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이 2019년 1월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룹 숙원인 증권업 재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보험업 재진입은 이제 금융위원회 최종승인만 남은 상태입니다.
우리금융은 종합증권사로서 우리투자증권(대표이사 남기천)의 빠른 안착·성장과 함께 동양생명보험주식회사·ABL생명보험주식회사 인수에 대한 정책적·산업적 결정을 이끌어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결코 만만치 않지만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그리고 '이익창출 구조 다각화'를 위해선 우리금융 스스로 해법을 찾아낼 수밖에 없는 오랜 숙제이기도 합니다. 2023년 이맘때 취임해 3년 임기 후반전에 접어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역시 다시 한번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초대형 IB'로 비은행 이익 이끈다
이달 19일 우리금융에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금융위가 우리투자증권의 투자매매업(증권·인수업 포함) 변경인가를 심의·의결한 것입니다. 투자매매업은 금융투자상품 매도·매수, 증권 발행·인수를 할 수 있는 자격입니다.
이번 본인가 획득으로 우리투자증권은 기업공개(IPO), 파생상품 거래 등 기업금융(IB) 관련업무까지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금융위는 "투자매매업 변경 예비인가 후속으로 본인가를 받음으로써 우리투자증권은 종합증권사 영위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향후 기업의 다양한 자금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이 합병하고 우리금융지주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서 8월1일 공식출범했습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금융 산하 증권사였다가 NH농협금융지주로 매각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10년만에 부활한 것이자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었습니다.
당시 임종룡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출범식을 찾아 "우리투자증권 출범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큰 진전을 이뤘고 명실상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면서 "자본력 확충, 인재육성시스템, 독자사옥 확보 등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높여 그룹 위상에 걸맞은 '자본시장 플레이어'로 빠르게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10년내 업계 상위 10위권(톱10) '초대형 IB'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자기자본이 1조1500억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18위 수준입니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으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사가 지정돼 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IB·S&T(Sales&Trading)·리테일 등 각 부문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한편 자체성장·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본을 확충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및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를 향해 순차적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리투자증권은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중기적으로 IB 중심 사업기반을 구축한 후 리테일 사업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증권업계에서 최상위권 경쟁력을 갖춘 'Balanced Leader'로 거듭나겠다"고 비전을 밝혔습니다.
중형보험사 인수…공은 금융위로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전격 결정한 건 작년 8월말입니다. 당시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식발표했습니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총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입니다.
동양생명·ABL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지분인수 관련 비구속적 양해각서(MOU) 및 실사 2개월만에 SPA 체결까지 이른 것입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자회사 편입시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 매각 이후 10년만에 다시 보험업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우리금융은 무엇보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 등 대형보험사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는 자산규모 50조원(동양생명 33조원·ABL생명 17조원)의 보험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며 '은행-증권-보험-카드'로 연결되는 종합금융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금융 전체 이익구조에서 증권·보험 '새식구'에 의한 비은행 부문 수익규모가 확대된다면 90%를 넘나드는 은행 의존도가 개선되고 이는 곧 그룹의 수익다변화와 지속가능성장으로 가는 발판이 됩니다. '탄탄한 도약기반을 확보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임종룡 회장의 경영목표와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금감원은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 그룹 전체의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미흡사항을 확인했다며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조정했습니다.
금융위 소관 금융지주회사법을 모법으로 하는 시행령과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 편입승인요건을 촘촘히 규제합니다. '금융지주사와 자회사의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에 해당하고, 편입대상 회사에 적용되는 금융관련법령에 의한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 이상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 기준에 미달한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할 때에는 자회사 편입이 가능하다는 단서조항도 있습니다.
금감원에 의한 등급 하향조정이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종판단은 금융위 몫이라는 얘기입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정부부처로서 이번 두 생명보험사 인수 승인여부를 판단하는데 거시적 차원의 금융산업 발전과 선진화 기여 가능성 그리고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나 파급효과 등 시장안정까지 두루 고려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는 2004년 우리금융지주가 경영실태평가등급 3등급을 받았지만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한 전례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