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자살보험금 지급을 두고 금융당국이 맞서온 생명보험사 빅3가 백기를 들었다. 교보생명이 가장 먼저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가장 먼저 밝혔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생보사 빅3가 보험금을 일부 지급 또는 검토 입장으로 바뀌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금감원에서는 이번 결정이 징계 수위를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피해 구제에 미흡한 수준에다가 고객 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9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교보생명은 금감원에 제출한 소명자료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도 소명자료에 (보험금)일부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전달했다.
자살보험금 지급 대상을 2011년으로 정한 것은 그 해 보험업법에 고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미지급한 경우 행정제재를 내릴 근거조항인 '기초서류(약관)준수 위반' 규정이 법제화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보사 빅3에 중징계를 예고한 바 있다. 대표이사 해임권고를 포함해 보험업 인허가 등록 취소, 영업 일부 정지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로 보험사를 압박했다. 이에 보험사는 중징계를 피하기 위해 일부 지급으로 한발짝 물러선 것.
하지만 보험금을 일부 지급하더라도 징계수위를 크게 낮추긴 어려워 보인다. 교보생명이 지급하기로 한 자살보험금 규모가 전체 1134억원 중 2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15~20% 규모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일부 지급을 결정했더라도 전체 미지급 액수에서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고, 제재 수위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금 일부 지급을 둘러싸고 고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교보생명 결정대로라면 2011년 1월 24일 이전에 청구한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이 전에 청구한 가입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16일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보험사들의 소명서를 받았지만, 추가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내년 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보험사들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