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삼양식품[003230]의 성장세가 유통업계와 증권가에서 연일 화제입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지난해 해외매출이 8000억원을 넘었고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3배 뛰었습니다. 올 들어 주가는 150% 가까이 상승한 가운데 농심을 제치고 라면업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그 중심에는 K-매운 라면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불닭볶음면'이 있습니다. 해외 법인들의 고른 활약과 자발적인 바이럴 마케팅에 한국 밖 불닭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입니다. 불닭 내수 매출 비중 감소와 신제품 단종 등 상대적으로 정체된 국내 흐름에도 삼양식품이 크게 우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해외를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19년만 해도 3000억원을 밑돌던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은 2022년 6000억원을 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1년 만에 2000억원을 추가해 8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해외매출로만 1조원 달성이 무난할 전망입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했습니다. 경쟁사인 농심은 영업이익이 4% 줄고 오뚜기는 12%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는 각사의 해외시장 비중 차이에 기인합니다. 삼양식품의 해외매출 비중은 2019년 50%에서 지난해 68%로 늘었습니다. 1분기 해외 비중은 75%에 육박했습니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경쟁 심화로 라면을 비롯한 식품업계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삼양식품의 실적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상승세의 주역은 단연 불닭볶음면입니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전 세계 매운맛 라면 열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삼양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회사 전체 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는데 불닭볶음면이 이 해외 매출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불닭볶음면은 출시 5년 만인 2017년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앞질렀으며 매출은 2020년 3000억원, 지난해 6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불닭볶음면 해외 매출은 2년 만에 2배 급증했습니다.
중국과 미국 시장이 삼양식품 해외 실적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출 최대 시장인 중국법인 매출은 12억위안(약 2267억원)으로 전년보다 76% 신장했습니다. 미국법인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 주류 마켓 입점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1억2200만달러(1672억원)로 전년 대비 154% 늘었습니다.
올 1분기도 해외매출 2889억원 중 약 60%를 중국(932억원)과 미국(760억원)에서 벌었습니다. 미국은 초기 안정화 과정을 지나 주요 거래처 입점을 늘리고 있으며 특히 까르보불닭 인기 급증에 물량이 증가했습니다. 까르보불닭 매출 비중은 2021년 14%에서 올 1분기 33%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중국 시장은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강화하는 동시에 앙념치킨불닭볶음면, 불닭소스 등 제품 다변화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또 지난해 미주지역과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 비중을 각각 20%대로 확대하며 국가별 매출 비중을 개선했습니다. 소스부문 수출도 35% 증가하는 등 품목을 다변화했습니다.
최근에는 자발적인 바이럴 마케팅이 불닭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미국 래퍼 카디비, 틱톡 인플루언서 키스 리 등 유명인들이 불닭 제품을 먹는 영상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생일 선물로 까르보붉닭볶음면을 받고 눈물을 흘린 소녀의 영상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조회수 1억회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국내는 해외 성장세와 대비됩니다. 전체 매출에서 국내 비중이 2019년 50%에서 지난해 32%로 줄었고 올 1분기 25%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불닭 국내 매출은 1600억원으로 해외 매출(6800억원)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7년간 불닭이 해외에서 10배 성장할 때 국내 불닭은 2배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국내외 판매량 차이도 현저합니다. 2016년 내수와 해외 불닭 브랜드 판매량은 1억3000만개로 같았지만 지난해에는 국내 1억8000만개, 해외 9억1000만개로 5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7년간 불닭 판매량이 국내에서 1.4배 증가하는 동안 해외에서는 7배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불닭 신제품들이 국내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크림 까르보, 러블리핫, 할라피뇨치즈 등 소비층 확대를 위해 선보인 다양한 매운맛 신제품들은 판매량 저조에 수출용 제품으로 전환하거나 단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국내 라면시장은 산업 성장 주기상 성숙기로 이미 포화된 지 오래"라며 "HMR 및 간편식 수요 증가로 면류 시장은 다소 위축되고 둔화된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업체들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 역시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양식품은 해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해외 마케팅과 영업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신규 진입 국가 확대와 함께 국가별 매출 비중이 고르게 분포되는 등 성장 잠재력은 충분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부터 밀양2공장 가동 시 수출물량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밀양2공장은 총 5개의 라면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며 연간 최대 5억6000만개 라면 생산이 가능해집니다. 밀양1공장보다 진화된 스마트팩토리 및 글로벌 수준의 식품 안전 시스템을 갖춘다는 구상입니다. 밀양2공장 완공 시 회사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현재 18억개에서 24억개로 증가합니다.
삼양식품은 밀양2공장을 미주 지역을 겨냥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최근 미주 시장 성장세에 맞춰 늘어나는 수출 물량을 밀양2공장에서 담당합니다. 밀양1공장은 준공 당시부터 수출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수출 제품을 전담하며 수출 볼륨을 키운다는 계산입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성숙기인 국내 라면시장은 불닭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경쟁력 확보 및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속 성장 중인 글로벌 시장은 맛의 현지화와 글로벌 타깃 니즈를 겨냥한 시험적 시도를 하는 등 국내외 투트랙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