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바나나'. 이름도, 플레이 방식도 단순한 한 게임이 게임업계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바나나'는 지난 4월23일 스팀에 출시된 이후로 스팀 동시접속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6월 중순, 동시접속자 87만명을 돌파하며 스팀 일일 동시접속자 수 2위를 기록하는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얼마나 대단한 게임이길래 출시 두 달만에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까요? 정작 게임 플레이 방식은 게임이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별다른 조작 없이 '클릭'만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방치형 게임 장르인 '클리커'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3시간, 18시간 접속 보상으로 주는 바나나를 클릭해 획득하여 스팀 장터에 파는 것이 전부입니다.
3시간마다 얻을 수 있는 일반 바나나의 평균 거래가는 한화 약 41원 선입니다. 18시간 접속 보상인 희귀한 바나나는 간혹 고가에 거래되기도 하고 실제로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희귀 바나나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바나나'는 일반적인 NFT 게임과는 전혀 다릅니다. 분명 현금의 가치로 계산되어 거래되기는 하지만 실제 게임과 플랫폼 자체에서는 현금으로의 환금 시스템이 전무합니다. 바나나 아이템을 거래한 뒤 받은 돈은 스팀 지갑에 저장되며 오직 스팀 내의 다른 게임이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에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NFT와 다르게 '바나나'에는 어떤 블록체인 기술도 접목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로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즉, '바나나' 게임을 통한 거래량이 아무리 늘어나고 활발해진다 해도 유저들이 얻는 이득은 미미하다 못해 없는 수준이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물론 스팀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 화폐를 별다른 노력이나 비용 없이 운 좋게 얻을 수 있기에 손해 볼 것도 전혀 없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해당 게임을 통해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와 '바나나' 게임의 개발사입니다. 스팀 장터는 아이템 가격의 5%가 수수료이며 최저 수수료는 0.01달러입니다. 일반적인 스팀 게임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10% 정도입니다. 결국 실질적인 금전 이득을 보는 것은 유저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유저들은 물론 업계 종사자들도 의아함을 표하고 있습니다. '바나나' 게임의 유저 리뷰들을 살펴보아도 이를 왜 플레이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바나나'를 게임으로 봐야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토론이 오고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바나나' 게임에 대해 게임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처음 보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논란이 가속화되자 게임의 개발진들이 직접 나서 해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바나나'의 개발진은 공식 디스코드를 통해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모니터링 중이며 문제가 될 부분들도 모두 살피고 있다"며 "우리 게임이 단순 클리커보다 더 크고 나은 게임으로 발전시키려 노력 중이다"고 해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