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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보험사, 금성에서 온 소비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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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16, 2016, 14:11:06

[정재혁의 봄&톡] 세 번째 이야기_보험 '합의금'으로 본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간 신뢰 문제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아버지가 길을 걷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에 치여 넘어 지셔서, 갈비뼈 골절에 전치 4주 판정을 받았어. 가해자 보험사 쪽에서 합의금 210만원을 제시했다는데 이거 적당한거야?”


기자가 된 후 친한 친구들에게 보험분야를 담당하게 됐다고 알리자, 많이 받은 질문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이 받았던 내용은 바로 각종 사고 관련해 ‘합의금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때마침 손해보험사에 지인도 있고 해서 위의 친구 아버지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보험사에서 제시한 보험금이 적당한 지 저도 궁금했거든요. 지인으로부터 "적당한 보험금인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고, 이 내용을 친구에게 전했습니다. 제 대답을 듣고 나서야 친구는 안심해 했습니다.


이 외에 “보험금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등의 질문도 꽤 있었습니다. 보험사 직원과 싸워 ‘이긴’ 경험담을 늘어놓는 친구도 있었고, “일단 병원에 입원해라” 혹은 “한의원 가서 치료 받으면 보험사에서 알아서 연락 온다(?)”는 식의 ‘꼼수’를 제시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험사에서 보상 업무를 하는 지인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보험 약관상 정해진 보험금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려는 일부 가입자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친한 지인 중 한 명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다니던 보험사를 결국 관두고 말았습니다.


짧은 기간 이같은 일들을 겪으면서 저는 보험사와 보험소비자 사이에 뭔가 크게 어긋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인 건 분명한데, 과연 누가 먼저 원인 제공을 했는지, 누구 잘못이 더 큰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잘잘못을 가려줄 심판이 있으면 좋으련만.


일반적으로는 기업을 강자로, 소비자를 약자로 봅니다. 기업은 거대한 집합체지만, 소비자들은 개개인이 흩어져있어 힘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죠. 보험 산업도 예외일 순 없는데요.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대개 기업을 ‘악’으로 보는 시각이 강합니다. 


기업이 ‘악’이라면 반대로 소비자는 '선'일까요? 적어도 보험사 입장에선 소위 '나이롱 환자' 등으로 불리는 블랙컨슈머는 '선'의 존재가 아닐겁니다. 이들은 다른 소비자에게도 선하지 않죠.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오르게 만드는 주범으로 지목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의사가 직접 운영하는 병원이 아닌 ‘사무장병원’들이 ‘도수 치료’와 같은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의 맹점을 악용하다 경찰에 적발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보험사를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적게 주기 위해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또 보험을 잘 모르는 가입자를 상대로 한 ‘불완전판매’ 문제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죠.


보험사와 소비자가 서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아직 보험 초짜 기자라 모르는 것이면 다행인데, 이 '불신'의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을 보면 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 사람들이 항상 기대는 쪽은 결국 금융당국, 즉 금융감독원입니다. 마치 스포츠 경기의 심판처럼 명쾌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라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심판이 돼야 할 금감원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금감원 출신 인사가 퇴직 후 보험사나 유관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한 보험회사 직원은 금감원을 가리켜 '갑 중의 갑'이라 칭합니다.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고 하소연 합니다. 오라가라 하는 건 예사라 하고요. 반면, 소비자들은 '금피아'를 언급하면서, 금감원은 결국 기업편이 아니냐며 의심합니다.


화성에서 온 보험사, 금성에서 온 소비자, 그리고 둘 사이에 지구에서 온 금감원이 서 있습니다. 보험사와 소비자는 각자 화가 나서 금감원을 쳐다보고 있고요. '지구인' 금감원은 과연 어디를 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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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 기자 jjh27@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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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서지은의 보험키워드] 보험료 냈는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2025.05.11 10:37:57

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보험사가 있을까? 2024년 11월을 기준으로 영업 중인 보험회사는 생명보험회사가 22개 손해보험회사가 31개로 총 53개의 보험회사가 있다. 보험회사가 완전히 무너진 사례는 아직 없지만 사실 지급여력 부분에서 건전성을 의심받는 보험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최근 M 손보사 사태로 인해 가입자의 불안 및 보험사를 향한 불신의 시선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를 이용한 일부의 갈아타기 유도 영업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해 현장에서 일하는 설계사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인생에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가입한 내 보험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보험사가 사라진다면 가입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수 중 RBC 비율이 있다. Risk-Based Capital, 줄여서 RBC라 부르는 이 지수는 보험회사의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요구되는 자본 계산 방식으로 쉽게 풀면 '지급여력'을 뜻한다. RBC 지수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손실 금액(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쌓아놓았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당연히 RBC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건전성이 좋다. 가령 RBC 비율이 200%라면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본이 감독 당국이 제시한 기준의 2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100% 미만일 경우에는 그만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최근 논란이 된 M 손보사의 사태를 되짚어보자면, M 손보사는 2022년 4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어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경영관리 체제로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 왔으나 무산되었고,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자본이 마이너스 184억원이 되어 완전 자본 잠식 사태에 빠졌다. 당시 M 손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35.9%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는커녕 법정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시장 매력도가 크게 하락해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매각은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 M 손보사의 노조와 인수 후보 회사 간 갈등까지 깊어지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매각에 실패한 M 손보사가 청산이나 파산의 길을 걷게 될 경우 '124만 명이 넘는 가입자의 보험 자산은 어떻게 되는가?'이다. 게다가 사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설계사들이 지금도 보험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M 손보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나아가 보험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어 소비자의 불안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M 손보사에 오랜 기간 보험을 유지해 온 가입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가장 기대하고 싶은 가능성은 과거 리젠트 화재보험사의 선례처럼 계약이 타 보험사로 이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M 손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아 계약 이전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끝까지 버티다 보험사가 파산이나 청산의 길을 밟게 되면 당국의 '예금자보호법'에 기대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나의 보험 자산이 아닌 ‘해지환급금’을 보전해 주는 제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하며, 무해지나 저해지 보험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거의 없다. 역시 건전한 보험사를 통해 새로 보장자산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내게도 무척 쉽지 않은 일이다. 중도해지의 손해는 가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 가입하게 되면 나의 보험 나이와 병력 유무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선이나 차선이 아니라 차악을 피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보험이 정치도 아닌데, 최선이나 차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라고 조언해야 하는 상황이 참 씁쓸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보장자산을 관리하는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정도는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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