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철 기자] 카드사발(發) 고객정보유출 사태의 여파가 보험 업계까지 번졌다. 정부가 모든 금융회사에 TM 등을 통한 영업을 금지키로하자 보험사들이 ‘멘붕’ 상태에 빠졌다. 특히, 보험사들의 텔레마케터들이 한동안 일자리를 잃을 처지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아웃바운드 영업금지 지시에 따라 보험사들 중 비(非)대면채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들의 매출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해당 보험사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 수립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자동차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TM은 차보험 판매의 주요 채널 중 하나다. 특히 흥국화재는 TM비중이 20.9%나 되고, 동부화재 11.2%, 롯데손해보험 7.8%로 비대면 채널 비중이 높은 편이서 적지 않은 타격이 전망된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비대면 채널에 상대적으로 투자를 많이 했던 신한생명과 동양생명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지난 금요일 TM영업 금지 발표이후 지난 주말 내내 대책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 했다”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갑자기 벌어져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텔레마케팅 전문 설계사들은 사정이 더욱 딱하다. 당장 오늘부터 일자리를 잃게 됐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규직과 계약직은 기본급이라도 있지만 설계사는 영업수수료로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영업을 못하면 수입에 영향이 있다”며 “영업조직에서 반발하고 있어 회사도 설계사들을 위한 대책마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울상을 짓는 건 마찬가지다. 대형 보험사의 독립법인(GA)중 TM영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영업수수료를 통해서만 수입을 내는 사람들에게 영업금지 조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TM영업인력은 이직도 쉽지 않아서 더 큰 문제라고. 텔레마케팅 설계사인 김 모씨는 “TM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설계사에게 다른 채널로 옮겨 영업하는 것은 다른 회사로 옮겨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며 “당장 오늘부터 3월까지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라이나생명을 포함해 보험사들 중 TM비중이 70% 넘는 7곳은 ‘합법적 정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이번 금지조치에서 제외됐다.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에는 안도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TM비중이 90%가 넘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서는 제외돼 다른 보험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담담한 편이긴 하다”며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아 전화영업도 많이 위축돼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조치에 제외된 현대하이카다이렉트 관계자도 “고객들의 민감한 반응 때문에 영업자체가 너무 조심스럽다”며 “정보유출사건 이후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얻은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반감이 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