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원 칼럼니스트] 요즘 편의점 도시락들의 퀄리티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 것이 보입니다. 비단 저와 같은 혼밥족들이 아니더라도 시간에 쫒기는 직장인들이나 주머니 공허한 학생들에게 도시락만큼 구색 갖춰 먹기 좋은 것도 드물어 보입니다.
얼마 전에 도시락을 하나 살까해서 가까운 편의점(세븐일레븐)에 갔습니다. 대량으로 쌓아 놓은 도시락들 위로 작은 반찬통 같은 제품이 눈에 띄어서 들여다 봤더니 ‘미니박스’란 이름의 앙증맞은 볶음밥 도시락이었습니다. 가격은 1600원. '밥만 답아놓은 햇반 가격이랑 차이가 없잖아.'
약 10년 전부터 혼밥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 온 저로서는 언뜻 혼자 먹기에좋아 보이는 이 상품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나 혼자 먹는다’ 꼭지를 신설하기로 막 결정한 터여서 안성맞춤이다 싶었기에 딱 하나 남아 있던 제품을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다른 종류가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지난 7월 7일 세븐일레븐이 ‘베이컨 치즈 볶음밥’과 ‘스팸 김치 볶음밥’의 2 종류로 구성된 ‘미니박스’를 출시했더군요. 말 그대로 ‘작은 도시락’인데, 이후 몇 가지 맛이 더 추가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과 일터에서 가까운 매장 여러 곳을 찾아봐도 모든 종류를 다 구할 순 없었습니다. 인기가 있어 보기 힘든 건지, 그만큼 적은 수량만 판매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구매한 건 스팸 김치 볶음밥과 치즈 새우 볶음밥 2 종류입니다. 두 제품 다 뚜껑을 덮은 채로 전자레인지에 50~55초만 돌리면 됩니다. 열량은 겨우 200칼로리를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
먼저 스팸 김치 볶음밥을 먹어 봤습니다. 독신자 가구의 반려 식재료라 할 스팸에 김치를 볶았으니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바로 그 맛이었습니다. 스팸은 섭섭하지 않게, 덩어리도 꽤 만족스럽게 씹히는 수준으로 들어 있는데 김치와 같이 먹다 보니 주재료가 재료인지라 좀 짜다고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론 김으로 싸지 않고 양을 좀 더 늘린, 같은 재료의 삼각김밥같은 맛이었습니다. 아쉬운 건 레인지에서 갓 꺼낸 제품의 향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는 점.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다음으로 치즈 새우 볶음밥입니다. '이 가격에 새우라니!' 새우향만 입혔거나 새우살을 갈아 넣은 수준일거라 짐작했는데, 새우가 5마리나 들어가 있었습니다. 주재료는 오징어살과 채소이다보니 제품이름과는 달리 오징어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새우가 주인공인데 오징어가 씬스틸러인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볶음밥이지만 기름기도 덜하고 치즈의 질감까지 더해져 오래 꼭꼭 씹지 않으면 목이 멜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또한 볶았는데도 찐 것에 가까운 쌀과 오징어살의 식감이 비슷해 씹는 재미도 덜한 편입니다. 치즈보단 차라리 채소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제품 모두 맛이나 양에서 ‘가성비’를 고려할 때 나쁘진 않습니다.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다는 3000원도 채 없는 상황에서 출출할 때 선택해 볼만한 제품입니다만, 그렇다고 아주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이 제품의 가격은 단돈 1600원입니다.
사실 세븐일레븐 '미니박스'의 최고 장점은 맛이나 종류가 아닐 수 있습니다. ‘볶음밥을 다 드신 후 밀폐용기를 다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씌여 있는데요. 밥을 먹고 나면 상당히 훌륭한 반찬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로 요긴한 용기를 어떻게, 그것도 볶음밥과 함께 초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떤 아이디어에서 이 구성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과연 '남는 건 있을지' 등은 다음에 풀어보고 싶은 숙제로 남겨 놓았습니다.
‘나 혼자 먹는다’의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한 주관적인’ 평점(별 5개 만점 기준)을 첨부합니다. 세븐일레븐 미니박스에 대한 제 별점은 ★★★☆입니다.(별 1개는 반찬통으로 사용가능한 용기에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