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 ‘이거 액자야? TV야?’
앞으로 ‘블랙홀’처럼 시커먼 TV 화면을 좀처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TV제조사들이 기존엔 켜진 상태의 화질에 집중했지만, 이젠 꺼진 화면을 내세운 신상품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엔 TV를 벽장에 숨기거나 가구처럼 꾸몄지만 요즘 나오는 신제품엔 화면을 말아서 보이지 않게 만들거나 투명화시키는 기술을 접목시켰다. 가전제품과 집안의 어우러짐을 중시하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가전’ 트렌드에 따라 이런 움직임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 TV 안 볼 땐 투명하게...꺼진 화면 활용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QLED TV’의 ‘매직 스크린’ 전용 콘텐츠를 더 확대할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모델에 처음 적용된 매직 스크린은 TV 주변 패턴과 질감을 그대로 화면에 띄워 마치 투명해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능이다.
여기에 액자처럼 날씨와 뉴스 등 정보·사진 등 콘텐츠를 띄울 수 있다. 이번 협업으로 스페셜 에디션·아트·배경테마 콘텐츠가 새롭게 추가된다. 영국 모델 겸 화가 ‘탈리 레녹스(Tali Lennox)’와 네덜란드 디자이너 ‘스홀턴과 바잉스(Scholten & Baijings)’의 예술작품을 TV로 전시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매직 스크린으로 집을 좀 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QLED TV에는 조도 센서가 달려있어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화면 색감과 밝기가 달라진다. 새소리와 귀뚜라미 소리 등 분위기에 맞는 음향도 흘러나온다.
사용자가 TV에서 멀어지거나 모든 조명이 꺼진 암전 상태에서는 자동으로 TV가 꺼진다. 제품 수명을 늘리고 소비전력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 기간에 ‘매직 스크린 공모전’을 개최해 콘텐츠 아이디어를 모았다. 추종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앞으로도 아티스트와 협업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TV가 있는지 모르게...꺼진 화면 숨기는 LG전자
LG전자는 지난 6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2019년 LG TV 신제품 기자간담회를 열고 ‘말리는 TV’로 주목받고 있는 ‘올레드 TV R’의 올해 하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레드 TV R은 65인치 크기에 올레드 화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시청하지 않을 때는 스피커 역할을 하는 본체 속으로 화면을 말아 넣을 수 있다. 혁신성을 인정받아 지난 1월 ‘CES 2019’에서는 ‘최고 TV’로 선정됐다.
권봉석 LG전자 MC·HE 사업본부장 사장은 “올레드 기술이 점차 발전해 얇은 TV를 벽에 붙이는 수준에서 롤러블로 발전했다”며 “공간과 하나가 되는 디자인을 추구한 결과”라고 말했다.
올레드 TV 진영을 이끄는 LG전자는 롤러블 기술로 삼성전자와의 차별화를 노렸다는 평가다. 올레드는 LCD나 QLED와 달리 백라이트 기판이 없어도 독립적으로 빛을 낼 수 있어 돌돌 말리는 화면을 만들 수 있다.
TV 화면의 활용성에 중점을 둔 삼성전자는 롤러블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CES 2019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스크린은 가정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화면을 숨기는데)아직까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