유로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회사 측은 지난 8월 코스닥시장본부의 현저한 시황 변동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경영권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최대주주 소유주식 매각과 유상증자 또는 주식관련 사채 등의 발행 및 그에 따른 절차에 대해 고려 중에 있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자 대주주 특별관계자인 회사 임원들이 대량의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이들의 매도는 지난 9월부터 공시 직후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다보링크 관계자는 “임원들의 주식 매도는 개인적인 사안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요 내용이 공시되기 직전 며칠간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했고 임원들이 집중 매도에 나선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내부 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체 불명 투자조합이 724만주 인수..오버행 우려
대규모 자금 조달에 앞서 대량의 주식이 투자조합들로 넘어가다는 구조다 보니 오버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조합들에 관한 정보는 시장에 알려진 바가 전혀 없고, 이들이 보유할 물량은 모두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아 처분이 자유롭다. 즉 인수 후 곧바로 매도가 가능한 물량이다. 발표 당시에는 6개월간 자진 보호예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정정공시를 통해 이를 철회한 상태다. 코스닥 한계기업에 들어오는 정체 불명의 투자조합은 지분 인수 후 조합을 해산해 각 조합원이 5% 이하로 주식을 나눠갖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매도에 대한 공시 의무가 사라져 시장에서는 처분 내역에 대해 알 길이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로엠버기술투자조합과 볼레로투자조합은 다보링크 구주를 총 724만 8479주 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 150억원 규모다. 이는 다보링크 총 주식수(4276만 5160주) 대비 약 17%에 달하는 물량이다. 주식 양수도 거래 완료일은 오는 12월 14일이다. 이튿날인 15일에는 임시 주총을 열기로 했다. 2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CB의 납입일은 12월 20일로 잡혀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로 볼 수 있는 구주 대금은 임시 주총 전날로 잡혀 있지만, 상장사로 대규모 자금이 들어오는 거래는 모두 임총 이후로 잡혀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예정대로 회사로 자금이 들어올 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대규모 자금 납입이 지연되거나 축소될 경우, 구주 매각을 위해 대규모 자금 투입이라는 카드를 도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다보링크에 대규모 자금을 납입하기로 한 주체들은 현재까지 실체와 납입 능력 등이 불투명한 법인들로 알려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12월에 있을 임총을 전후로 신사업 등 시장의 관심을 끌만한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한 경우에는 언제라도 대량의 차익 매물이 쏟아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