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용희 기자ㅣ코스닥 상장업체 퀀텀온(옛 에이치앤비디자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주체가 논란이다. 주요 인사들이 과거 상장폐지된 기업들을 두루 거쳐온 것으로 드러나며 의구심이 커지는 양상. 당초 지난달 초 납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은 거듭 연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퀀텀온은 최근 대주주에 오른 법인의 행방도 묘연하다.
쓰라린 상폐의 기억
29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퀀텀온의 11회차 전환사채(CB) 납입이 다음달 11일로 지연됐다. 해당 CB의 최초 납입일은 지난 4월이었지만 대금 지급은 이뤄지지 않고 수차례 미뤄졌다.
퀀텀온은 지난 3월 물품구매 자금을 목적으로 100억원 규모 CB 발행을 예고했다. 납입 주체는 초성아이와 플러스 투자조합으로 각각 50억원을 납입하겠다고 밝혔다. 초성아이는 자본금 1억원에 지난 2006년 설립된 법인으로 윤경일 씨가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플러스 투자조합의 지분 구성은 박상현 50%, 김경아 50%이고 박 씨가 대표조합원이다.
초성아이라는 법인의 주요 구성원은 투자자들에게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우선 지난 2020년부터 초성아이 이사에 이름을 올린 곽재권 씨는 과거 상장폐지된 기업을 두루 거쳐왔다.
곽 씨는 지난 2010년 한림창업투자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회사에서 총무와 회계를 담당했던 그는 2012년 1월까지 활동하다 일신상의 이유로 해당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 업체는 그 해 상장폐지됐다. 지난 2008년에는 피더블유제네틱스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으나 이듬해 상장폐지됐다. 앞서 곽 씨는 2003년에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초성아이 대표로 있는 윤경일 씨는 지난 2019년 세영디앤씨 사내이사 진출을 시도했다. 당시 윤 씨와 함께 사내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인물 중에는 현재 퀀텀온과 경영권 다툼을 진행 중인 알베로네이처의 과거 대표와 M&A(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도 존재한다. 해당 변호사는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며 "윤경일은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명을 시도했다. 세영디앤씨는 재작년 상장폐지됐다.
과거 상장폐지된 기업을 두루 거친 인물도 초성아이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지난 2020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던 송주아 씨는 노블엠앤비(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중), 에스에프씨(2020년 상장폐지), 하나물산(2009년 상장폐지), 에스티앤아이(2009년 상장폐지) 등의 한계기업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퀀텀온에 취재를 시도했지만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 이후 더 이상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
"대주주를 찾아라"..오리무중 행방
퀀텀온은 6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 대금 납입도 다음달 11일로 미뤘다. 이 유증은 바이오트랜스큐어2호 투자조합(이하 바이오트랜스큐어 2호)을 대상으로 한다. 유증 납입이 완료되면 이 조합이 새로운 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 유증 결정은 최대주주 변경이 완료된 지 한 달도 안돼 이뤄졌다. 앞서 퀀텀온은 지난해 11월 에이젯에셋글로벌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 유증을 진행한다고 밝혔고, 수차례 지연되다 지난달에서야 대금 납입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납입 주체는 크립토케어라는 법인으로 변경됐다.
크립토케어는 자본금 9억원에 재작년 설립된 법인으로, 김준성 씨가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법인은 암호자산 예금 및 출금 서비스를 전 세계에 보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해 기준 자본잠식상태로 당기순손실 3억원을 기록하며 재무 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게다가 크립토케어는 등록된 주소지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역삼동으로 등록된 크립토케어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영업활동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사무실 앞에는 공사 자재와 함께 에이젯에셋글로벌 간판만이 놓여 있었다. 해당 건물 관리인은 "7년 동안 근무했지만 해당 사무실에 크립토케어라는 업체는 들어온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무실을 사용하던 에이젯에셋글로벌은 두 달여 전에 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성 씨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에이젯에셋글로벌이란 법인 역시 행방이 묘연하다. 이 법인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 주소만 등록돼 있을 뿐 실질적인 영업활동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김봉관 에이젯에셋글로벌 대표는 "2주 뒤에 새로운 곳에 입주할 예정"이라며 해명을 시도했다.
한편 퀀텀온은 오랜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67억원, 330억원으로 2019년부터 5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3억원, 43억원이다.
관련기사 참조☞ [한계기업 진단] 퀀텀온 ①반년 만에 사라진 90억…경영 부실 ‘경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