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정부·여당이 상장법인의 합병 등 자본거래시 이사회에 주주이익보호노력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일반주주 이익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공개한데 이어 국민의힘은 정부에서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취지를 담은 입법안을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이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자는 야당의 상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하던 재계는 정부안에 긍정적인 반면 학계와 자본시장에선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건 '퇴행'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은 상장법인이 합병, 분할,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양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자본시장법(165조의4)에 규정된 4가지 행위를 할 때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는 것입니다.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해야 합니다. 정부는 추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를 포함한 주주 보호 노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 행동규범을 구체화하기로 했습니다.
비계열사간 합병뿐 아니라 계열사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기준을 전면 폐지하고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합니다.
합병 등의 가액이 일률적인 산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도록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 고려해 산정된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합니다. 또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 등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하도록 해 객관성과 중립성을 높이고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때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배정하도록 하고, 거래소가 모회사의 일반주주 보호노력에 대한 심사를 기간 제한없이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적용 대상 행위는 자본시장법 165조의 4에서 규정하는 4가지 행위로 한정해 상법 개정으로 모든 다수의 회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할 수 있고 일상적 경영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절차적 성격의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절차 준수시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의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실체적 의무규정에 비해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지난해말 기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은 2464개, 비상장법인은 102만8496개입니다. 상법 개정시 적용 대상은 비상장법인까지 포함됩니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해 의원입법으로 이번주 빠른 시일내 국회 제출할 것"이라며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어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안으로서 더욱 집중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한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일반주주 피해방지와 권익보호를 위한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된 주주의 정당한 이익보호 의무조항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업 이사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구체적 행동규범 법제화 등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를 '대신'하려는 것은 상법 개정 논의가 왜 나왔으며 그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장회사 합병과 물적분할·재상장 제도만 개선하는 기술적인 덧붙이기만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무너진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