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컨테이너선사 HMM 경영권 인수를 둘러싼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습니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정부 측은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하림은 인수 무산에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매도인 측과 하림이 HMM 매각을 위해 진행한 주주 간 계약 협상이 최종 무산됐습니다. 양측은 전날인 6일 자정까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했습니다.
하림그룹 계열회사인 국내 2위 해운기업 팬오션과 재무적 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HMM의 경영권 이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매도인 측과 7주간 협상을 벌어왔으나 이날 매도인 측으로부터 협상 결렬을 공식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림그룹은 주식매매 거래 협상 최종 무산에 대해 "HMM의 안정적인 경영 여건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최종적으로 거래협상이 무산된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앞서 하림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HMM 지분 57.9% 인수전에 6조4000억원을 써내 동원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우협 선정 이후 양측은 경영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매각 측은 HMM이 국가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매각 이후에도 일정 부분 경영 감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하림은 산은과 해진공이 이번에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나면 영구채만 보유한 최대 채권자이므로 과도한 경영 개입을 해서는 안된다고 맞서왔습니다.
자체 자금, 인수금융, FI 등을 통해 8조원 정도의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수립한 상태였다는 게 하림그룹 측 설명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HMM의 유보금(현금자산)은 해운불황에 대응하고 미래경쟁력을 위해 HMM 내부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협상 막바지에 이르자 하림은 기존에 요구했던 주주 간 계약 내용 대부분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3년간 유예 및 주주 간 계약 유효기간 5년 제한 등 하림의 요구사항 철회에도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협상결렬과 관련 "그동안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인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룹 측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그룹에 대해 부당한 비난과 허위 주장들이 일부 언론과 노조 등을 통해 제기됐지만 일일이 해명하거나 대응할 수 없었던 것 또한 비밀준수계약을 성실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매각협상 결렬로 HMM은 당분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합니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하게 됐으며 향후 매각절차를 모색할 전망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운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HMM 재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을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